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 인증 개선 토론회

▲ ‘친환경농업 인증제도 개선’를 주제로 한 ‘한국농업의 미래, 친환경농업-혁신의 길을 찾아서’란 제목의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친환경농업 정책의 진단은 물론,자주인증시스템 도입, 비의도적 인증위반 구제책 마련 등 다양한 인증제 개선책을 내놨다.

국회의원 연구단체 ‘농업과 행복한 미래’와 윤소하 정의당(비례) 의원, 13개 단체들이 속한 ‘친환경농업 개혁과 발전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11월 22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한국농업의 미래, 친환경농업-혁신의 길을 찾아서’란 제목의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친환경농업 인증제도 개선’으로, 친환경농업이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해왔다는 지적과 함께, 자주인증시스템 도입, 비의도적 인증위반 구제책 마련 등 인증제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생산과정 아무리 나빠도
살충제 검출 안되면 용서" 
결과중심주의 인증 문제

산업적 측면서 접근 말고
친환경 의미·가치 재확인을

생산·소비자 함께 참여
'자주인증시스템' 도입 요구엔
"신뢰 구축이 먼저" 의견

비의도적 위반 농가 구제책
농관원 전문성 제고 요구도


▲산업으로서의 정책은 ‘그만’=친환경농업 정책부터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친환경농업이 친환경농산물 생산이란 ‘산업적 정책’에 매몰돼 온 데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게 김태연 단국대 교수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세계적으로 친환경농업을 이렇게 간주하는 나라는 없고, 대부분 생태계 보전이고, 생물다양성 증대며, 농촌공동체 보존을 위한 친환경농업으로 보고 있다”며 “친환경농산물 생산만 강조해온 것은 당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태연 교수는 “친환경농업을 포함한 농업정책이 지금처럼 생산 중심으로만 가게 되면 나중에 도시농업, 수직농업, 식물공장 등과 같은 농산물 생산방식이 농업이 아니라고 비판할 근거가 없다”고 경고, “토지와 환경을 관리하지 않는 농업은 농업이 아니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조완형 한살림연합 전무도 “친환경농업의 산업적 측면만을 중시해 온 친환경농업의 관행 농업화 실천과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본래의 정체성과 대안적 가치를 중시하는 쪽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장은 “그동안 ‘친환경’의 가치가 훼손된 채 산업적 측면에서 성장해 왔다는 것에 공감한다”면서 “친환경인증 개선을 논의하는 데 있어 친환경의 의미와 가치를 재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인증, 결과 아닌 과정중심으로=유병덕 이시도르 지속가능연구소장은 우리나라와 타 국가의 친환경농산물 인증방법론을 비교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결과중심주의·실험실주의고, 다른 나라는 과정중심주의·현장중심주의라는 게 주된 내용이다. 유 소장은 “결과중심주의는 생산과정이 아무리 좋아도 계란에서 DDT가 검출되는 것을 용서할 수 없는 사고로, 거꾸로 말하면 생산과정이 아무리 나빠도 살충제가 검출되지 않으면 용서가 된다는 말”이라고 비꼬았다. 유 소장은 인증기관이 관료화되고, 친환경농가가 잠재적 범법자로 간주되는 등을 결과중심주의 인증방법의 폐해로 들며 “친환경농업 인증방법론을 과정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태연 교수는 친환경농업 인증의 ‘결과중심주의’를 새롭게 정의하기도 했다. 그는 “농민들이 친환경농업을 시작하기 전에 생물다양성을 조사하고, 1년 뒤 농사를 다 마친 다음 메뚜기, 미꾸라지, 개구리 등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면 되지 않을까”라며 “생물다양성 존재여부만 봐도 농민들은 농지가 건강한 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농지의 건강성이 곧 ‘결과’인 셈이다.

이상혁 농림축산식품부 친환경농업과장은 “우리도 프로세스 인증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보완할 점이 있다고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문제를 일으킨 데 대해서는 이전보다 강하고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제도개선 대책을 만들고 있다”고 부탁했다.

