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란 젠더 & 공동체 대표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미래의 지속가능성의 핵심으로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인구정책팀을 신설했다. 지역마다 인구정책을 위해 토론회를 개최하고 ‘아이 낳기 좋은, 혹은 아이 키우기 좋은’ 이라는 구호가 요란하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은 어떤 환경일까? 첫째는 소득이 충분해야 하고, 둘째는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요소는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평행선 같은 존재이다. 소득을 높이자니 생활이 희생되고, 아이를 키우자니 사교육 등으로 지출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일한만큼 안정적 소득보장 우선

농촌지역에서 소득을 보장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농산물이 투기 대상처럼 해마다 가격이 널뛰듯 출렁인다. 또한 소득을 높이기 위해 농사규모를 늘리고 싶어도 땅값은 천정부지로 솟아서 실제로 땅이 필요한 사람이 땅을 살 수가 없다. 빚내서 땅을 사도 농산물 가격이 제대로 안정되지 않아서 소득을 예측할 수 없고 결국 땅을 산만큼 빚만 늘어나고, 빚을 갚기 위해 죽도록 일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농산물 가격이다. 가격이 보장된다면 그나마 젊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농민헌법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데 농민에게 헌법은 일한 만큼 소득을 보장받을 권리의 보장을 의미한다.

열악한 보육·교육환경 조성 필수

다음으로는 보육과 교육환경의 조성이다. 아이 낳기 좋은 세상,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은 어린이집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받고 보호받을 양육환경을 의미한다. 지금 농촌 지역에는 어린이 집이 없는 면단위가 늘어가고 있다. 방과 후 돌봄이 이루어질 수 없는 보육환경도 심각하다. 농번기 철에는 아이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다. 더욱이 다문화 가족 아이들이 학생 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육환경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그나마 남아있는 아이들은 고학년이 되면 지역의 학교를 떠나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가는 실정이다. 떠나는 그들을 뭐라 할 수는 없다. 근본적인 문제는 농어촌에 젊은 사람들이 없어지고 농촌총각은 결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제결혼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지원과 더불어 농촌지역에 젊은이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제도가 강화돼야 한다. 농업관련 직업만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소득활동이 가능한 경제활동의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가사·육아에 남성 참여 증진해야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위한 또 하나의 과제는 가사와 육아에 남성참여의 증진이 필요하다. 남성의 가사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인식의 개선과 더불어 훈련이 중요하다. 아이를 어떻게 돌보는지, 가사를 어떻게 하는지 배울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모임과 훈련, 인식의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사회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사회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을 줄여야 한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통해서 양육에 부모가 공동의 책임을 가져야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을 만나면 아이 낳기가 무섭다는 말을 한다. 뭘 먹고 살아갈지가 투명하지 않는데 아이를 누가 키울 것인가도 문제가 되는 현실에서 저출산 문제는 넘을 수 없는 벽이다. 농촌과 도시의 저출산 극복 문제는 다른 해결책이 필요하다. 사실 평균 출산율은 도시보다 농촌이 더 높다. 그 이유는 다문화 가족의 출산율이 그렇지 않은 가족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환경은 도시에 비해 농촌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하다. 이것을 출산장려금 지급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농촌지역의 저출산 해결은 농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소득생태계를 보장하는 농민헌법과 농업정책의 추진, 농어촌 아동보육과 양육환경의 개선, 남성과 여성이 공동 양육의 책임을 나누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세 박자가 함께 추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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