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에 출석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FTA 재협상 국내 절차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위한 국내 절차가 농축산 업계 우려 속에서 18일 통상 당국의 국회 보고를 끝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우리 정부는 농업 분야의 추가 개방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레드라인’이라는 입장이라면서도 “미국이 농산물을 건드리면 우리도 미국이 민감해 하는 이슈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대응 태세를 밝혔다.

한·미FTA 재협상 국내 절차 
산자부 국회 보고로 마무리
 
농업 분야 '레드라인' 언급
'폐기' 가능성도 집중 질의
 
농축산 업계 추가 개방 우려 속
이르면 연말 협상 개시 관측도


▲농축산 업계 우려 속 국내 절차 마무리=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국회 보고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 보고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개시에 필요한 통상절차법 상 국내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향후 한미 양국 간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추진 일정(협상개시일자 및 협상간격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위한 국내 절차가 마무리 된 것은 우리나라와 미국이 지난 10월 초 개정 협상에 착수하기로 합의한 지 두 달여 만이다. 통상절차법에 따라 정부는 한미FTA 개정과 관련해 경제적 타당성 평가(제9조), 공청회(제7조) 등을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1차 공청회가 농축산 단체의 반발로 파행되는 등 농업 분야의 추가 개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표출됐다. 정부는 “농업 분야는 레드라인이며, 추가 개방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농축산 업계 여론 수습에 공을 들였지만, 농축산 업계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한미 FTA 폐기” 입장 속에 개정 협상 국면에서 한미 FTA 협상 내용 중 농업 분야의 불리한 독소조항을 정상화하는 데 정부가 공세적인 자세를 취해 줄 것을 농업계는 2차례 공청회와 1차례 간담회, 수차례의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에 전했다. 농축산 단체들은 이날도 국회 보고 시작에 앞서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위원장을 만나 농축산 업계의 입장을 전했다.

개정 협상 개시 시점은 빠르면 올해 말 또는 내년 1월께가 될 것이란 관측이 현재로선 크다. 우여곡절 끝에 국내 절차를 마무리한 만큼 미국 측의 큰 변수가 없다면 협상 전개 속도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향후 개정 협상 진행 과정에서 주요 계기별로 협상 진전 동향에 대해 국회에 보고한다는 계획이다.

▲국회 보고에선 무슨 얘기가?=이날 산자위 보고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공개로 진행됐다. 정부 관계자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출석을 놓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만 참석한 채 보고가 이뤄졌다.

이번 개정 협상의 주요 쟁점 분야로 지목되는 분야는 농업, 자동차, 철강, 화학 등의 분야. 이 중에서도 농업 분야의 ‘레드라인’ 언급 등을 비롯한 추가 개방 가능성, 한미 FTA 폐기 가능성을 묻는 질의가 집중됐다. 농업 분야의 피해가 큰 만큼 협상 과정에서 농업 분야를 제외해 달라는 의원들의 요구도 많았다.

농업 분야의 추가 개방 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농산물은 1차적으로 참여정부 때 98% 개방했기 때문에 추가 개방할 것이 없다고 본다”며 “농산물을 건드리면 우리도 미국이 민감해 하는 이슈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현종 본부장은 “협상 전략상 미국이 (농산물 개방을) 들고 나올 거라고 예측은 하고 있다”며 “미국이 농산물을 건드리는 것은 소탐대실이며 잘 생각해서 접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산 쇠고기 세이프가드 발동 여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에 대해 김 본부장은 “세이프가드 수준을 낮춰서 세이프가드를 국내에서 가동할 수 있도록 협상하는 것도 타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FTA 체결에 따른 농업 분야의 지원 대책으로 추진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조성이 당초 목표 달성에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본부장은 “목적 달성이 매우 미진하다는 것이 우려스럽고, 올해 말까지 기업들로부터 300억원 정도 도네이션(기부)을 받아서 할 계획이다. 현재 100억원 가량 조성됐는데, 올해 목표치인 1000억원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고 답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10년간 총 1조원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도입됐고, 올해가 시행 첫 해다.

폐기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대해 김 본부장은 “한미 FTA는 지난 5년간 우리에게 도움이 됐다.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도움이 된다”면서도 “폐기할 경우 양국 모두 수출과 수입이 줄어들겠지만 폐기 옵션은 쌍방이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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