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천 상지대학교 교수(한국유기농업학회 회장)

우리는 2010~2011년에 이어 2016년 말부터 재앙 수준의 가축 전염병을 경험했고, 지금도 그 와중에 있다. 올해에도 AI, 구제역, 미국 광우병, 친환경 살충제 계란, DDT 계란, E형간염 소시지, 꿀 75% 살충제 잔류, 쌀 살충제 잔류 논란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특히 친환경 살충제 계란 사태는 사회경제적으로 파장이 무척 컸다. 이제는 언제 어떤 부문에서 사고가 날지 노심초사하고 있어야 할 처지이다.

이럴 때마다 대규모 밀집축산, 공장식 축산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그때뿐이었다. 그렇다고 죄 없는 철새를 못 오게 할 수도 없다. 철새는 AI에 감염되었어도 별 문제가 없는데 왜 축사에 있는 가축들은 맥없이 쓰러지는가? 바로 가축들의 면역력 문제 때문이 아닌가? 그러나 대책은 대규모 축산농가 허가제, 살처분, 방역 등 위기모면을 위한 관리정책뿐이었다. 돈만 몽땅 쓴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대규모 축사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피해도 크다는 점이다. 축산의 규모화·계열화는 규모의 경제에 의한 비용효율성 때문에 옹호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시설 중심의 축산인 것이다. 여기에 <축산법>이 거대한 커넥션을 지켜 주고 있다. 축산이 농업의 한 요소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는 결국 환경오염과 인간의 식생활 안전성에 위협요소로 상존하게 됐다. 어떻게 할 것인가? 

축산 규모화·계열화 정책 ‘한계’

구제역, FTA, 소농 중심의 농업구조, 동물건강 및 복지의 중요성, 순환농업의 다원적 가치평가, 안전 축산물 수요의 증가 등을 고려할 때 대안은 무엇인가? 필자는 대안 중 하나로 가족농 단위의 순환농업형 유기축산을 육성하는 것을 꼽고 싶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경제론자들은 비용효율성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이것은 경제성뿐만 아니라 축산업의 다양성 발전과 농업환경의 보전, 국민들의 먹거리 안전성 확보라는 공익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경종-축산 순환형 유기농업은 유기퇴비와 유기사료를 농장 내에서 순환하기 때문에 범위의 경제성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

2015년에 ‘스톡홀름 씨의 좋은 날’(2014, 덴마크)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 등 민간이 주도한 Demeter(1924) 인증을 받은 가족농 이야기다. 생명역동농법이라는 최고의 순환형 유기농업 실천농가인 셈이다. 그런데 정부의 동물보호법이라는 실정법은 이러한 유기농업의 철학을 이해하지 못한다. 동물과 환경의 관점이 아니라 인간의 관점에서 규제하려고 한다. 대규모 축산에 적용되는 각종 사양관리 규정을 유기축산에 적용하려고 하다 보니 결국 동물학대 혐의로 고소당하는 위기를 맞는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나 덴마크나 비슷한 갈등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은 ‘유기농 3.0’을 선언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돼지는 진흙탕 목욕을 하여야 하고, 닭도 흙 목욕을 해야 한다. 이것이 동물 관점의 복지이다. HACCP 인증을 받지 않으면 유기축산물 인증을 받았더라도 친환경축산직불제 수령을 거부당한다. 대규모 농장은 그러한 시설에 그러한 인증을 받는다고 하지만 소규모의 유기축산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고려해 보아야 한다.

경제성 아닌 공익적 관점 접근을

최근 독일의 Gut Hermannsdorf 순환형 유기농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농장주는 유럽 최대의 육류 생산 회사를 경영하다가 가축에 대한 배려 없는 잔인한 생산 과정과 관행농법의 반생태적인 방법을 극복하기 위해 1984년에 유기농업과 유기축산을 순환하는 농장으로 전환하였다. 유기농업과 축산을 기반으로 가공과 체험교육, 판매까지 6차산업화를 이뤘다. 공원 같은 농장 내에서 유치원, 맥주양조, 빵 제조, 커피 제조, 도제교육, 유기농 판매점 등을 운영한다. 자체 도축장을 인가 받아 운영하고 있고, 축분뇨는 바이오가스 시설로 생산해 30% 정도 자급하며, 자체 정화 순환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유기농 깔짚은 퇴비화하고, 유기농 부산물은 사료화 하는 전형적인 경축순환농업을 하고 있다. 농장의 큰 특징은 인근 지역의 다른 농장과 협동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산, 자재조달, 도축 등을 협동해 가족농 간의 네트워크로 범위의 경제성과 규모의 경제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다. 이 농장에서는 지금까지 구제역이나 AI와 같은 가축전염병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기축산 인증기준 현실화 필요

필자가 유기농업인 중 유기축산을 희망하는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연구한 적이 있다. 현재 유기축산물 인증농가는 100여 농가 전후에서 진입과 퇴출을 반복하고 있다. 축종별로는 젖소 중심, 규모별로는 중·대규모 중심, 겸업농 보다 전업농 중심, 순환농가 보다는 비순환농가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 중 유기축산물 인증을 희망하는 사람은 81.8%였다. 그런데 이들이 유기축산물 인증 취득을 시도하지 않는 이유는 유기축산 인증기준에 맞추기 어렵거나, 초기 설비 등 시설 투자자금 부족, 유기사료 등 자가 조달 곤란 등 제도적 요인이 가장 큰 요인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소규모 유기축산 육성을 위해서 정부는 순환농업을 목적으로 하는 소규모 가족농 경축순환농업모형을 정립하고, 현행 유기축산 인증 중 시설기준 규정의 경우 소규모 순환농업 목적의 농가에게 완화 또는 예외조항을 두는 문제를 검토할만하다. 귀농인·청년농 등 가족농 인증농가를 대상으로 추후에 ‘소규모 경축순환농업직불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임차농가 대상으로 휴경농지의 사료작물 재배 지원, 유휴경지에 겨울 녹비작물 재배로 윤작 유도, 소규모 농가형 유기축산물의 품질 검증과 소비자 대상 조사 등을 통해 유기축산물의 품질가치에 대한 홍보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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