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를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중앙집권적인 사회·경제·정책구조이다. 중앙집권적 구조는 효율적인 장점도 있지만, 획일화라는 단점도 있다. 우리나라의 중앙집권적 특성은 동양적 사상과 역사적 관습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자치를 실시한지 거의 30년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독자적인 정책은 매우 제한적이다. 지방의 자주적이고 독창적인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방분권이 가장 우선적 실천수단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지방이양일괄법,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 조정 등의 구체적인 실천수단을 제시하고 있다.

중앙집권적 농정 추진 ‘효과 의문’

이러한 우리나라의 특성을 전제로 하더라도 농업농촌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서 더욱 중앙집권적이다. 몇몇 지방정부에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독창적인 농업농촌정책을 추진하다고 하지만, 실제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구체적인 실천수단이 없거나 농정현장에서 그 정책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혹자는 해당 지방정부에 대해 부정적 비판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이 제한적이라는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행정사무, 그리고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은 7:3이다. 그런데 농업농촌정책의 경우는 행정사무와 세원의 비중이 9:1이다. 이것은 농업농촌분야의 정책이 다른 영역에 비해서 중앙집권적 경향이 더욱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지방정부가 농업농촌정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거나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현실적 의문을 갖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간 농업농촌정책은 농림축산식품부 정책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농림축산식품부의 예산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왔다.

시군구 독자적 사업 간섭 말아야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농업농촌정책은 지역별로 모두 동일하다고 할 수 있고, 지역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단적인 사례로 농림축산식품부의 사업 중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을 꼽을 수 있다.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은 포괄보조사업 중 시군구 자율편성사업이다. 이 사업은 시군의 특색을 반영한 자율적인 사업을 지향하고 있다. 시군구 자율편성사업은 시군구에서 독자적인 사업을 기획·집행하고, 농림축산식품부는 사후평가를 통한 관여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림축산식품부는 아주 상세한 사업지침을 제시하고 있고, 사업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아주 세밀한 간섭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은 전국적으로 모두 동일하게 되었다.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은 국비를 100% 지원하는 국가사업이 아니다.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은 지역발전특별회계 중 지역계정, 그 중에서 시군구 자율편성사업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업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심사와 선정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이 사업에 대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모니터링을 통해서 지방정부에 대한 차후년도의 예산을 통제하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30년간 추진해 온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의 정책성과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는 모두가 그 문제와 한계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고,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농식품부 과도한 권한 이양 시급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농촌분야의 지방분권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농업농촌정책은 현장의 주민과 매우 밀접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농림축산식품부가 모든 권한을 갖고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분권은 가장 중앙집권적인 농업농촌분야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지역발전특별회계 중 시도 및 시군구 자율편성사업에 대한 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과 농업농촌분야의 위임사무를 지방사무화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만 농민과 농촌주민이 필요로 하는 농업농촌정책이 기획되고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방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다양한 농업농촌정책이 그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렇기 때문에 농업농촌발전을 위해서는 지방분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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