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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의무자조금 시대가 열리다] 농가 필요성 인식 우선···참여 여부가 '성패 가늠'<2> 타 품목에서 답을 찾다
   
▲ 축산물 의무자조금을 시작으로 농산물 분야에서도 의무자조금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의무자조금 출범 1주년을 맞아 친환경농산물 의무자조금에서 실시한 친환경 파머스마켓 행사.

농업 분야에서 의무자조금이 처음 논의된 것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한양돈협회(현 대한한돈협회)를 중심으로 한 양돈 농가들이 의무자조금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 결과 2002년 축산물의 소비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의무자조금 도입이 실시됐다. 이후 현재 한돈을 비롯한 한우, 낙농, 양계 등 사실상 축산 분야 전 축종에 대한 의무자조금이 도입됐다. 이러한 의무자조금 움직임은 농산물에도 영향을 미쳐 지난해 7월에는 친환경농산물 의무자조금이 도입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2004년 양돈서 첫 시작
 농가 만족도 높아지자
 두당 400원→1100원으로
 거출금액 스스로 인상
 사업 영역도 대폭 확대

 축산 분야 성공에 자극
 인삼·친환경농산물도 추진
"소통·연대효과 확인 중요"


▲의무자조금의 변천은=2002년 공포된 축산물의 소비촉진 등에 관한 법률은 축산 분야의 새로운 전기를 맞는 계기가 됐다. 양돈 농가들의 요구에 의해 의원 입법으로 마련된 이 법은 축산물자조금이라는 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2002년 법 공포 이후 2004년 양돈 농가들 스스로가 산업을 지키자는 의미로 도축장에 출하하는 돼지 두당 400원의 거출을 시작했다. 이것이 농업 분야 전체를 통틀어 의무자조금의 시작점이다. 이후 한우와 낙농, 양계 등 다른 분야에서도 의무자조금이 도입됐다.

2004년 거출을 시작한 한돈의무자조금은 13년이라는 세월을 지나면서 거출금액은 물론 자족금 사업 역시 변화했다. 양적·질적 성장을 거둔 셈이다. 2004년 자조금 조성액이 56억8100만원에서 2016년 238억원으로 4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이처럼 자조금 조성액이 늘어나게 된 배경에는 두당 거출금액이 늘었기 때문이다. 2004년 두당 400원이었던 농가 거출금액은 2008년 600원, 2011년 800원, 2015년 1100원 등 총 3번 인상됐다.

거출금액 인상은 농가들이 주도했다. 농가들이 본인들이 스스로 납부하는 자조금을 인상하고자 했던 이유는 자조금을 통해 실제로 얻는 이익이 많다고 판단해 각종 사업의 확대 필요성을 느끼면서 재원의 확보가 필연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한돈자조금 사업의 변화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초기 한돈자조금은 법의 목적에 따라 소비홍보 및 촉진 예산이 전체 자조금 예산의 68%나 됐다. 그러나 이 소비촉진을 위한 예산은 현재 48% 수준이고 △유통구조 개선 △교육 및 정보제공 △각종 연구용역을 통한 조사연구 △수급안정까지 사업의 범위가 다양해졌다.

박순철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부장은 “의무자조금을 운영하면서 농가들의 만족도도 높고 요구사항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재원이 더 필요하게 돼서 농가 스스로가 거출금액 인상도 결정했고 사업도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향은 한우자조금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우자조금 역시 2005년 5월부터 두당 2만원의 농가 거출을 시작해 그해 43억6000만원이었던 조성액이 2016년엔 390억원에 달한다. 한우자조금도 초기에는 소비홍보에 집중된 사업이 현재는 한돈과 마찬가지로 사업 영역이 대폭 확대됐다. 그러다 보니 과거 축산물의 소비 촉진 등에 관한 법률은 현재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로 운용 중이다.