▲인증 주체, 국가냐 민간이냐=조완형 전무는 “현재 정부는 민간에서 진행하는 친환경농산물 자주인증시스템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자주인증시스템을 또 하나의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도로 인정하고 적극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전무에 따르면,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은 2005년 이후 소규모 가족농을 친환경농업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새로운 유기인증시스템을 장려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해 유기농산물의 품질을 확인하고 보증하는 이른바 ‘자주인증시스템’(PGS)이라는 것. 조 전무는 “자주인증시스템의 철학은 친환경농업의 원칙과 이념에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생태친화형 농업시스템의 구축 및 확대를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역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해 관리하고 점검하는 인증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상혁 과장은 ‘시기상조’란 의견을 내놨다. 그는 “자주인증시스템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 여건이 성숙돼야 할 준비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도입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강정화 회장은 ‘신뢰’에 주목했다. 강 회장은 “‘국가인증이 맞다’, ‘자체인증 맞다’는 곧 신뢰의 문제”라며 “사회가 갖고 있는 신뢰수준이 높으면 각각의 인증을 상호 신뢰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인증의 책임성을 논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비의도적 인증위반 구제책 있어야=박종서 총장은 ‘비의도적 인증 위반 농가’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총장은 “최근 농자재에 의한 오염 등 비의도적 인증 위반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기준치 이상일 경우 인증취소 처분이 내려져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며 “채취방법과 채취장소, 분석기기 종류 등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분석 결과 수치로 인증위반 유무에 대한 행정처분을 결정한다는 것이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박 총장이 꼽은 우리나라 ‘결과중심주의’ 인증방법의 대표적인 사례다.

박 총장은 “인증위반 사례가 발생할 경우 해당농가가 이의신청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에도 이의신청제도가 있지만 농가입장에서는 절차가 상당히 복잡하고, 농가가 강하게 요구해야 청문회를 겨우 여는 식이며, 청문회를 열더라도 인증취소 결과가 바뀌진 않는다”고 따졌다. 박 총장은 “이들이 친환경농업을 지속할 수 있는 경감기준 등 구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상혁 과장은 “비의도적으로 혼입된 결과에 의해서 인증을 포기하는 사례는 충분히 구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법령에 넣어서 제도개선에 포함시켜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정기관의 전문성 강화 선행=‘친환경농업 인정기관의 전문성’이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현행 인정기관으로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병덕 소장은 “농관원은 인증업무를 민간으로 이양하면서 인증실무를 해볼 기회가 없어졌고, 더욱이 담당자가 교체되면 인증의 전문성은 쌓기가 힘들다”며 “그래서 농관원이 인증기관을 감사할 때 분석성적표와 행정실무에 관한 자료에 집중하는 반면, 인증기관이 농업인의 유기적 생산과정을 충실히 심사했는지 평가하는 방법론과 전문성은 개발될 기회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유 소장은 “인정기구가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전문적 기구로 자리잡아야 인증기관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서 총장 또한 “농관원 직원들이 농가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인증심사 경험도 전무한 상태에서 인증기관을 감독하면 전문성 있는 관리감독이 어렵다”고 언급, 농관원 내 별도의 전문성을 확보한 관리감독부서를 신설하고, 친환경농업에 대한 기술적·행정적 전문성을 갖춘 감사원에 의한 감사를 통해 인증기관 심사원들이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심사를 해야 인증사업자의 기만행위를 막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개선방향으로 제시했다.

▲기타=박종서 총장은 농민들이 농자재를 자가제조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 단체인증과정에서 구성원의 20%가 위반했을 때 취하는 단체 전체 대상 행정처분은 완화돼야 한다는 점, 지자체별로 차등 지급되는 인증비를 국가가 동일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점 등을 기타 인증제 개선사항으로 제시했다. 또,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증기관의 비상근심사원제를 폐지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는데 대해서 김범석 한국친환경인증기관협회장은 “우리의 인증현실을 무시한 제도”라며 “1년 중 인증업무는 농사 특성상 6~10월에 집중돼 계절성을 가지고 있는데, 인증심사원을 모두 상근으로 하면 인증기관 운영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강정화 회장은 “살충제 계란문제가 불거졌을 때 소비자 심정을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안전으로 포장된 친환경농산물을 소비해왔다’는 것”이라며 “친환경인증제도라는 것은 친환경농업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인증의 방법이 무엇인지 만들어가고, 이 과정에서 소비자를 설득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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