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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기칼럼] AI 발생 악순환을 끊자정문기 친환경농축수산 유통정보센터장·논설위원
   

또다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전남 영암의 씨오리 농장이 전염성이 높은 고병원성 H5N6형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됐기 때문이다. 올 겨울 들어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것은 지난달 19일 전북 고창 오리농장에 이어 두번째다. 전남 순천시 1건, 제주 구좌읍 하도리 2건 등 야생 조류에서 고병원성 확진 판정이 나온 것까지 포함하면 확진 사례는 총 5건에 달한다. 방역당국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전남과 전북, 광주, 대전, 세종과 충남 등 6개 시·도에 24시간 이동 중지명령을 내렸다. 또 영암과 나주의 모든 가금 농장과 축산 관련 종사자 등에게 7일간 이동 및 출입 통제를 내리고 농가 반경 3km 이내 농장 5곳의 오리 7만 6000마리를 살처분했다. 전남 영암이 전국 최대 오리 산지인데다 다른 농장에 오리를 공급하는 종오리 농장이고, 농장주가 이상 증상을 확인한 뒤 신고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정부가 과거와는 달리 위기관리 ‘심각’수준의 특별방역과 AI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의 오리농가는 동절기 사육을 제한하는, 이른바 휴지기제도를 도입하는 등 나름 방역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AI 재발방지는 실패했다.   

AI는 폐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국내에서는 2003년 12월에 첫 발생 했다. 발생초기 ‘조류독감’이라 불리며 국민들에게 큰 공포감을 심어졌고, 이후 연례행사처럼 지속적인 발생으로 가금산업 불안정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유발시켰다. 2003년 1차 발생 때 874억원, 2006년 2차 발생 339억원, 2008년 3차 발생 1817억원, 2010년 4차 발생 807억원, 2014년 5차 발생 2381억원대의 재정이 각각 소요된 것만 봐도 그렇다. 특히 지난해 피해는 사상최대다. 가금류 3800만마리가 살처분됐고, 국가 재정 3688억원이 투입된 것이다. AI 발생은 재정적 손실 못지않게 가금 수출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 AI 청정국 지위를 잃게 되면서 수출이 중단돼서다. 올 10월 13일에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면서 홍콩, 베트남 수출이 재개됐지만 AI가 전국으로 확산되면 국내 신선 가금제품의 수출이 전면 중단될 수도 있다.

이처럼 연례행사화된 AI 발생의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AI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방역체계를 개선하고 대책을 마련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는 감사원 감사에서도 입증됐다.  지난해 11월 23일 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에도 위기경보를 ‘심각’이 아닌 ‘경계’로 발령해 초등대응을 잘못한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2015년 일시 이동중지에 대한 시간대별 행동요령을 마련하겠다는 개선방안을 수립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AI최초 발생 후 일시 이동중지 조치가 지연되는 방역공백이 발생했다. 선제적이고 공세적인 방역에 앞장서야할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못한 셈이다.

정부는 과거 초등방역 실패, 늦장대응으로 AI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진 것을 교훈삼아 이번만큼은 AI가 조기에 종식되도록 총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AI발생이 더 이상 천재가 아닌 인재가 되지 않고, AI 발생→가금류 살처분→가금농가 경영악화→살처분 보상비 지급 등의 악순환을 확실히 끊어낼 수 있다. 더욱이 전 세계인의 축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이제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국가적 행사를 앞두고 AI가 확산된다면 국가 이미지 훼손 등 유·무형의 막대한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최근 AI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는 경북도 대응을 반면교사로 삼자. ‘매우 빠르게 매우 지나치게’라는 슬로건으로 현장에서 제도나 규정을 뛰어넘는 강력한 방역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한발 앞서가면서 과감한 행정조치가 취해지고 있는 것이다. 방역 최일선에 있는 축산농가 역시 내 재산은 내가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사전예찰 강화 등 방역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와 AI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정부와 업계 그리고 농민이 한뜻으로 차단방역에 힘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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