축산 분야 의무자조금의 대표로 대변되는 이들 자조금이 이처럼 성장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자조금 사무국 관계자들은 “농가들의 필요에 의해 설립됐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농가 스스로가 자신들의 산업은 본인들이 지키고 발전시켜야 겠다는 의지와 인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임봉재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부장은 “말 그대로 의무자조금이라는 점에서 농가들이 얼마나 참여하느냐가 자조금 성패의 열쇠가 될 것이다. 결국 농가들이 자조금의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농산물 의무자조금 확대=축산 분야의 자극을 받은 것일까. 농산물에서도 품목별로 의무자조금 도입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2008년부터 임의자조금을 도입한 인삼은 2015년 의무자조금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2015년 15억4000여만원으로 출발한 자조금 조생액은 2016년 24억원으로 확대됐다. 인삼 의무자조금은 현재 소비홍보와 교육 및 정보제공, 조사연구 등에 자조금을 사용하고 있다.

인삼에 이어 의무자조금 조성에 발을 내딛은 분야는 친환경농산물 분야다. 친환경농산물 의무자조금은 2016년 7월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2억원에 불과했던 자조금 조성액은 올해 22억원을 계획하고 있다. 조성된 자조금은 소비자들에게 친환경농산물의 제대로 된 가치를 알리면서 소비를 확산시키는 홍보 활동과 농가들이 기대하는 판로개척을 위한 시장 확대에 사용되고 있다.

농산물 의무자조금의 사업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의무자조금 도입은 침체된 농산물 소비를 살려보자는 농가들의 바람과 의지가 함축돼 있다. 이는 농가들이 자조금을 도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속한 산업이 처한 상황을 공감하고 이를 해결해 보자는 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 도구가 되고 있다. 이는 눈으로 드러나는 자조금 사업 외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최동근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그동안 농가들이 자신의 생활이나 의견을 하소연 할 곳이 마땅히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며 “자조금이 생기면서 사무국으로 전화도 오고 고충도 얘기하고 그런다. 그런 측면에서 자조금을 통해 농가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긴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니 인터뷰
"마케팅 조직력 갖추고 시장대응 주도해야"

▲김종안 지역농업네트워크 전무이사=“마케팅 조직력을 갖추고 시장 공동 대응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의무자조금이 돼야 합니다.”

김종안 지역농업네트워크 전무이사는 의무자조금이 비교적 우수하게 작동되고 있는 해외와 축산 분야에서의 사례를 들며 이같이 제안했다.

김 전무가 주목하는 의무자조금 우수 사례는 뉴질랜드 키위와 캐나다 버섯, 국내 한돈자조금 등이다. 김 전무는 “제스프리로 유명한 뉴질랜드 키위의 경우 품목단체와 자조금관리위원회, 마케팅 조직의 삼각 구도가 잘 갖춰져 있다. 특히 통합조직의 중요한 지배권을 품목단체가 갖고 있어 상인이 아닌 농업인이 중심이 된 마케팅 전략이 세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캐나다의 버섯자조금은 좀 더 권한이 강한데, 실례로 농산물 운송업 면허 허가권까지 버섯자조금관리위원회가 가지고 있고, 농산물 규격을 결정할 때도 품목단체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에선 의무자조금에 대한 품목단체, 그리고 이들이 중심이 된 자조금관리위원회의 법적 권한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김 전무는 국내 한돈자조금 사례에도 주목했다. 그는 “모돈 두수의 변동 추이를 보고 대략 몇 개월 뒤 출하되는 두수를 예측하고, 수급 조절을 한다. 예를 들어 출하량이 많을 것 같으면 홍보에 집중해서 소비를 빠르게 촉진시키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이렇게 해서 수급 상황이 나아졌을 때는 농가에 실익을 주는 별도 사업을 추진하는 등 품목단체와 자조금관리위원회가 협의해 시장 상황을 보며 농가 맞춤식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과일 의무자조금도 해외와 한돈의 사례처럼 조직이 갖춰져 힘이 실려 마케팅과 시장 대응 전략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과수산업 특성상 지역 농협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지역 농협과 자조금단체가 경쟁할 게 아니라 성격이 다르기에 농협이 중간 지원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민·김경욱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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