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국민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돼 농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일 열린 ‘한·미 FTA 공청회’가 농업인들의 반발로 사실상 무산됐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요건 충족으로 보고 ‘통상조약 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빠르면 12월부터 개정협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의회에 한·미 FTA 개정협상과 관련한 어떤 보고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개시절차 완료는 농산물시장 완전 개방이란 굴욕 협상의 천명이나 마찬가지다.

통상관계자가 ‘농업의 중요성과 상징성을 인식해 협상에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것을 농업계는 잘 안다. 이미 11년 전 한·미 FTA 협상을 앞두고도 똑같은 발표를 했기에 농업계가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깊다. 한·미 FTA는 발효와 함께 5년 동안 농업분야 피해만 가중시켰다. 지난해 농업분야에서 64억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쇠고기의 경우 지난해 10억3497만 달러(16만9000톤)로 최대 수입국이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국내 농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176개 민감품목(HS 10단위)의 관세 즉시철폐를 비롯해 연간 10만여 톤에 달하는 미국 쌀의 수입쿼터 보장, 동식물위생검역조치(SPS) 완화와 축산물 지역주의 적용 등을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또한 2026년 0%가 되는 쇠고기 관세 즉시철폐와 30개월령 폐지 요구도 예상된다. 국내 농축산업 기반 붕괴로 직결되는 사안들이다. 정부는 협상을 앞두고 경제적 타당성 조사나 농축산업에 미치는 영향조사 등도 무시했다. 현행 협정만으로도 충분히 불공정하다. 개정협상이 아니라 폐기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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