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해 농산물 유통업계는 크고 작은 이슈가 적지 않았다. 농산물 수급상황은 잦은 날시 변화에 따라 출하량과 시세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농가들의 속을 태웠다. 더욱이 청탁금지법의 시행으로 설과 추석이라는 대목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위축된 해로 기억되고 있다. 농산물 도매시장은 개설자와 도매법인들의 갈등으로 압축된다. 올해 농산물 유통업계를 되짚어 봤다.
 

▲ 올해 채소류 가격은 재배면적 증감에 따라 출하량과 시세가 급등락하는 한 해가 됐다. 사진은 서울 가락시장에 배추가 반입된 모습.

#농산물 동향
채소류값 조금만 뛰어도
물가상승 주범 내몰리고
폭락할 때는 ‘나몰라라’
계약파기·산지폐기 몸살

청탁금지법 시행 후
설·추석 과일 대목장 위축
화훼·난산업도 직격탄


▲채소류=올 한해 채소 수급 상황은 한마디로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했다. 잦은 날씨 변화와 재배면적의 증감에 따라 출하량과 시세가 급등락 하는 등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웠다. 비교적 시세가 높게 형성되면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는가 하면 폭락할 때는 산지에서의 계약 파기 현상과 더불어 산지 폐기를 단행하는 등 순탄한 날이 없었다.

실례로 주요 민감 품목인 배추와 무를 보면 김장철 배추 가격은 약세가 지속됐다. 지난해 가을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산지 작황이 악화돼 생산량이 감소, 김장철과 겨울철 배추와 무 가격이 비교적 높았다. 이 영향으로 올해 김장철과 겨울철 배추와 무 재배면적이 증가했고, 작황까지 양호해 출하량이 크게 늘어났다. 이에 시세 하락의 우려가 계속됐고, 산지에선 계약파기가 속출함은 물론, 산지 폐기도 곳곳에서 진행됐다.

반면 여름철엔 6월 가뭄과 7월 강우와 고온 등 기상 여건이 악화되며 생산량이 급감한 품목이 많았다. 이에 채소 가격은 비교적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그러자 여름철 내내 물가 인상의 주원인으로 채소 가격이 지목되면서 농산물 소비에 악재로 작용했다. 이는 가을 추석 대목에도 청탁금지법 시행과 맞물려 악영향을 줬다.

건고추의 경우 수입산 영향으로 생산량이 급감하며 산업 자체가 위태롭다는 우려를 낳게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건고추 생산량은 5만5700톤으로 지난해의 8만5500톤보다 34.8%가 줄어들었음은 물론 1978년 이후 39년 만에 최저 생산량을 기록했다. 2011년 수입산 물량이 급증했고, 이후 외식업계에서 수입산 수요가 늘어났으며, 이로 인해 지난해의 경우 평년보다 생산량이 감소했음에도 가격이 하락했다. 이후 농가들이 건고추 재배에서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과일류=과일의 경우 우울한 날이 이어졌다. 특히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이자 과일 주요 소비 대목인 설 시장에서 사과와 배 시장이 위축됐다. 사과의 경우 설 대목 기간이었던 올 1월 17~24일 가락시장에서 사과 5kg 상품 기준 평균 도매가격은 1만5765원으로 평년의 2만원대 초중반선을 한참 못 미쳤다. 배도 평년 설 대목에 평균 3만원(7.5kg 상품)대에 형성됐던 도매가격이 올 설 대목엔 2만원대 초반으로 가라앉았다.

추석 대목 역시 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가락시장에서 사과와 포도는 지난해에 비해 거래 물량과 금액이 모두 줄었고, 배는 거래 물량은 늘었지만 거래 금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특히 사과의 경우 추석을 앞두고 갑작스레 내린 우박으로 피해를 입은 곳이 많았고 이는 추석 물량에도 영향을 줬다.

반면 주목할 만한 움직임도 있었다. 풋사과와 샤인머스캣 열풍이 대표적인 사례다. 풋사과의 경우 기능성이 대대적으로 홍보되고 소비자들에게 각인되면서 시세가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청색 계열의 신품종인 샤인머스캣도 씨가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소비트렌드와 부합하며 인기를 끌었다.

▲화훼류=화훼류는 어느 부류보다 청탁금지법 시행의 직격탄을 맞았다. 청탁금지법 시행 1년을 맞은 지난 9월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매출 변동 폭을 조사한 결과 두 조사 모두에서 80% 넘는 화훼업체가 매출 하락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난 산업이 크게 흔들렸다. 청탁금지법 시행 전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의 난류 경매실적을 보면 청탁금지법 시행 전인 지난해 1~8월 경매 물량은 350만분, 거래 금액은 198억7600만원에 달했으나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인 올 1~8월 경매 물량은 313만분, 거래 금액은 152억400만원까지 감소했다. aT 화훼공판장뿐만 아니라 전국의 주요 난 경매시장 거래량과 거래액이 모두 줄어들었다.

