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현 대한한돈협회 정책기획부장, 건국대학교 겸임교수

우려했던 축산 악취관리지역 지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석산의 가축분뇨 유출사건 이후 양돈장의 규제 강화에 나섰던 제주도가 양돈 밀집지역인 한림지역, 금악지역 악취측정을 끝내고 악취방지법에 따른 악취관리지역 지정 절차에 접어들었다.

악취방지법 제6조에 따라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이 되면 제7조에 따른 엄격한 배출허용 기준(희석배수 10배)이 적용될 수 있고 악취 측정결과 기준치 이상일 경우 개선명령과 최종 농장 사용중지 및 폐쇄조치가 이루어지게 된다. 지금의 상황에서 악취 관리지역이 지정되게 된다면 거의 대부분 농가들이 엄격한 배출허용 기준을 맞추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수 십 농가가 돼지 사육을 중단하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제주농가 94%가 ‘기준치 이상’

그렇다면 제주의 양돈장들이 유독 악취가 심하게 나는 것일까? 필자가 악취측정 전일 대상 농가 6~7곳을 둘러본 느낌으로는 오히려 청소 등으로 육지보다 냄새가 적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부지경계선에서 악취를 측정할 경우 법적 기준인 희석배수 15배를 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주로 민원이 발생된 농가의 악취를 측정한 한국환경관리공단 측정결과도 10농가 중 3~4농가만 법적 기준을 초과한 정도이다. 그러나 제주도의 경우 50농가 중 47농가가 기준치를 넘어 94%가 법 위반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신뢰할 만한 악취측정기준 필요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추정되는 원인은 첫째, 빠른 분석 시간이다. 악취는 포집 후 시간이 지날수록 흡착되고 성분이 변하여 50% 이상 강도가 줄어든다. 제주도의 경우 실험실이 아닌 인근에 펜션을 구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분석이 이루어져 높은 수치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둘째, 악취 포집 위치와 시간이다. 이번 측정은 부지경계선 중 최대한 높은 수치가 나올 위치에서 측정했고 시간도 하루에 4회씩 늦은 밤과 새벽까지 측정했다. 셋째, 심리적 압박이다. 공기희석관능법은 결국 사람이 악취를 느끼는지를 코로 맡아서 분석하는 것이다. 제주도의 현재 분위기와 도지사의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 분석자들은 조금의 냄새라도 더 느끼려고 노력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분석방법으로 악취를 측정한다면 아마 육지의 농가들도 대부분 법적 기준 위반으로 나타날 수 있다.

농가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 만큼 향후 약취측정 시에는 반드시 몇 가지 사항이 개선되어야 한다. 첫째 반드시 농장주에게 측정 위치와 시간을 알려 주어야 한다. 많은 농가들이 정말 부지경계선에서 측정했는지 의심하고 있다. 내가 보지도 않은 측정결과를 무조건 받아들일 수는 없다. 둘째, 측정시간과 분석시간이 공개되어야 한다. 시간에 따라서 희석배수가 크게 바뀌므로 24시간 후 분석 등으로 동일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분석인원을 5명에서 7명으로 늘려야 한다. 총 5명이 냄새를 맡아 가장 높은 사람과 가장 낮은 사람을 제외한 3명의 평균 수치를 사용하는 것은 너무 오차의 범위가 크다. 최소 7명이 분석하여 5명 평균을 이용해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동일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될 수 있는 실험실에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농장 폐쇄 아닌 개선에 초점 둬야

제주도가 2개 지역이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된다면 일파만파로 전국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검토만 했던 많은 시군들이 앞다투어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추진할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하면 악취가 높게 나오게 만들 수 있고 관리지역으로 묶어 양돈장을 폐쇄시킬 수 있는지를 알려 준 좋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원인들도 너도 나도 제주와 같이 농장을 폐쇄해 줄 것을 지자체에 요구해 올 것이며, 지방 선거 등으로 지역의 민심을 얻고자 하는 지자체가 적극 이를 수용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한돈농가들도 악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무조건 양돈장을 없애기 위한 행정집행은 올바르지 않다. 오히려 농가에 악취 개선명령, 방지시설 설치의무를 부과하는 시군 담당자에게 어떤 시설을 설치해야 개선이 되는지 물어보고 싶다. 쥐도 구멍을 보고 몰아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

악취관리지역 지정에 앞서 관리지역 내의 농가들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며 어떤 시설이나 노력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오직 결과로만 처벌하고자 하는 행정 처리는 단순히 양돈장을 없애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닌 악취관리지역 지정에 대해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사용중지, 농장폐쇄가 목적이 아닌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처리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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