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안정적 구매처 확보
축산물 저렴한 공급 반면
소규모 패커 쇠퇴
소농·가족농 계약농 전락 우려

생산자·지방자치단체 등
패커 설립해 독과점 대응을


가축 사육부터 도축·가공·유통·판매까지 책임지는 축산물 패커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패커 시스템 도입 시 대형 패커들의 독과점 문제, 이로 인한 소규모 패커, 소농·가족농의 쇠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정책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축산물처리협회는 지난 15일 협회 창립 25주년을 맞아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에서 우리나라와 중국·미국·일본의 축산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창립 25주년 기념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중·미·일 축산업 상생의 길’이란 주제로 열렸던 이번 세미나에서 정찬진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교수는 미국의 도축산업에 대해 소개하며 대형 패커의 등장으로 나타난 긍정적인 요소와 문제점들을 제시했다.

정찬진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는 2015년 기준, 연간 도축량 100만두 이상 대형 도축장이 소 13개소, 돼지는 28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소의 경우 1995년 14개소에서 13개소로, 돼지는 33개소에서 28개소로 대형 도축장 수가 감소했지만 합병을 통해 개소 당 규모는 증가했다.

축종별로 살펴보면 소 관련 패커 중에서는 ‘타이슨 푸드’와 ‘제이비에스 유에스에이’, ‘카길 비프’, ‘내셔널 비프 패킹’ 등 4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 대형 패커들은 하루 최소 1만2000두~2만9000두 수준의 도축량을 처리하고 있다. 돼지 관련 패커 중에서는 ‘스미스필드’, ‘제이비에스’, ‘타이슨푸드’, ‘호멜’ 등 4개 업체가 76%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의 하루 도축량은 하루 최소 2만9500두~12만2300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이 대형 패커가 등장하면서 가져온 장점은 도축 비용 등의 절감을 통해 보다 저렴한 가격의 육류 공급이 가능해 졌다는 것. 예를 들어 연간 도축능력 17만5000두 수준의 소 도축장에서는 마리 당 102.3달러의 도축비용이 필요하지만 110만두 수준의 도축장에서는 도축비용이 마리 당 97.7달러 수준으로 줄어든다.

또한 대형 패커로 인해 생산자들은 안정적인 구매처 확보가 가능하고, 패커의 특성에 맞는 고품질 축산물 생산으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고품질의 다양한 축산물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게 정찬진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 교수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 판매·구매 시장에서 대형 패커의 독과점으로 인해 시장 지배력이 증가하면서 소규모 패커가 쇠퇴하고 소농·가족농이 계약농으로 전락하는 문제가 발생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가축질병이 발생할 경우 전파 속도가 빠른데다, 도축 폐기물·폐수 처리 등 도축장 환경문제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도 정 교수가 언급한 대형 패커 시스템의 문제점들이다.

정찬진 교수는 “한국에서도 패커에 대한 관심을 갖고서 중간 단계로 도축장 구조조정을 통한 대형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패커가 생겨나게 된다면 미국의 패커 시스템에서 나타난 장점은 살리고 부정적인 부분은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어 “특히 축산 농가의 계약농 전락 등 소농·가족농의 쇠퇴 문제에 대해서는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부·생산자단체·도축업계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생산자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패커를 설립해 대형 패커의 독과점에 대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 앞서 진행된 축산물처리협회 창립 25주년 기념식에서 김명규 축산물처리협회장은 “우리 도축산업이 걸어 온 지난 25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안전한 축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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