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업학회 학술대회

▲ 한국유기농업학회가 지난 8일 실시한 ‘하반기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에서 김태연 단국대 교수가 특강을 하고 있다.

지속가능·안전한 식량체계로 
유기농업 활성화 방안 제시

식량생산 중심→자원 보존
'농촌관점'의 변화도 요구
 
참여자 많은 '학교텃밭'에   
유기농 프로그램 적용 기대 


친환경농업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면 친환경 유기농업의 원칙부터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농촌관점도 ‘농업의 식량생산’이 아닌 ‘농촌자원의 보존’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유기농업학회가 지난 8일 서울 aT센터에서 개최한 ‘하반기 학술대회’에서 전문가들이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유기농업학회 회원 등 50여명이 참석, 유기농업 혁신방향 등 친환경농업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최덕천 유기농업학회장은 기조발제를 통해 유기농업의 철학과 원칙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식량체계로서 유기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개인적인 사유로 기조발제를 자료로 대체한 최 회장은 “유기농업의 원칙이 가치, 운동, 환경중시의 행태보다는 시장지향적인 경영, 인간중심, 소득중심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따라서 친환경 유기농업의 원칙이 시급히 재정립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 회장은 가족농 단위, 순환, 협동 등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춰 친환경 유기농업의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제시했다. 최 회장은 “생태적 다양성, 다품목 소량생산, 범위의 경제성을 추구하는 데 가족농 단위가 적합하다”며 “유기농업은 생태적 순환에 의존하는 ‘유기적 농업’ 체계이지 유기질 비료를 쓰는 ‘유기질 농업’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농가간, 각 사회조직간 상생의 정신으로 협동네트워크를 구축해야 친환경 유기농업의 경제성과 공공성이 실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완형 한살림연합 전무이사는 생산·소비의 선순환을 위한 친환경농업을 전개할 것을 주문했다. 특강에 나선 조 전무는 “친환경농업은 생산과 소비, 도시와 농촌,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분리시키고, 농업과 먹거리, 지역 순환과 연대의 관계를 단절시킨 현행 먹거리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운동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20년간 친환경농업 정책이 친환경농업의 지역성이나 순환성, 관계성을 지향했다기 보다는 겉모습을 갖추는 데만 치중해왔고, ‘짝퉁’ 친환경농업을 양산해왔다는 지적에서 나온 주장이다.

조 전무는 “특히 지역을 바탕으로, 친환경농산물을 매개로 한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다면, 지역농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음은 물론, 현행 먹거리 시스템이 초래한 생태적 불균형을 회복하고, 농촌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주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이 ‘학교텃밭’을 주제로 구두발표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 전무가 친환경농업의 방향성으로 제시했던 ‘생산과 소비, 도시와 농촌, 자연과 인간의 관계’의 연결고리로서 학교텃밭을 포함한 도시농업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허 전문연구원은 “도시농업 유형에서 참여자의 비중이 가장 높은 학교텃밭은 2016년 기준 전체 참여자 159만명의 43.3%(69만2000명), 면적은 1001㏊ 중 9.8%(98㏊)를 차지하고 있다”고 학교텃밭 현황을 언급한 뒤, “학교텃밭은 가족·학교와의 소통, 농업의 공익적 가치 확산, 식생활 개선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더 나아가서는 학교텃밭에 유기농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이를 통해 유기농의 확대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연 단국대 교수는 특강 화두를 ‘농촌관점’으로 정했다. 친환경농업을 통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농촌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 김 교수는 “‘농업의 식량생산 기능’을 중심에 두고 농업과 농촌을 바라보던 시각을 ‘농촌의 다양한 자원’을 중심에 두고 농업과 농촌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바꿔야 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농촌의 환경과 국토를 보전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서 농업의 새로운 가치와 역할이 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농촌관점에서 농업은 ‘농촌지역에서 다른 주체들의 활동과 연계돼 나타나는 활동’으로, 농촌은 ‘다양한 경제적·사회적 활동이 이뤄지며 다양한 주체들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농민은 ‘지역의 환경과 자원 및 경관의 관리자이며 농촌변화를 선도하는 주체’로 각각 재인식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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