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공동체 회복 관건…사회적 일자리 확대로 풀어야"

참/석/자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삶의질정책 연구센터장
김훈규 하성단노을생활문화센터 사무국장
권혁범 여민동락공동체 노인복지센터장
최병찬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장


한국농어민신문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취재지원(2017년 소외계층매체 지원사업 선정)을 받아 농촌 고령화 실태를 점검하고, 국내외 우수사례를 통해 고령농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그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농촌 고령화 위기의 대응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에서는 농촌 고령화 문제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정부의 지원사업과 중간지원조직 문제가 도마에 올랐고, 농촌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일시 : 2017년 11월 8일(수) 오후 2시 장소 : 한농연회관 회의실


#고령화 문제에 대한 인식전환

마을복지·일자리·학교살리기 등
고령화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

농촌지원사업 단기성과 급급 말고
지역주민 주도할 수 있게 해야


▲김정섭=농촌의 고령화 문제는 결국 지역사회의 공동체 문제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어르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정부나 협동조합이 충족시켜주면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고령화 문제에 대해 너무 기능적인 부분만 부각된 측면이 있다. 물론 필요한 것이 많지만, 농촌 고령화 문제의 본질에는 미치지 못한다. 귀농귀촌한 사람들이 마을 어르신들을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아닌, 함께 살아가면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마을의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가는 과정이 돼야 한다.

▲김훈규=그동안 정부의 농촌 지원사업 대부분이 공동체를 명분으로 내세우긴 했지만, 컨설팅 중심으로 가다보니 마을 주민들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단기성과를 내는데 급급했던 것이다. 현재 다양한 공동체 사업이 전개되고 있는데, 어디에 관점을 둘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어르신들의 삶의 질 문제도 해결하고, 젊은 세대들의 삶도 해결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하드웨어 중심사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한다.

▲권혁범=농촌의 고령화 문제는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마을복지, 일자리, 학교살리기 등 지역의 현안이 고령화 문제와 상호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문제는 행정조직의 칸막이다. 중복된 형태의 지원조직 등 세금낭비가 심각하다.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지역주민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 한다. 우리 지역에선 학교살리기 운동이 협동조합을 꾸리는데 도움이 됐다. 농촌이 어려워지면서 절망하고 포기하는 분들도 있는데, 학교를 지켰다는 승리의 경험이 주민들의 자신감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축적되면 살만한 농촌이 될 것이다.

▲최병찬=유연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교육감 선거를 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농촌에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고 나서 쌀문제와 친환경학교급식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자 교육감 선거는 꼭 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지금까지는 항상 공급 정책 중심이다 보니 예산지원의 성과를 보지 못했다. 이제는 수요정책으로, 소비자 중심으로 바꿔야 농업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농촌의 고령화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고령농을 대상으로 한 공급정책과 수요정책의 결과를 분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정부 지원사업과 중간지원조직 문제
“부처간 칸막이 없애고 시군단위 복지 공무원 확충”

다양한 고민 늘어나는 농촌
현장 소통할 행정파트너 없어

어르신·젊은이 예산 큰 차이
발상전환 통해 편중성 극복을


▲김정섭=현재 농식품부 지역개발사업에서 건물 지어주는 예산을 인건비와 운영비 등에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고령농의 삶의 질과 관련해선 농식품부 뿐만 아니라 여러 부처에서 정책예산을 늘리고 있는데, 특히 문화체육관광부 쪽의 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서 매년 농촌주민 2000여명을 상대로 만족도 조사를 하는데 문화 분야만 좋아지고 있다. 중간지원조직과 관련해선 위계적 구조가 문제다. 관과 민의 중간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다. 중간지원조직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회의하고 상호작용 일으키는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여러 부처에서 중간지원조직 얘기를 하고 있는데, 중앙정부가 앞장서는 건 맞지 않다.

▲김훈규=현재 농촌지역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예산이 80이면, 젊은 사람들을 위한 예산은 20 정도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자원의 편중성을 극복해야 한다. 실제 한 마을의 경우 아이를 키우는 집이 한집인데도 불구하고, 놀이터와 도서관을 만들었고, 지금은 아이와 노인의 숫자가 거의 비슷해졌다. 어르신들 중심의 지원사업은 당장 달랠 수는 있으나, 한계는 분명히 있다. 귀농귀촌인이 노인만 돌보는 게 아니라 정주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정책 설계가 돼야 하고, 이 과정에서 마을정책이나 일자리정책, 여러 부처의 사업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권혁범=지역 어르신들이 존중받고, 정책사업에 녹아들어가야 하는데, 하드웨어 중심의 지원사업에선 배제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보면 중간지원조직이 우후죽순 생겨서 역할이 중복돼 버렸다. 활동가는 없고, 컨설팅만 너무 많다. 중간지원조직이 준공무원처럼 느껴지다 보니 관계가 경직되고, 갈등이 발생한다.

▲최병찬=정부 지원사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부처간 ‘칸막이’부터 해결해야 한다. 농식품부 주도로 농촌 고령자 삶의 질과 관련된 정책사업이 시군단위로 내려오는데, 시군단위 농정과 안에는 복지 담당 공무원이 없다. 담당 공무원이 부서에 없으니 현장에선 소통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농촌은 다양한 영역에서 고민이 늘어나고 있는데, 행정파트너가 유연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농촌지역의 사회적 일자리
“농촌지역 사회적 활동가 가치 인정을”

일자리 정책, 도시·중기 집중
농촌지역 일자리 접근도 필요


▲김훈규=인재발굴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기존 주민들의 능력도 높지만 일정부분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마을 간사나 사무장 등 지역주민들과 관계를 만드는 인력이 투입되고, 이런 인력을 묶어내는 시스템이 진짜 중간지원조직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일자리 정책이 도시지역,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는데, 농촌지역 일자리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인력의 재배치는 고령화와 직접적 연관이 있다. 농촌지역에 투입된 인력이 고립되지 않도록 지역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하고, 이들을 지원하고 컨트롤 하는 인력도 필요하다. 결국은 사람이 관건이다.

▲권혁범=공감한다. 처음 귀촌했을 당시 3년간 묵언수행을 했다. 농촌공동체에 기여하고 싶었지만 외부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있었다. 그때는 억울했는데, 외부인에 대한 기본적인 경계라고 생각했다. 마음을 열 때 까지 기다려주는 방법 밖에 없었다. 지금 농촌에는 일할 사람이 없다. 농촌지역의 사회적 일자리 마련에 대한 정부 차원의 설계가 시급하다.

▲최병찬=농촌 내부에서는 지역주민들이 함께 하다보니 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언론에서 기획기사 등을 통해 문제인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농촌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은 외부에서 온 활동가들인데 그냥 두면 싸움꾼으로 전락할 수 있다.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다는 사례를 발굴하는 동시에 활동가들의 가치가 재조명될 수 있으면 좋겠다.

▲김정섭=그동안 농업·농촌 정책을 경제정책 위주로 생각했다. 공무원이 직접 하거나 시장의 영역에서 돈을 많이 벌게 해주자는 경제활동지원이 주를 이뤘다. 삶의 질과 고령화 문제는 공무원도 아니고 시장도 아닌 어중간한 문제가 많다. 결국 사회적 일자리로 가야하는데, 인건비 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가사노동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가치는 매우 중요한 것처럼, 농촌에서의 사회적 일자리는 정말 중요하다. 활동가가 없으면 삶의 질과 고령화 문제를 헤쳐 나갈 수 없다. 농촌에서 사회적 활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농촌 정책에서 매우 절실하다.<끝>

정리=이기노·안형준 기자 leekn@agrinet.co.kr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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