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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기 칼럼] 종자, 식량전쟁의 출발점정문기 친환경농축수산 유통정보센터장·논설위원
   
 

지난 10월 26일 매우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전북 김제 민간육종연구단지 일원에서 개최된 ‘제1회 국제종자박람회’가 바로 그것이다. 종자 분야 국내 유일의 박람회로, 우리 품종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렸으며 종자산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강한 의지를 담아냈다는 평가다. 정체돼 있는 국내 종자산업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

인류는 1만년 전부터 종자에 의존한 농업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가을 수확기가 되면 가장 좋은 종자를 선택해 이듬해 파종 때까지 소중히 보존할 정도로 종자는 매우 귀한 존재였다. 이렇다보니 ‘농부는 굶어죽을지언정 종자는 베고 죽는다’는 속담까지 생겼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농사를 위해 종자는 남겨둔다는 뜻이다. 이만큼 우리 조상들은 종자를 소중히 여기고 중요시했다. 끝없는 종자개량에 힘입어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종자산업은 차세대 성장 유망산업으로 부각됐고, 종자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이 더더욱 강조되면서 전 세계는 이를 선점하기 위한 무한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이것이 바로 ‘종자전쟁’이다.

무엇보다 종자의 가치는 식량문제 해결에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현재 34개국이 식량부족 사태를 겪고 있으며 세계 인구의 11%가 굶주리고 있다고 추정한다. 더욱이 2050년에는 세계인구가 90억명을 넘어서게 된다. 1인당 곡물 소비량 증가에 따른 식량 자원·무기화는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로 인한 식량전쟁은 한층 더 가열될 것이 뻔하다. 그래서인지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할 종자산업의 수준이 이제는 강대국과 약소국을 구분하는 척도가 될 정도다.

더욱이 최근 들어 종자산업은 첨단 생명공학 기술, 기능성 식품, 의약품 원료, 바이오연료 등과 접목하면서 고부가가치 첨단 융·복합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종자산업 규모는 2014년 537억달러(약 64조원)에서 2020년에는 920억달러(약 110조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종자산업 상황과 여건은 아직 빈약하다.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국내 1~4위 종자회사가 다국적기업에 매각됐고. 국내 종자시장 규모 역시 세계 시장의 1.1% 수준인 4억5000만달러에 머물고 있다. 종자 산업체 10곳 중 9곳은 개인이 운영이 운영하는 소규모 업체인데다 전문 인력의 고령화도 심각하다. 국립종자원 조사를 보면 종자 판매액을 기준으로 5억원 미만인 소규모 업체가 전체의 87.9%에 달했다. 10개중 9개가량이 소규모 업체인 셈이다. 또 소규모 업체 상당수가 법인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 종자산업의 기초라 할 수 있을 육종 전문 인력도 매우 부족하다. 종자산업 종사자 1만여명 가운데 육종 전문 인력은 10%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10명 중 4명은 50대 이상이다.

물론 정부도 종자가 금값보다 비싸다는 의미의 ‘황금종자 프로젝트’ 이른바 골든시드 프로젝트(GSP)를 통해 종자수출과 수입대체 달성이라는 구체적인 사업목표를 설정하고 적극적인 연구 및 개발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21년까지 8000억원을 투입해 국내 종자산업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종자산업은 제조업이나 건설업과는 달리 곧바로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품종개발에 짧게는 5년부터 길게는 20년까지 반복되는 실험이 요구되는 등 긴 안목이 필요한 것이 종자산업의 특성이다. 지속적인 투자와 전략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내년부터 시작되는 제2차 종자산업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제대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당연히 그 밑바탕에는 올해로 끝나는 1차년도 종합계획에 대한 정확하고 면밀한 평가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종자주권을 강화하고 식량안보의 기틀을 다질 수 있는 전략적 방안 또한 반드시 포함돼야 할 것이다. 예로부터 후손과 미래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 여겨질 만큼 귀한 존재로 인식됐던 종자산업이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면서 미래 신 성장 동력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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