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실태조사 착수
서울시는 항소 결정
법적 공방 장기화 전망


서울 가락시장의 수입 당근 상장예외품목 지정 결정을 두고 1심 재판부가 상장예외품목 지정은 개설자의 재량권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했지만 서울시가 이에 불복해 항소를 결정했다. 상장예외품목 지정 요건을 두고 장기간에 걸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재판부의 판단 이유는=서울행정법원 제1부 재판부는 지난 9일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이 제기한 청과부류 거래방법 지정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도매법인들의 손을 들어 줬다. 이유는 상장예외를 규정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 시행규칙 제27조의 해석을 두고 개설자인 서울시가 재량권 행사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것이다.<본보 12월 15일자 4면 참조>

서울시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그동안 수입 당근을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한 근거로 농안법 시행규칙 제27조 3호를 들었다. 동 시행규칙 3호에는 ‘그 밖에 상장예외에 의해 중도매인이 해당 농수산물을 매입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도매시장 개설자가 인정하는 품목’이라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농안법 시행규칙 제27조의 1호(연간 반입물량 누적비율이 하위 3% 미만에 해당하는 소량 품목)나 2호(품목의 특성으로 인해 해당 품목을 취급하는 중도매인이 소수인 품목)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3호의 요건만 해당되면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농안법 시행규칙 제27조 3호의 ‘현저히 곤란’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도매시장 개설자에게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어 도매시장 개설자의 1차적 판단은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이 사실적 근거를 토대로 합리적 평가를 거쳐 이뤄졌음이 전제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사실적 근거가 미비돼 있거나 평가가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채로 상장예외품목 지정이 된 경우는 재량권 행사의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다는 것이다. 또 올해 제1차 시장관리운영위원회의 회의 전에 작성된 자료에 수입 당근은 상장예외품목 지정 요건에 해당되지 않지만 3호의 요건만을 적시한 중도매인이 수입 당근을 매입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실증적, 통계적 근거도 밝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농안법 시행규칙 제27조 3항에 대해 문제를 삼은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2016년 제5차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 당시 서울시는 3호의 현저히 곤란한 부분에 대해 재심의를 요구했지만 이듬해인 올해 열린 1차 시장관리위원회는 이러한 요구에 대한 새로운 실증적 조사도 거치지 않고 동일한 의결을 한 것은 사실적 근거조사와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서울시가 내세운 수입 당근을 포함해 수입 바나나와 수입 포도 등 수입 농산물을 통관부터 가격이 결정돼 도매시장 내에서 가격 발견의 의미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수입상들에게 정해진 수입 가격이 있다고 해도 상장을 통한 경쟁매매에 의해 새로운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어서 이를 상장예외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도 판결했다.

▲업계의 반응과 향후 예상은=이러한 판결 결과를 두고 업계는 도매시장 개설자가 상장예외품목 지정에 있어 농안법 시행규칙 제27조의 각 호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관련 업계에선 이번 재판부의 결정에서 동일한 품목이라도 다양한 구분에 따라 차별화된 시장을 형성할 수 있어 동일 품목을 구분해 상장예외 품목을 지정할 수 있다고 한 부분을 국내 농산물 시장의 이해가 부족한 가운데 나온 판결이라 아쉽다는 평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 농산물과 국내 농산물 시장을 별개로 보는 것은 아쉽다. 당연히 수입 농산물 반입량이 늘어나면 국내 농산물 시장에 영향을 준다”며 “이러한 결정이라면 그동안
국내 농산물 시장을 걱정해 수입 농산물 반대를 외친 농민들의 외침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이 향후 다른 도매시장에서의 상장예외품목 지정에 적지 않게 미치는 것은 물론 농안법 운영의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의 입장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농식품부는 상장예외품목이 운영되는 도매시장의 사례의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실태조사 항목에는 상장예외품목의 지정 시기와 기간은 물론 해당 품목이 포함돼 있고, 상장예외품목 지정 사유 역시 실태조사 항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가 있다면 (상장예외품목 운영에 있어) 명확한 근거를 정립해서 운영할 수 있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또한 상장예외품목 운영이 투명하게 이뤄지는지도 점검할 계획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로 항소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19일 개최되는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 수입 바나나의 상장예외품목 지정 안건을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공사 관계자는 “수입 바나나는 유통의 형태나 중도매인의 여건 등이 수입 당근과 달라 별개의 사안으로 보고 있다. 시장관리운영위원회의 결과를 봐야 한다”며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항소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