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축산물의 안전성 문제로 국민의 먹거리 문화에 경종을 울린 여러 일들이 있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동물 보호와 복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철학자인 제레미 벤담은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특별하게 취급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동물도 인간과 다르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면서 동물 복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한 영국의 농장동물복지위원회는 동물의 5대 자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배고픔·영양불량과 갈증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통증·부상·질병으로부터의 자유, 두려움과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 할 수 있는 자유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이래 2011년 전부개정 법률(제10995호)이 시행되었고 2015년 1월 20일 일부개정 법률(제13023호)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동물보호법의 목적은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 방지 등 동물을 적정하게 보호,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복지를 증진하는 등 국민의 정서 함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효율적인 방역관리와 친환경 축산업으로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축산업의 허가 및 등록기준'도 도입, 시행(축산법 시행령)하고 있다.

사실 한우를 기르는 한우 사육농가라면 굳이 이러한 법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한우를 가족처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한우들이 생활하는 환경을 쾌적하게 해주지 못하고 적정한 사양관리가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면 넓은 의미에서 학대에 해당한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동물복지는 가축이 생명을 유지하고 생산 활동을 하고 있는 현재의 상태가 얼마나 양호 또는 불량한가를 나타내는 말이다. 또한, 가축에게 주어진 현재의 환경조건이 가축에게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얼마나 편안한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가축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조건은 어떤 형태로든 가축에게 유익하거나 해를 끼칠 수 있다. 만약 환경조건이 나쁘다면 결정적으로 무엇이 해를 끼쳤는가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가축이 받은 위해(危害)의 정도와 어떤 해를 끼쳤는가를 평가하는 방법이 동물복지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가축의 건강상태는 사료섭취량, 외모상태, 번식가능 일령, 번식간격, 생후 번식가능까지의 생존율, 생산성 등의 변수 측정을 통해 평가할 수 있다. 만약 가축의 요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단기적으로는 물론 궁극적으로 가축의 건강이 나빠지게 되고 불량한 환경으로 인해 가축의 생산성은 저하될 것이다. 즉, 동물복지 수준이 낮아진다는 것은 가축이 가지고 있는 생산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건강하지 못한 축산물 생산, 경제수명 저하로 가축을 기르는 사람뿐 아니라 그 생산물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한우를 길러 송아지와 고기를 생산하고 그 송아지와 고기를 판매해 소득을 창출하는 일들은 한우사육의 기본이다. 최근 수입 소고기에 밀려 한우고기 자급률이 하락하고 있는 시점에서 한우고기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단순히 고기만 많이 생산하는 구조가 아니라 소들에게 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적절한 영양을 공급하는 일이다. 건강한 한우로부터 위생적이고 건강한 고기를 얻을 수 있는 친환경·동물복지 한우 사육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야 민족 고유의 한우 산업이 지속가능하게 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광석/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소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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