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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 성장의 그늘···‘을’로 전락한 생산자 위상 회복해야”
   
▲ 지난 6일 서울유스호스텔에서 개최된 심포지엄에서 이근행 한살림생산자연합회 농업살림연구팀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생협간 경쟁구조 과열되면서
경영 실적·외형에만 치중
산지-소비지간 교류활동 위축
의사결정과정서 생산자 소외
생협운동 초심으로 돌아가야


‘생협 생산자와 소비자 관계, 괜찮나?’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소장 이재욱)가 지난 6일, 서울유스호스텔에서 생협 생산자와 소비자 관계를 성찰하고 변화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 주제로 던져진 ‘괜찮나’라는 질문에는 ‘괜찮지 않다’라는 진단이 깔려 있다. 왜, 무엇이 괜찮지 않다는 걸까. 예전의 ‘괜찮았던’ 관계는 다시 회복될 수 있을까. 참석자들은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책임지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진다”는 생협운동의 첫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생협 성장의 그림자=생활협동조합은 80년대 초반, 유기농산물의 유통경로를 찾던 선구적 생산자들과 이에 동의하는 도시 소비자들간 자발적인 합의와 협력에 의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생협 초기 생산자들은 조합원이자 임원으로 참여해 소비자와 함께 생협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동반자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998년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 제정되고 지난 20여년 생협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생산자들의 주체적 역할과 위상은 오히려 위축되기 시작한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근행 한살림생산자연합회 농업살림연구팀장은 “가파르게 규모가 성장하면서 친밀하고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해왔던 생산자, 소비자, 실무자들의 관계가 느슨해졌다”며 “생협간 경쟁은 물품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실적과 외형에 치중하다 보니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의 관계 맺기나 교류활동은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래 두레생협 생산자회 부회장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그는 “내부의 준비된 역량 없이 시시각각 터지는 식품사고 등 외부 환경에 의해 생협이 압축 성장과정을 겪으면서 산지 교류는 위축됐고, 연합조직은 관료화됐으며 생산자들은 의사결정구조에서 소외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생협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생협내 의사결정 구조에 생산자가 대등하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살림’과 연결되지 않은 식품안전 프레임=친환경농업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는 현 ‘친환경 인증시스템’의 문제점도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전민철 전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청년위원장은 “임차농지의 경우 농사이력을 알 수 없어 친환경 농민들은 늘 불안 속에 농사를 짓고 있다. 비의도적이어도 농약이 나오면 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우리지역 공동체의 경우 전체 필지에 대해 농약잔류 검사를 했는데, 그 비용만 5000만원이 넘게 들었다”며 인증제도의 수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재욱 소장은 “제초제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관행농업과 친환경 생태농업의 현장이 근접해 있는 환경에서, 결과만으로 친환경농업을 옥죈다면 농민들은 늘 범법의 경계에 설 수밖에 없다”며 “지금 위축되고 흔들리는 친환경농업을 지키는데 생협의 소비자 조합원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수년 내에 더 이상 원한다고 해도 유기농산물을 공급받을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위해 물질이 검출되지 않아야 안전한 식품’이라는 잘못된 ‘식품 안전’ 프레임이 굳어지는데 생협이 결정적 공헌을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근행 팀장은 “생협이 ‘식품 안전’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해 밥상살림, 윤리적 소비 등의 담론을 내세우면서, 막상 ‘농업살림’의 문제는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생협을 하는 이유. 함께 살펴볼 과제들=생협 소비자 조합원은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한다. 생산지에 가본 조합원과 그렇지 않은 조합원. 한 번이라도 생산지를 방문해 공급받는 물품의 생산현장을 보고 생산자를 만나 본 조합원은 생협과 생산자에 대한 이해와 관심, 믿음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이근행 팀장이 “소비자와의 교류 활동이 없는 산지는 생협 산지가 아니”며, “생협을 한다는 것은 소비자들을 만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이에 그는 멀어진 생산자와 소비자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생산자 스스로 먼저 조직화하고, 반드시 직거래 원칙을 지키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끊임없이 소비자와의 만남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생협 소비자 대표로 참석한 김 우 전 울림두레생협 이사장은 “생협은 얼굴이 눈에 밟히는 마음의 공동체여야 한다”며 “우리가 왜 생협운동을 하는지 다시 한 번 점검, 생산자와 소비자가 갑과 을이 아닌 동반자의 관계로 동등하게 같이 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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