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가 추워지며 본격적인 딸기 시즌이 시작되고 있다. 22일 딸기 산지인 논산 양촌농협에서도 올겨울 들어 첫 딸기 선별장이 가동됐다.

추워지는 날씨 속에 이제는 겨울철 주요 과채로 자리 잡은 딸기 시즌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국내 최대 딸기 산지인 충남 논산 지역에서도 11월말로 접어들며 딸기 출하를 개시하고 있다. 딸기는 최근 몇 해 동안 국산 품종을 중심으로 한 고품위 출하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소비 행태가 맞물리며 소비와 시세 모두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이와 맞물려 올해 딸기 재배면적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올 시즌 딸기 시장에 대한 관심이 유독 높아지고 있다. 지난 22일 올 겨울 들어 첫 가동된 논산의 양촌농협 딸기 선별장에서 농가들을 만나 딸기의 현재 산지 상황 점검과 더불어 시장에서의 올 딸기 시즌 전망을 살펴봤다.

재배면적 늘어 걱정 불구
기온 떨어져 품위 향상
위황병 탓 출하 크게 늘지 않아
내년 참외·수박 나오기 전까지
고품위 위주 시세 양호할 듯

수능 끝 유통업체 마케팅 본격화
물량 늘어도 평년시세 기대도


“일단 날씨가 추워져 다행입니다. 추위가 딸기 시즌 초반, 산지에서의 생육 상황과 시장에서의 소비 모두를 살리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첫 딸기 선별장 가동을 지켜보던 김영하 양촌농협 전무는 날씨 변화에 유독 민감한 과채류 생육 특성상 ‘날씨’ 이야기부터 꺼냈다. 김 전무는 “가을철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최근 들어 추워졌다. 딸기는 추워져야 물러지지 않고 단단하게 익으며 생육 기간도 길어져 고품위 물량이 생산된다”며 “소비 시장에서도 이제 겨울철에 딸기 소비가 많아져 추워지면 소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11월 들어 딸기 초반 물량이 크게 몰려 우려가 컸지만 최근의 한파는 이런 현상도 바꿔놓고 있다. 김 전무는 “올해 유독 초반에 물량이 몰렸는데 추위가 출하를 지연시켜 홍수 출하에 대한 우려도 걷어내고 있다”며 “순차적으로 딸기가 출하돼야 소비지에서도 더 인기를 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딸기 시즌을 시작하는 농가들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재배면적이 크게 증가했다’는 소식에 따름이다. 이상호(67) 씨는 “재배면적이 늘어 걱정이 크다. 소비량이 받쳐주지 못하면 가격이 크게 떨어질까 우려스럽다”며 “당도가 제대로 나오고 있는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고 밝혔다.

강승규(70) 씨는 “재배면적이 증가했다곤 하지만 올해 유독 시들어지는 현상인 위황병이 많았다. 이에 면적 증가분만큼 출하량이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행히 알은 잘지만 맛은 좋아 고품위 위주로는 괜찮은 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긍정적인 건 유통·판매처에선 올 시즌 딸기 시장이 재배면적이 늘어난 것 치고는 선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것. 일단 소비지 시장에서의 첫 반응도 좋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이달 들어 16일 기준 11월 딸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9.3%나 늘었다. 전체 과일 매출이 지난해와 비슷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 딸기 초반 성적이 양호하다는 것이 롯데마트 측의 설명이다.

도매시장의 딸기 유통 종사자들도 재배면적이 증가한 것 치고는 어둡지 않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초반 시세는 좋은 편이 아니지만 이 시세도 오래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락시장의 서영우 중앙청과 경매부장은 “양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딸기가 쉬운 농사가 아니기에 정상적으로 시장에 출하될 양은 걱정할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겨울철에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많은 것도 아니고, 딸기 소비는 늘어나고 있어 재배면적이 증가한 것 치곤 시세도 선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초반 시세가 좋지 못했던 것과 관련해서도 그는 “가을 기온이 높아 물량이 크게 늘어난 반면 물러지는 등 품위는 썩 좋지 못했지만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품위가 좋아지고 있고 출하도 늦춰지고 있다”며 “내년 참외와 수박이 나오기 전까지 딸기 장은 비교적 양호하게 전개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소재용 농협가락공판장 경매과장도 “고설 재배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제 고설 재배 수준도 올라와 맛 좋은 딸기가 나오고 있다. 수능 이후 유통 업체에선 딸기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할 것으로 예고돼 딸기 장은 극초반과 달리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물량이 늘어난다 해도 평년 시세는 나오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배면적이 증가한데다 위황병까지 발생해 하품위 물량이 많이 나올 수 있어 이에 대한 경계를 해야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서영우 부장은 “최근 몇해 딸기 소비가 괜찮았다. 맛 좋은 국산 품종으로의 전환이 잘 이뤄졌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소비트렌드와도 부합했기 때문”이라며 “품위가 좋지 못한 물량은 시장 출하를 자제해 양호한 딸기 소비 흐름이 올해에도 이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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