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농식품 수출다변화 중심, 베트남

 

한국 농식품 수출은 일본과 중국, 미국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올해 농림수산식품 수출액 834억8900만 달러(2017년 11월 누적 기준) 중 일본·중국·미국시장의 비중은 48.9%에 달한다. 이처럼 높은 비중은 불안요소로 작용한다. 그동안 사드배치, 위안부 문제, 엔저현상 등을 겪으며 3개국과는 정치·경제 상황에 따라 수출실적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경험했다.

그래서 농식품 수출 확대를 위해 수출시장의 다변화는 필수과제 중 하나다. 정부도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아세안 시장을 필두로 브라질·이탈리아·카자흐스탄·남아프리카공화국·인도 등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본보는 2018년 새해를 맞아 신흥시장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하노이를 찾아 현지 바이어와 소비자, 한국 수출업체 등이 말하는 한국 농식품의 수출 현황, 수출 유망품목, 수출확대를 위한 방안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지난해 수출액 5억 달러 달성
일·중·미 이어 4번째 큰시장

현재 인구 1억명 세계 15위권
출산율 높아 계속 증가할 듯  
"모바일 이용 가능성 무궁무진" 

수입과일 판매 '클레버 프룻츠'
작년 한국산 매출액 120만 달러
"맛과 향 좋아 올해 50% 늘 것" 


베트남은 한류 열풍으로 한국 농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수출시장이다. 실제 aT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7년 4975만 달러(3만4526톤)였던 대 베트남 수출액은 2009년 1억979만 달러(9만6997톤)로 1억 원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해 5억26만 달러(28만5799톤)의 한국산 농식품이 베트남으로 향하면서 수출액 5억 달러 달성을 처음으로 성공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약 905%의 성장을 보였다. 올해도 11월까지 4억3769만 달러(26만1058톤)의 한국산 농식품이 수출됐다. 단일국가로는 일본과 중국, 미국에 이어 네 번째(2017년 11월 누적 농림수산식품 수출액 기준)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베트남 시장의 향후 성장 가능성은 더욱 높다. 현재 베트남 인구는 약 1억 명으로 세계 15위 수준이다. 그런데 한국무역협회가 7월 발표한 연구보고서, ‘베트남 고령화 추세 진단 및 인구구조, 소비시장 변화 전망’을 보면 베트남 인구는 높은 출산율(2.0명) 등의 영향으로 2025년 1억 명을 넘어 2050년 1억1018만 명까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생산가능인구(15~64세)도 2037년까지 계속 증가하고 2050년에도 총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업체들이 너나없이 뛰어드는 이유다.

한국 농가들 입장에서도 매력적이다. 베트남으로 수출되는 품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라면(수출액 1287만6083 달러, 2017년 11월 누적 기준)이지만 한국의 농가소득과 직결되는 신선 농산물의 수출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수출통계에 따르면 최근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딸기의 경우 올 11월까지 168만8042 달러가 수출돼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약 380%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포도와 배 수출액도 각각 195만388 달러, 854만7481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240%, 128%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과도 148% 증가한 95만9872 달러로 나타났고 42%가 늘어난 김도 630만7946 달러가 수출돼 수산물 중 가장 많이 수출됐다.

수입과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Klever Fruits(클레버 프룻츠)도 한국산 과일의 취급 비중이 늘고 있다. 클레버 프룻츠는 현재 배와 딸기, 포도, 사과, 곶감 등을 한국에서 수입, 36곳의 클레버 프룻츠 매장과 대형마트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웬 슨 하이(Nguyen Xuan Hai) 대표는 “지난해 한국 과일의 매출액은 약 120만 달러로 전체 매출액의 10~15% 정도”라며 “한국산 과일의 맛과 향이 좋아서 올해 판매액은 작년대비 약 50%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정기 aT 하노이 지사장은 “베트남 인구 구성을 보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상당히 젊은 편”이라며 “경제 성장이 진행되고 있는 베트남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계속 올라갈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수출시장에 대한 전망도 낙관적”이라고 강조했다. 최 지사장은 또 “약 3000만명의 인구가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등 베트남 국민들은 모바일을 통해 접하는 정보가 많다”며 “베트남은 아직 온라인 마켓이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활발하게 모바일을 이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덧붙였다.
 

▲ 한국산 만두 시식회가 열리고 있는 이온몰의 시식코너에서 베트남 소비자들이 맛을 보고 있다.
▲ 하노이에 위치한 K-market 매장을 찾은 한 소비자가 소불고기양념을 고르고 있다.

#하노이의 한국 농식품 유통업체 가보니
"안전성 관심 높아지며 한국산 농식품 수요 증가"

케이마켓·롯데마트 등
한국산 제품들 쉽게 발견 
이온몰 찾은 현지 소비자
"한국 영화 보며 관심 커져"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는 K-market(케이마켓)과 롯데마트, Klever Fruits(클레버 프룻츠) 등이 한국 농식품을 취급하는 대표적인 유통업체로 꼽힌다. 물론 이온몰과 빅씨마트 등에서도 한국 농식품을 만나볼 수 있다.

