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승·김태영 부부는 지난 2014년 전남 구례로 귀촌해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며 살고 있다.

김창승·김태영 귀촌 부부
"고향서 아이들 가르치고 싶다"
30년 베테랑 교사 아내 설득에
대기업 그만 두고 농촌행 결심

추석 선물세트 납품 연결 등
경력 밑천 삼아 농가 판로 개척 
마을이야기 발굴, SNS 홍보도


대기업에서 오랜 기간 중역을 지낸 남편과 수도권 초등학교에서 30여년 근무한 베테랑 교사인 아내가 2014년 1월 ‘가족 해단식’을 갖고 전남 구례로 귀촌해 인생의 2막을 펼치고 있다. 남편은 그동안 사회생활에서 터득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구례에 사는 사람들과 동네 구석구석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SNS를 통해 도시 사람들에게 구례를 홍보하고 있다. 아내는 30여년 교사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동네의 아이들을 가르치며 불태우고 있었다. 이들을 만나 구례에서의 삶에 대해 들어 봤다.

▲부부가 구례로 귀촌한 까닭은=김창승·김태영 부부가 구례로 귀촌하게 된 이유는 아내인 김태영 씨의 간곡한 귀촌 권유였다. 김태영 씨는 남편인 김창승 씨에게 늘 “50살이 되면 자신이 졸업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도시의 삶은 마음먹은 대로 정리가 쉽지 않았다.

김창승 씨도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전국귀농운동본부와 귀농아카데미 등의 수업을 들으며 차근차근 귀촌 준비를 했다. 결국 목표 귀농일보다 5년 지연된 2014년 1월, 큰 딸과 막내아들을 불러 ‘가족 해단식’을 가졌다. 자녀들을 분가시키고, 구례 토지면에 사람이 살지 않은 빈집에 월 5만원을 내고 입주해 본격적인 구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가족 해단식을 할 때 아이들이 웃으며 축하해줬습니다. 아이들을 키울 때 무엇보다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해줬기 때문에 아이들도 우리 부부의 결정에 아낌없는 지지를 해줬습니다.”

김창승·김태영 부부는 구례로 귀촌한 후 매일 매일이 좋았다고 한다. 집 뒤에는 지리산 노고단이 보이고, 집 앞에는 섬진강이 흘렀다. 봄에는 매화와 산수유, 벚꽃이 아름답게 폈고, 여름과 가을, 겨울 구례가 보여주는 환상적인 풍경에 매료됐다. 도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자연환경에 하루하루가 선물과도 같았다는 것이 부부의 설명이다.
 

▲ 남학생 둘, 여학생 넷 등 총 6명이 전부인 4학년 교실의 모습.


▲구례에서 열린 인생 2막=김창승 씨는 도시에서 오랜 기간 유명 제화 및 의류회사의 기획실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조직 관리와 유통 채널 관리 등에 있어서 베테랑이다. 이 같은 까닭에 김창승 씨는 구례에 내려와 ‘구례귀농귀촌협회’ 회장과 구례군 지역축제 심사위원, 구례 장학생 심사위원 등을 맡아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고 있다.

그는 최근에는 판로 문제를 겪고 있는 농가들을 위해 판로 개척에도 나섰다. 지난 추석에는 구례 농가들이 만든 특산물 선물세트 2000개를 서울의 기업체에 납품토록 가교 역할을 했다. 또 건강하고 정직하게 농사를 짓는 농가들의 농산물 판매를 위해 농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유통 채널 마련을 강구하고 있다. 

이밖에도 김창승 씨는 취미와 특기인 글쓰기와 사진 촬영을 바탕으로 구례 내 152개 마을을 돌며 사람들을 만나고 이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한다. 이는 각 마을마다 수많은 유래나 이야기가 있지만, 거주자들이 고령화되고 마을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보니 점점 잊혀지기 때문이다.

김창승 씨는 이 같은 기록을 자신의 페이스북 ‘지리산통신’에 게재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개방해 놨다. 더불어 구례군청 SNS 서포터즈 활동을 하며 구례의 풍경이나 소식, 마을 이야기를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

이와 관련 김창승 씨는 “도시에서 회사를 다닐 때에는 매일 힘들었지만, 구례에 내려와 내 능력을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면서 “앞으로도 지역 주민들과 농산물 판로를 고민하고 이들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귀농·귀촌인 중에서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 많은데 정부가 인력풀을 관리하며 적절한 곳에 기여할 수 있도록 중간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태영 씨도 귀촌을 하며 전근을 신청해 간전면 간전초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김태영 씨는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에서의 교사생활이 너무 행복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도시의 초등학교와는 달리 인원수가 적기 때문에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할 수 있고, 학원이 없기 때문에 학교 수업 집중도도 높아 교사로서 성취감이 매우 높다는 것이 김태영 씨의 설명이다.

김태영 씨는 “교사입장에서는 도시에서는 진도를 끌고 나가면 알아서 학생들이 따라오는 시스템이라 더 편했지만, 성취감은 크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시골 초등학교의 경우 1:1로 지도하면서 학생들의 학습 능력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면 너무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년퇴임까지 고향의 초등학생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며 “귀촌을 선택한 것은  좋은 결정이었고, 너무 행복한 삶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창승·김태영 부부는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예비 귀농·귀촌인에게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들은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낮은 자세로 ‘내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다가가면 쉽게 정착할 수 있다”면서 “귀농에 실패해 역귀농을 두려워하기보다 일단 지역에 내려와 천천히 둘러보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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