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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시장내 경쟁 촉진은 의무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

우리사회가 도매시장에 보내는 비난과 질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것이다. 왜 일까? 아마도 다양한 이유 중의 하나가 경쟁이 부재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서 경쟁 부재는 도매시장법인의 수탁독점과 중도매인의 분산독점 문제가 아니다. 도매시장법인 간 경쟁과 중도매인 간 경쟁이 촉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쟁이 얼마나 촉진되고 있는가는 각각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최소한 도매시장 내부와 외부의 시각이 명확히 다르다는 것은 틀림없다. 즉 도매시장 내부에서는 지금도 충분히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도매시장 외부에서는 경쟁이 대단히 미흡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를 도매시장 내부에서 인정하지 않는 이상 자율적인 경쟁 환경조성은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경쟁 환경 조성돼야 효율성 제고

이러한 이유로 지금까지 정부 주도의 다양한 경쟁촉진 대책이 마련돼 왔다. 대표적인 논의가 정산기구 도입이다. 본래 2017년 대책에서 발표된 정산기구 도입은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매매참가인)과의 대금결제 문제다. 도입 목적도 출하주에게 안정적인 대금결제를 담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도매시장법인 간 경쟁과 중도매인 간 경쟁촉진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정산기구 도입은 도매시장법인 또는 중도매인 모두에게 부여되는 의무이다. 정산기구의 도입을 통해 특정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이 전속적으로 거래하는 현재의 상황을 완전히 해소해야 도매시장법인의 판매경쟁과 중도매인의 구매경쟁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러한 경쟁 환경이 조성돼야 비로소 도매시장 종사자의 기능강화 내지는 효율성을 제고하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일본의 아베(安部) 정부에서는 농업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농업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은 농업경영의 자율적인 운영기반을 마련하고, 농업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농업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에서는 도매시장제도의 발본적인 개혁을 명기했다. 이를 통해 도매시장 개혁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일본 정부는 도매시장법을 폐지하고 식품유통구조개선촉진법에 편입해 운영하려는 모양새다. 이것이 갖는 의미는 지금까지의 호송선단방식으로 운영하던 도매시장법을 폐지하고 중간유통업자의 무한경쟁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도매시장 개혁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도매시장법인이 중도매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제3자 판매 허용)과 중도매인이 도매시장법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직접집하 허용), 그리고 도매시장에 반입되지 않는 농산물도 도매시장에서 거래하도록 허용하는 것(상물일치 규제 폐지)이다. 당연히 중도매인은 제3자 판매를 반대하고 도매시장법인은 직접집하를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촉진이라는 관점에서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상장예외품목에 대한 도매시장법인의 제3자 판매가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수집·분산기능 인위적 구분 ‘문제’

다만 일본 정부가 집적집하와 제3자 판매를 허용한다는 것은 수집기능과 분산기능의 통합을 통한 유통단계 축소를 의도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간의 역할분담이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이 자회사를 만들어 대응하는 등 수집·분산 기능의 구분이 경계가 모호해 지고 있다. 일본 정부의 기본적인 시각은 법령을 통한 수집과 분산 기능의 인위적인 구분과 현장과의 괴리가 점점 확대되고 있고, 이것이 자율적인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현장에서의 자율적인 수집·분산 기능의 역할 분담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자는 것이 기본 취지이다. 이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수집과 분산기능의 역할분담을 통한 분업의 경제성은 인정하면서 분업의 방식과 내용에 대해서는 시장의 자율성에 맡기자는 것이다.

이용자 관점서 제도개혁 단행을

마지막으로 도매시장 종사자의 경쟁촉진은 이용자를 위함이다. 따라서 도매시장 종사자의 선택사항이 아니라 의무사항이다. 따라서 도매시장의 제도개혁은 철저하게 이용자 관점에서 논의돼야 할 것이다.

특히 공공성을 가진 도매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든 접근 가능한 모두에게 열려있는 시장이라야 한다. 특정 수요처나 공급처에게 쏠리지 않는 공평한 이용조건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효율성만을 추구한 나머지 소매점의 배송센터와 같이 구매자에게 선택된 일부 판매자만을 이용하는 폐쇄적인 유통경로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이 유통경로의 다양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공영도매시장이 주류 유통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유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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