▲ 장윤영 대표가 오븐에서 노릇노릇 구워진 감자 고로케를 꺼내며 웃고 있다.

장윤영 '천년누리 전주제과' 대표
빵 소비자들 건강 위해
국내산 농산물 사용 고집
지역 경제 순환에도 보템

장애인, 이주·고령여성 등
종업원 26명 모두 '사회적 약자'
"100명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   

전북 전주는 최근 볼거리와 즐길 거리, 먹을거리의 상품화에 성공해 남녀노소 모두의 사랑을 받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특히 먹을거리가 풍부해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는데, 이 중 가장 떠오르는 음식은 ‘비빔빵’이다. 빵 안에 전주를 대표하는 비빔밥 재료를 넣어 정체성과 맛을 모두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전주 지역의 장애인과 고령 여성 등의 사회적 약자들이 비빔빵을 만들기 때문에 관광객들도 기분 좋게 구매하고 있다. ‘천년누리 전주제과’를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 봤다.  
 

▲ 천년누리 전주제과의 종업원들이 다음날 판매할 빵을 만들고 있다.

▲국내산 농산물로 만든 건강한 빵=‘천년누리 전주제과’는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전주 시청 앞에 위치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과 겨울 성수기에 빵을 구매하려는 관광객들이 가게 주변에 길게 줄서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매장 안에 들어서면 비빔빵과 크림치즈빵, 소보루 통단팥빵과 생크림 모카번 등의 먹음직스런 빵이 진열대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매장 한 편 제조실에서는 빵 반죽을 하고, 속에 재료를 넣는 종업원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장윤영 천년누리 전주제과 대표에 따르면 판매하는 빵의 대부분에 국내산 농산물을 사용하고 있다. 밀가루의 경우 우리밀과 유기농 흑통밀을 사용하고, 고랭지 무공해 쑥과 토종 마늘, 토종 단팥과 밤, 장수 사과 등을 사용한다. 특히 단팥을 많이 사용하는데 전북 장수군 번안면의 고령 농가들에게 연간 팥 5000kg을 수매하고 있다.

전주제과의 가장 인기 품목인 ‘비빔빵’의 경우 부추와 버섯, 깻잎과 양파 등의 15가지 농산물이 재료로 쓰이는데 매일 아침과 저녁 두 번씩 인근 남부시장과 중앙시장에서 국내산으로만 엄선해 구매하고 있다.

장윤영 대표가 국내산 농산물 사용을 고집하는 이유는 빵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해서다. 우리 땅에서 자란 농산물을 사용해 천연발효액을 넣고 저온 숙성시키면 먹을 때 식감도 좋고, 먹은 후에도 더부룩해지는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또 전주 인근 지역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사용하면 신선하고 믿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장윤영 대표의 설명이다.

또 다른 이유는 지역 경제 활성화다. 최근 농촌이 고령화 되고 경제가 악화되면서 도시로 떠나는 사람이 많은데 식재료를 국산 농산물을 사용하면 지역 경제가 순환돼 지역 사회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윤영 대표는 “솔직히 국내산 농산물을 사용하면 제조 단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부담은 있지만, 오히려 한 번 맛본 손님들은 꾸준하게 구매하기 때문에 다른 빵집에 비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면서 “또 빵을 만드는 입장에서 국내산 농산물을 사용하면 신선하고 맛도 더 좋기 때문에 앞으로도 국내산 농산물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천년누리 전주제과는 지역 고령 여성과 장애인, 저소득 층 등 사회적 약자를 고용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최우선으로 고용=‘천년누리 전주제과’에는 특별한 점이 또 하나 있다. 전주 지역 내 장애인과 저소득층, 고령 여성 등의 사회적 약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다. 현재 전주제과의 종업원은 26명으로 이 중 장애인 5명이고, 이주여성 3명, 고령 여성 8명, 저소득층 및 미취업 청장년 10명이다. 장윤영 대표에 따르면 전주제과는 2014년에 노인복지사업단의 일환으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관광지와 떨어져 있고, 일반 프랜차이즈 빵집에 비해 경쟁력이 약했기 때문에 사업 활성화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6년 1월 사회복지사인 장윤영 씨에게 대표직을 권유했고, 이때부터 대표를 이어오고 있다. 처음에는 직원이 6~7명뿐이었다. 장윤영 대표는 ‘사회적 약자 채용’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시골 할머니가 농사지어 도시 할머니가 만든 발효빵’을 컨셉으로 내세웠다.

단순히 사회적 약자를 내세워 빵을 판매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사회적 약자에게 경제적 자립 여건을 만들어 주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 발전까지 함께 이끌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장윤영 대표는 “지역의 일자리는 한정적인데 장애인이나 이주여성, 고령 여성의 일자리는 더욱 한정적이다”면서 “단순히 복지 차원에서 일자리를 주면 이들의 자립 의지가 약하지만, 사업을 통해 같이 성장할 수 있다는 환경을 조성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장윤영 대표는 단기적으로 지역의 미취업 청년들을 채용해 ‘청년사업단’을 꾸리고 전주제과의 제품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전주제과 종업원을 100명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장윤영 대표는 “한 명당 한 달에 인건비가 170만원정도 발생해 경제적으로 부담이 있는데, 인원 채용이 늘수록 지역 경제도 활성화되니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종업원 100명을 달성하는 날까지 건강한 빵을 계속 만들고 판매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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