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 언급
선물 상한 허용액 5만원→
10만원으로 인상 ‘가닥’
한우·화훼 등 농축산단체는
“법 적용 제외” 거듭 촉구

정부가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개정 작업에 착수, 내년 설 대목 이전에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농축산 단체들은 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산 분야를 제외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서울 양재동 하나로클럽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는 농축수산물 예외 적용에 관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논의 중에 있고, 늦어도 설대목에는 농축수산인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혀, 청탁금지법 개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임을 시사했다. 지난해 9월 28일 시행 이후 13개월여 만이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도입 취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앞서지만, 소비 위축 등으로 인해 국내 농축수산 분야의 피해가 크게 번지며 농업계는 농축수산 분야의 예외 적용 조항을 담은 법 개정을 요구해 왔다. 정치권도 농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법 개정을 발의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올해 대선 기간에도 청탁금지법의 조속한 개정이 주요 현안 중 하나로 떠오를 만큼 주목도가 컸다.

개정 방향은 현재로선 ‘3·5·10만원’으로 규정돼 있는 식사·선물·경조사비 상한 허용액을 농축수산 분야에 한해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 16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의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청탁금지법이 허용하는 선물 상한 허용액을 농축수산물에 한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리는 개정안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개정안을 바탕으로 정부가 최종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이 같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농축수산 분야의 예외 적용을 요구해 온 농업계에선 청탁금지법 개정 작업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농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업 분야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금액 조정이 아니라면 법 적용 대상에 농축수산물을 제외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런 맥락에서 잇따르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20일 성명서를 통해 “김영란법으로 인한 피해를 가장 많이 입고 있는 한우, 굴비, 인삼 등은 선물 10만원 개정에도 제대로 된 선물세트를 만들기에 한계가 있으며, 부적절한 금액 상향 개정은 오히려 수입농축수산물의 시장점유율만 더욱 높일 뿐”이라며 “국내 농축수산인에게 실익이 되는 금액의 상향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법 적용 대상에 농축수산물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훼단체협의회도 21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의 일부 금액을 상향조정하는 방향으로 개정 작업을 끝내려고 하고 있다. 화훼는 김영란법이 시행된 후 판매량이 40~60% 감소해 전업하거나 폐업이 속출해 매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법 적용 대상에 화훼를 즉각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정부가 농업 분야의 어려움을 고려해 청탁금지법 개정 작업에 착수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면서 “하지만 생산비 인상, 수입농축산물의 범람, 판로 어려움 등 농축수산 분야가 처한 상황과 농업이 갖는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는 쪽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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