케이마켓은 68개 매장을 보유한 하노이 최대 유통업체로 연간 매출 1억 달러 중 한국산 농식품 판매 비중이 30% 달하는 한국 농식품 전문 취급업체다. 냉장·냉동창고를 모두 보유한 케이마켓에서는 각종 과일류를 비롯한 신선농산물과 어묵류, 김치, 생막걸리 등 다양한 한국 농식품을 취급한다. 고상구 케이마켓 회장은 “인삼과 배, 사과 등 제철시기에 맞게 수출업체·지자체 등과 MOU를 맺어서 한국산 농식품을 수입하고 있다”며 “약 9000개의 품목을 보유하고 있다” 강조했다.

수입과일을 전문 취급하는 클레버 프룻츠는 한국산 과일의 취급량이 많다. 하노이(33곳)와 호치민(3곳) 등에 총 36곳의 매장을 보유한 클레버 프룻츠에서 유통·판매하는 한국산 과일은 배와 딸기, 포도, 곶감, 사과 등이다. 지난해 한국산 과일의 매출액은 약 120만 달러. 클레버 프룻츠 매출액의 약 10~15%를 차지한다. 웬 슨 하이(Nguyen Xuan Hai) 클레버 프룻츠 대표는 “한국산 과일은 향과 맛이 좋다”며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딸기 소비가 많기 때문에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와 호치민, 두 곳에 매장을 보유한 롯데마트에서는 수입 농식품 중 한국 농식품의 비중이 약 30%다. 팜 티 타인 응아(Phan Thi Thanh Nga) 롯데마트 하노이지점장은 “최근 포도와 딸기가 맛이 좋고 신선하며 예쁜 포장 덕분에 인기가 많고 가공식품에서는 라면과 당면 등을 많이 찾는다”며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산 농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온몰에서도 한국산 농식품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된장을 구매하고 있던 응옥 안씨(Ngoc Anh)는 “한국 영화와 광고를 보며 한국 농식품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구매로 이어졌다”며 “오늘은 국 만들 때 쓰기 위해 필요한 된장과 라면, 김, 아침햇살 등을 샀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한국 농식품 중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라면과 즉석 떡볶이”를 꼽았다. 김스낵과 만두에 대한 시식이 열린 코너에서도 베트남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만두를 시식한 Phahn 씨도 “신라면과 비빔밥, 떡볶이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현지 전문가 4인이 말하는 수출 유망품목

베트남 시장을 오래 지켜본 전문가들은 베트남 사람들이 건강과 식품 안전성에 주목하고 있는 점을 착안해 향후 유기농·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0~30대 비중이 높은 만큼 안전성을 강점으로 선보이는 한국산 유아용 제품의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또 다양한 한국 과일과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간편식품도 유망한 수출품목으로 꼽히고 있다.

"유아용 식품 전망 밝아"

▲최정기 aT 하노이 지사장=베트남은 높은 출산율과 젊은 인구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유아용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래서 유기농·친환경 제품인 한국산 유아용 쌀과자와 김 등에 대해 관심 있는 바이어가 많다. 고가의 분유도 SNS를 통해 구매하는 소비층이 존재하는 등 유아용 식품은 중장기적으로 수출 확대 가능성이 높다. 또 한국의 길거리 음식이 유튜브를 통해 베트남 사람들에게 자주 노출되면서 즉석 떡볶이의 인기가 많다. 샤인머스캣 포도도 1㎏당 2만5000~5만원으로 고가이지만 좋은 향과 맛으로 꾸준히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간편식 소비 증가 대비를"

▲고상구 K-market 회장=베트남에서는 아직 편의점 문화가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식당에 가지 않아도 편의점에서 한 끼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즉석 떡볶이 등의 간편식 소비가 늘어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이 건강한 식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김스낵과 조미김 등에 대한 소비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한국산 과일 소비도 증가할 것이다. 특히 2016년 처음 수출길이 열린 딸기 수출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을 방문한 후 딸기를 사갖고 오는 베트남 관광객들이 적잖다. 한국에서 꾸준히 공급하면 소비는 충분하다. 배도 수출 확대 가능성이 높은 품목이다.


"한국산 김치 수요 늘 것"

▲팜 티 타인 응아(Phan Thi Thanh Nga) 롯데마트 하노이지점장=한국산 김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사람들은 김치를 베트남식 샤브샤브 또는 라면, 밥과 같이 먹고 있고 한국산 김치를 많이 찾고 있다. 향후 김치 매출의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시는 과일식초 등 먹으면서 살을 뺄 수 있는 식품을 비롯해 다양한 건강식품의 소비가 늘어날 전망이다.


"단감·곶감 인기 예상" 

▲웬 슨 하이(Nguyen Xuan Hai) Klever Fruits 대표=한국을 방문했을 때 부산에서 먹어본 단감은 단단하고 향이 좋으며 맛도 좋다. 베트남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과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베트남으로 수출된다면 상당히 많이 팔릴 것으로 기대된다. 명동에서 먹어본 후 맛이 좋아서 2015년부터 수입한 곶감도 판매 확대가 기대되고 참외도 향후 수입이 이뤄진다면 많은 소비자에게 팔릴 것으로 보인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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