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편성한 우리밀 공공 비축 신규 예산 100억 원이 전액 삭감되면서 우리밀 업계의 허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018년 농식품부 예산안 중 양곡 매입비의 세부 품목으로 우리밀 공공 비축 예산 100억 원이 국회 해당 상임위에서 신규 편성됐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무산되고 만 것이다.

올해 상반기부터 재고 과잉 사태로 몸살을 앓아온 우리밀 업계의 공공 비축에 대한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자금 운용 능력이 취약한 민간 수매업체들이 막중한 재고 부담 탓에 내년도 계약재배 물량을 1/3로 줄이면서 특단의 조처 없이는 내년도 우리밀 생산 차질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가을 파종은 끝났지만 늦게라도 국회에서 내년도 공공 비축을 위한 예산이 세워진다면, 생산농가에 봄 파종을 독려해 부족량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던 우리밀 업계의 바람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현재 우리밀은 3~6년 주기로 과잉과 부족을 오가며 수급 불안이 되풀이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3년 재고 과잉 사태의 해결을 위해 시작했던 군 급식비 이듬해인 2014년 물량 부족으로 흐지부지됐던 사례가 이를 반증한다. 정부가 공공 비축을 하지 않으면 안정적인 물량 공급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셈이다.

1인당 연간 소비량이 32.1kg(2016년 기준)에 달하는 밀은 쌀(61.9kg) 다음으로 중요한 식량작물이다. 자연재해나 국제 곡물 수급에 따른 가격 변동 등 비상시를 대비해 국가가 공공 비축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0.2%에 불과했던 우리밀 자급률을 1.8% 안팎으로 끌어올린 건 농민들이다. 2020년 자급률 목표 5.1%만 제시해놓고 정부는 언제까지 손을 놓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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