반면 수입 난 시장은 저 품위 난들을 중심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수입 난 거래 금액은 1~8월 기준 2014년엔 70만 9000달러, 2015년엔 74만2000달러, 2016년엔 81만2000달러였으나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인 올 1~8월엔 90만7000달러까지 늘어났다. 저가의 수입난이 급격히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최근 농축산물 선물 상한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높인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민권익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 가결됨에 따라 화훼산업도 조금은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 도매시장은 서울과 지방을 비롯해 개설자와 유통주체 간의 대립이 이어진 한 해였다. 사진은 대전노은도매시장에서 열린 궐기대회.

#도매시장 이슈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2단계 
청과직판상인 이전문제 논란
수입당근 상장예외 지정 놓고
법정 싸움 장기화 전망

안양청과 재지정 취소 공방전
대전노은도매시장도
중도매인-대전시 갈등 심화


▲바람 잘날 없는 가락시장=서울 가락시장은 올해 유난히 부침을 많이 겪은 한해였다. 특히 상장예외품목 지정으로 인해 시끄러운 한 해로 기억된다.

우선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 2단계 실시를 위해 반드시 해결돼야 할 청과직판 상인들의 이전 문제가 불거졌다. 가락시장 청과직판 상인들의 가락몰 이전 협상이 결렬되면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이하 서울시공사)와 청과직판 상인들 모두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2단계 진척에 있어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올해 3월 총 4차례에 걸쳐 청과직판 상인의 가락몰 이전을 위한 협상을 개시했지만 청과직판협의회 소속 조합원들이 서울시공사가 제시한 가락몰 이전(안)에 대해 반대했다. 그러나 서울시공사와 청과직판협의회는 가락몰 이전에 따른 분쟁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협상을 진행한 결과 가락몰 이전에 대해 최종 합의했다. 이에 따라 가락시장 도매권역의 시설현대화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이처럼 가락시장에서 합의에 이뤄진 사항도 있지만 유통주체와 서울시공사 간의 대립은 올해 내내 이어졌다.

발단은 수입 당근의 상장예외품목 지정에서 시작됐다. 서울시공사가 3월 시장관리운영위원회를 열고 청과부류 거래방법 지정을 심의했는데 이 가운데 수입 당근을 포함해 14개 품목을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하는 것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이에 농민단체와 출하자들은 물론 학계에서도 공영도매시장에서 상장예외품목 지정을 확대하는 것에 이해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상장예외 제도가 투명성, 공정성 등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점을 볼 때 공영도매시장이 상장예외품목을 축소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확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수입 농산물의 관세가 점차 낮아져 국내 농산물 가격이 경쟁력을 잃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그나마 가격 조정의 역할을 하는 경매를 거치지 않을 경우 같은 품목의 국내 농산물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가락시장 시장관리운영위원회의 결정을 받아 들여 6월부터 12월 31일까지 수입 당근을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해 운영키로 했다. 이로써 가락시장의 청과부류 상장예외 품목은 총 116개로 확대됐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은 법적 소송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들은 서울시를 상대로 수입 당근 상장예외품목 지정 집행을 정지하는 집행정지 신청과 청과부류 거래방법 지정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소송의 결정을 내리는 사이 서울시공사는 시장관리운영위원회를 열고 포장 쪽파를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했다.

이 같은 가락시장의 상장예외품목 지정에 대해 법원은 도매법인의 손을 들어 줬다. 물론 도매법인들이 소송을 제기한 수입 당근에 한해서다. 서울행정법원 제1부 재판부는 12월 9일 “원고(도매시장법인)들의 청구가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했다”며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서울시가 내린 수입 당근의 상장예외품목 지정은 위법한 결정이기 때문에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와 서울시공사는 항소를 결정했다. 향후 지루한 법정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12월 19일에는 수입 바나나를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하는 시장관리운영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졌다. 이 결정에 대해 도매법인들 역시 소송 제기를 예고했다.

이를 두고 도매시장의 한 관계자는 “법리로 따져야 할 부분은 있지만 서로가(서울시공사와 도매법인 간) 감정이 격해진 부분이 적지 않다”며 “이는 가락시장 발전에 있어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다”고 말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가락시장이 올해 유난히 이슈가 많았다. 그러나 이슈들 대부분이 대립과 관련된 것이다”며 씁쓸해 했다.

▲첨예한 대립, 지방도매시장 =지방도매시장도 올해 개설자와 시장 종사자들 간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안양도매시장의 경우 도매시장법인 재지정이 취소된 안양청과와 중도매인이 안양시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진행 중이다.

대전노은도매시장에선 대전중앙청과와 시장 중도매인들이 5차례의 궐기대회를 열며 대전시에 생존권 사수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요구했다. 시장 종사자들은 대전시에 축산물 매장 입점과 교통영향 평가 재검토, 중도매인 점포 균등 배분 등을 촉구하고 있다.

광주서부시장 등 광주 관내 도매시장에서도 상장예외거래 도입을 놓고 광주시와 시의회, 도매시장법인 간 갈등이 빚어졌다.

시설현대화 사업을 완료한 천안도매시장,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수원도매시장, 업계 간 간극이 벌어지고 있는 대구·울산도매시장 등 시설현대화 사업도 지방도매시장의 이슈로 부각됐고 현재 진행형인 곳이 많다.

김영민·김경욱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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