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식물은 비료를 많이 주면 웃자라, 열매 무게나 바람을 이기지 못해 쉽게 쓰러진다. 비료를 많이 주어도 쓰러지지 않고 생산량이 증가되는 품종이 개발돼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데 핵심역할을 한 유전자가 있다. 벼의 sd-1과 밀의 Rht1 유전자는 1960년대 녹색혁명의 주역이다. sd-1은 벼의 키를 크게 하는 성장촉진호르몬인 지베렐린 합성기능이 상실된 유전자이고, Rht1은 지벨레린 생체반응을 매개하는 기능이 상실된 형태의 유전자다. 이것이 들어간 품종은 줄기가 자랄 때 지베렐린 합성을 못하거나, 지베렐린에 대한 반응이 둔감해져 비료사용량을 늘려도 키가 크게 자라지 않는다.

녹색혁명에 의해 생산성은 증대됐지만, 동시에 농약과 비료사용량이 늘어나면서 환경오염과 농산물안전성 문제가 심화됐다. 이에 농약과 비료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농약사용량이 2008년도 2만5400톤에서 2016년도 1만9800톤으로 감소했으며, 화학비료사용량도 2007년도 63만1000톤에서 2016년 45만1000톤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비료와 농약사용량은 여전히 OECD 최고 수준이다. 2015년 OECD가 발표한 주요국 1ha당 농약사용량에 따르면 영국 1kg, 미국 5kg, 한국 10.3kg, 일본 13.3kg이다.

병해충 방제를 위한 농약살포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병해충 저항성 품종개발인데, 이를 위해 병해충 저항성 유전자를 발굴하고 분리해야 한다. 그러므로 병해충 저항성을 가진 재래종 또는 야생종 유전자원에서 저항성 유전자를 발굴하고 분리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왔다. 그 결과, 여러 작물에서 다양한 병충해 저항성유전자들이 분리됐다. 벼를 예로 들면, 도열병 저항성유전자 Pi-ta, Pi5, Pi21, 흰잎마름병 저항성유전자 Xa21, xa5, Xa1, 벼멸구 저항성유전자 Bph3, Bph9, BPH18 등이 분리됐다. 다른 작물에서도 밀 녹병 저항성유전자 Sr33, 토마토 뿌리혹선충 저항성유전자 Mi, 감자역병 저항성유전자 RB 등이 분리됐다. 이들 유전자들은 저항성 품종개발을 위한 교배육종프로그램에 의해 우량품종에 도입되고 있다.

화학비료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비료성분 흡수를 증진시킬 수 있는 유전자연구도 초기이기는 하지만 확대되고 있다. 국제벼연구소에서는 인도의 재래종 벼에서 토양의 인산성분 흡수를 증진시키는 유전자인 Pup1을 분리해 육종에 활용하고 있다. 토양 중 질소성분의 흡수를 증진시키는 유전자는 아직 분리되지는 않았지만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친환경농업기술의 발전을 위해 친환경 생물농약 및 유기질비료의 개발과 재배기술의 개선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병해충 저항성 품종과 비료사용효율이 높은 품종의 개발이 친환경농업의 중요한 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기초기반으로서 병해충 저항성유전자와 비료사용효율 증진 유전자를 발굴하고 분리하는 연구가 확대돼야 한다. 그럼으로써 제1의 녹색혁명의 환경오염 문제와 식품안전성 문제를 극복한 제2의 친환경 녹색혁명이 도래할 수 있을 것이다.

지현소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자공학과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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