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밀 공공비축 예산 100억원이 기재부의 반대로 전액 삭감됐다. 사진은 지난 8월 30일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우리밀 재고 해소와 식량자급률 증대를 위한 대정부 촉구 기자회견’.

상임위서 100억 편성됐지만
기재부 반대로 반영 무산

우리밀 자급률 1% 남짓
2020년 목표 5.1% '빨간불'
3~6년 주기 과잉·부족 되풀이

공공비축으로 안정화 시켜야


우리밀 공공비축 신규예산 100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자급률이 1% 남짓에 불과한 우리밀을 살리기 위해 공공비축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는 우리밀 업계의 요구가 또다시 묵살된 것이다. 2020년 우리밀 자급률 5.1% 달성이라는 정부 목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신규예산 중 일부라도 반영을 원했던 우리밀 업계는 물론, 2015년부터 우리밀 공공비축 예산 반영을 추진해 온 농림축산식품부도 큰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다. 올해는 우리밀 재고과잉 사태가 발생해 공공비축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았고, 국회에서도 관련 예산 수립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2018년 농식품부 예산안 중 양곡 매입비의 세부품목으로 우리밀 공공비축 예산 100억원이 국회 해당 상임위에서 신규 편성됐지만, 결국 기재부의 반대로 예산반영은 무산되고 말았다.

기재부는 △현재 쌀처럼 공공비축으로 인해 여러 문제들이 나타날 있다는 점 △2012년 보리 수매를 폐지한 바 있는데 같은 동계작물인 우리밀만 공공비축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 △공공비축은 수급불균형이나 위기상황을 위함인데, 국산과 수입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점 △우리밀 산업발전이 목적이라면 공공비축을 먼저 실시하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는 점 등을 들어 예산 편성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째 공공비축을 요구하고 있는 우리밀 업계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사)국산밀산업협회 이정찬 이사장은 “공공비축을 통해 우리밀 살리기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좋을 텐데 번번이 시장경제 논리에 좌절되고 있다”며 “물론 공공비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밀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이해가 떨어지는 것 같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계작물인 우리밀은 9월이면 농가에 종자가 공급되고, 파종면적이 사실상 결정된다. 올해는 재고과잉 사태가 발생하면서 내년도 생산량을 1/3로 줄인 상태다. 우리밀을 줄이면 같은 동계작물인 보리 생산량이 늘어나게 되고, 결국 3~6년 주기로 우리밀이 과잉되거나 부족한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도 재고과잉 사태가 발생해 군급식으로 우리밀 4000톤을 부랴부랴 공급했고, 이듬해인 2014년에도 우리밀 3000톤을 군급식에 공급하기로 했지만 물량이 부족해 무산된 바 있다. 정부가 공공비축을 하지 않으면 안정적으로 물량공급을 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정찬 이사장은 “우리밀 생산량은 고작 3만톤이고 쌀은 400만톤인데, 공공비축을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 우리밀은 과잉이 아니라 안정적인 물량공급을 위해 최소한의 공공비축을 실시하자는 것”이라며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우리밀 못 살린다. 작은 예산으로도 우리밀을 살릴 수 있는 만큼 공공비축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는 우리밀 재고 문제도 있고, 국회에서 힘을 써줘서 공공비축 예산이 정부안에 최종적으로 반영됐지만, 결국 예산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내년에 시행되는 쌀 생산조정제와 우리밀 공공비축이 연계되는 부분도 있는데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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