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의 수는 약 100조개 정도로 이뤄져있다고 한다. 이들 중 10% 정도의 수가 사람의 세포이고 나머지 90%는 미생물 세포가 차지한다. 유익한 미생물과 해로운 미생물, 이로울 수도 있고 해로울 수도 있는 미생물이 공존하고 있으며, 이들 미생물은 사람의 몸 안에서 균형을 이루고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으며, 이렇게 조화로운 경우를 건강하다고 말한다. 미생물의 조화로운 균형이 깨질 경우 특히 해로운 미생물이 갑자기 늘어나는 경우 병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인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미생물 군의 집합체, 즉 인간-마이크로비옴(Human-Microbiome) 연구에서 장내 해로운 미생물의 증식이 뇌 건강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면서, 장내 미생물의 중요성과 프로바이오틱스로 알려진 유산균의 중요성이 대두돼 많은 유산균 제품들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농업의 근간으로 우리의 식량난을 해결하고 다양한 영양소의 공급원이 되는 식물을 작물이라고 한다. 작물을 재배하면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미생물의 자취인 식물병은 농업의 생산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인류 역사에 큰 획을 긋기도 한다. 아일랜드의 대기근(Great famine)이 한 예이다. 1845년에서 1852년까지 영국의 아일랜드 섬에서 일어난 집단기근의 시작은 감자역병 때문이었다. 감자를 주식으로 먹는 아일랜드 사람들은 이 시기동안 백만명의 사람들이 죽고 백만명이 해외로 이주하는 원인이 됐다. 이처럼 작물에 관련된 미생물은 해로운 역할을 하는 것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작물에 해로운 미생물을 제어하기 위한 유익한 미생물에 대한 연구 역시 지속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최근 식물-마이크로비옴(Plant-Microbiome) 연구를 통해 식물도 미생물의 조화로운 균형이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여기서 식물 건강에 중요한 미생물들을 식물 프로바이오틱스라고 부른다. 식물 프로바이오틱스로 알려진 미생물은 다양하며 이들은 식물의 생육증진과 면역 증강뿐 아니라 식물병에 대한 저항성을 증대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식물의 프로바이오틱스 중에 가장 많이 연구되고 사용되고 있는 미생물은 바실러스(Bacillus)다.
 
바실러스는 자연에 널리 분포하며, 우리의 일상생활에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세균(Bacteria)중 하나이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에 집집마다 안방의 한편에 자리 잡은 시루에서는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청국장이 만들어졌는데, 이때 바실러스가 콩을 발효시켜 청국장 맛을 나게 하는 주역이다. 우리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된장과 김치, 깍두기 등 발효식품에 많이 분포됐으며, 장 건강을 위해 먹는 정장제 등에 활용된다. 단백질분해효소 등의 다양한 효소를 만들어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물론 바실러스 중에는 생물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탄저균 (B. anthracis)과 식중독을 유발하는 세레우스균(B. cereus)과 같은 해로운 균도 존재한다. 또한 곤충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바실러스 튜린지엔시스(B. thuringiensis)는 해충을 방제할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 바실러스 중 식품의 발효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 종류로는 고초균으로 알려진 바실러스 서브틸리스(B. subtilis)가 있으며 식물의 프로바이오틱스로 활용될 수 있는 바실러스 벨레젠시스(B. velezensis : 바실러스 아밀로리퀴파시엔스 플랜타룸, 바실러스 메틸로트로피쿠스, 바실러스 오리지콜라 포함)가 식물 생육을 튼튼하게 하고 면역력을 증대시키며 병 방제 효과를 보여준다.

바실러스를 이용한 다양한 유기농업자재와 생물농약 등이 개발돼 시중에 판매되고 있으며, 균주마다의 특성을 바탕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시판 제품마다 작물 및 처리시기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무분별한 선택과 사용은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 때문에 선택하기 전에 사용법, 사용시기, 사용농도 등을 충분히 숙지한 후 사용하는 것이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농촌진흥청은 작물의 건강과 병해충 방제, 농업 환경개선 등 친환경 지속농업에 필요한 미생물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작물의 생육을 증진시키고 환경장해(고온, 건조, 냉해 등)에 대한 내성을 강화하며 면역력 증진과 작물병 방제 기능을 모두 가진 복합기능 바실러스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복합기능 바실러스를 이용한 미생물제를 개발하여 농업 생산성 증대와 더불어 작물의 유효성분(당, 비타민, 폴리페놀 등)의 함량 증대를 통한 고품질의 작물 생산으로 농가소득 증대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송재경 국립농업과학원 농업미생물과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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