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과일 의무자조금 시행과 과제

▲ 내년부터 과일 의무자조금이 본격 도입되며, 소비 홍보 등 다양한 사업도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도입 첫해 자조금 조성액 22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배의 수확 모습.

사과·배·키위·감귤
내년부터 의무자조금 돌입

수입 과일 '시장 잠식' 대응
소비홍보 사업에 초점 맞춰

출하처 다양한 농산물
거출기관 정하기 어려울 듯
'무임승차' 최소화도 과제로


과일 의무자조금이 4개 품목을 중심으로 내년부터 도입된다. 농가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사업에 참여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례는 이미 다른 품목에서도 나타난 만큼 의무자조금 성패가 농가들의 참여에 달렸다는 것이 중론이다. 과일 의무자조금의 시행을 맞아 풀어야 할 과제들을 점검해 봤다.

▲과일 의무자조금 현황은=내년부터 시작될 과일 의무자조금은 사과, 배, 키위, 감귤 등 4개 품목이다. 이들 품목 외에 단감, 포도, 복숭아가 의무자조금 도입을 위핸 잰걸음을 하고 있다.

당장 사과 의무자조금은 내년 의무자조금 조성액 목표를 40억원으로 정했다. 재배면적 1000㎡ 이상 농가를 대상으로 3.3㎡당 20원을 거출한다는 계획이다. 배는 내년도에 총 22억원의 조성액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배 봉지 1매당 2원씩을 거출할 방침이다. 키위는 농업인은 출하액의 0.9%, 유통업자는 매입액의 0.3%를 거출키로 하고 2억9500만원의 조성액을 목표로 잡았다. 감귤은 20억원의 조성액을 예상하고 있으며, 출하금액을 기준으로 감귤농가인 경우 작형별 구분 없이 출하금액의 0.25%, 농협과 영농법인 및 상인단체 등은 전년도 매출액의 0.05%로 결정됐다.

이들 과일 의무자조금의 내년 사업 계획은 품목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소비 홍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수입 과일의 시장 잠식이라는 국내 과일산업의 현 상황을 소비 확산으로 대응해 보겠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고 보여 진다. 이 외에도 농가들에게 자조금의 목적을 알리는 교육 및 정보 제공과 함께 유통구조 개선, 조사 연구 등이 주요 사업이다.

김영문 한국사과연합회 차장은 “내년 자조금 사업은 소비홍보와 농가들이 자조금 사업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 및 정보제공이 중심이 될 것이다”며 “이 가운데 소비홍보는 농가들이 자조금 사업을 통해 직접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풀어야 할 숙제는=전문가들과 업계는 과일 의무자조금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가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농업 분야에서 의무자조금을 최초로 도입한 축산물 의무자조금에서도 잘 드러난다. 축산물 의무자조금의 태생이 농가의 요구로 이뤄진 점과 농가 거출률이 높다는 점은 의무자조금에 있어 농가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축산물 의무자조금 관계자들은 “의무자조금이라는 단어에서 보듯이 의무는 책임감이 동반된다. 책임감은 내가 산업의 주인이라는 의식에서 출발된다”며 “산업을 농가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는 점은 의무자조금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과일 의무자조금 역시 성공의 열쇠는 농가들의 참여에 달려 있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이 때문에 농가들에게 자조금 참여의 명분과 목적을 제대로 알리는 점은 향후 자조금 사업에서 중점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농가들이 자신의 돈을 직접 납부한다는 것이 생소하기 때문에 자조금을 통해서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 자신들이 납부한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알려 농가들이 자조금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축산물 의무자조금은 각종 연구용역을 통해 자조금의 성과분석을 농가들에게 세세히 알려주고 있다. 특히 자조금이 농가 수취가격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결과는 농가들의 자조금 사업 참여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용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발적으로 전개되는 것이 자조금인데 이를 위해선 자조금이 실제적으로 농가들에게 혜택이 될 수 있도록, 그래서 농가들이 자조금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도록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일 의무자조금은 축산물 의무자조금과 달리 거출목 이른바 거출기관이 분산돼 있어 효율적인 거출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축산물은 도축장이라는 거출기관이 분명한데 반해 농산물은 출하처가 다양해 거출기관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용선 연구위원은 “축산물의 경우 도축장이라는 길목이 있었기에 의무자조금 조성이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됐는데 과일의 경우 품목에 따라 어려움이 클 수 있다”며 “그나마 배는 봉지를 씌우고, 감귤은 주산지가 특정돼 있기에 이를 잘 활용하면 이들 품목은 타 품목보다 자조금 거출이 수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무자조금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무임승차다. 의무라는 명제가 있지만 100% 납부가 아닌 이상 무임승차는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이 무임승차를 얼마나 최소화 하느냐 역시 당장 거출을 앞두고 있는 과일 의무자조금의 숙제다.

김기주 농림축산식품부 원예경영과장은 “자조금의 기본 원칙은 무임승차의 배제다. 다시 말해 최대한 많은 농업인이 주인의식을 갖고 자조금에 참여해야 한다”며 “과일 의무자조금은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생각으로 농가들이 산업이 당면한 위기를 인식하고 해당 품목을 지속 발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자조금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니 인터뷰
"자조금 사업 초기, 교육·소비촉진 병행"

"과일산업 현안 해결위해
 농가 적극적 참여 당부"

▲박철선 한국과수농협연합회장(사과 의무자조금 관리위원장)=“의무자조금은 시대적 정책 기조입니다. 정부에서도 품목 단체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자율적인 수급조절과 소비촉진 등 자조금 본연의 역할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작은 금액이 모여 과일산업의 여러 현안을 해결하고 현장에서 필요한 사업 추진을 할 수 있도록 농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합니다.”

박철선 한국과수농협연합회장이 과일 의무자조금 참여를 위해 농가들에게 한 당부다. 박철선 회장은 현재 사과 의무자조금 관리위원장이다. 그는 수입 과일과의 경쟁과 국내산 과일 소비부진 등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농가들이 모여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의무자조금 출범은 시대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자조금 사업 초기에는 농가들에게 자조금을 알리고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교육 활동 중심의 사업과 함께 농가들이 체감할 수 있는 소비촉진 사업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며 “이후 재원이 확대되면 수급조절 등 규모 있는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회장은 또 “자조금이 산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자조금은 농가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을 감당하는 수준이어야 할 것”이라며 “농가들이 나만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을 버리고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라도 모아 달라”고 말했다. <끝>

김영민·김경욱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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