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

 

“농어업을 지키고 있는 농어민을 위해 여야가 발 벗고 나서겠습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경기 부천원미을) 의원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으로 9월 28일 선출되자마자 곧바로 ‘일’을 시작했다. 10월 12일부터 올해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치렀고, 10월 31일에 국감이 끝나자마자 일주일 후인 11월 7일에 ‘예산국회’를 시작했다. 지난 3일, 눈코 뜰 새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설훈 위원장을 만나, ‘농업·농촌·농민’과 함께 쌀값, 한·미 FTA 개정협상,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등 농정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한·미FTA 재협상 선제적 대응 
쌀 등 농산물 추가개방 없도록
농업분야 대응전략 면밀하게 수립 
피해대책 확충 등 정부에 촉구

청탁금지법 개정 노력 
‘부패방지’ 긍정적 효과 크지만
농어업인들엔 되레 어려움 줘
하루 빨리 시행령 개정 협의 계획

가장 큰 숙제는 ‘쌀’
생산편중 줄여 농가 전체소득 제고
막걸리·특산주 등 소비처 확대
사료용 쌀 재배효과 분석해 봐야


▲지난달 국감이 끝났다. 소감을 부탁드린다.
-이번 국감을 마무리 지으면서 농어촌을 살리기 위한 노력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 앞으로도 국회와 정부, 관계자들이 앞장서서 우리 생활과 직결된 농어촌의 환경을 개선하고, 농어민의 소득증대와 쌀가격 안정 등을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을 당부드린다. 특히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먹거리와 지역특산물처럼 지역적 특성에 따라 공급할 수 있는 농어업생태환경과 유통구조를 개선해 농어업 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여야가 힘을 모아 농어촌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의 해법을 모색하고 농어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함께 하겠다. 농해수위원장으로서의 사명도 다할 것을 약속한다.

▲농해수위를 겪어본 분위기는 어떤가.
-이번 국감을 통해 모범 상임위로 정평이 나 있는 농해수위 분위기를 실감했다. 타상임위를 역임하면서 농해수위 정책감사·생활감사에 집중하는 모범 상임위라는 것을 익히 들었다. 농해수위원장으로서 국감을 이끌면서 이와 같은 면모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간혹 정치적 쟁점으로 인한 여야간 의견대립이 있거나 야당이 보이콧을 하는 등 마찰이 있긴 했지만, 농해수위원들은 여야없이 오직 농어민만을 위한 정책질의에 집중했다는 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생산적인 의정활동을 통해 농어민을 위한 정책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많은 힘을 보태겠다.

▲국감에서 인상 깊었던 질의가 있다면.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에서 수입농산물이 유통되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 농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농협 본연이 역할인데,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농협이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농협공판장을 통해 수입된 농산물은 60만5288톤에 이른다. 농협은 미국 쇠고기나 각국의 수입농산물을 취급하지 않는, 오로지 국산 농산물을 판매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고, 이 때문에 국민들이 농협을 믿고 농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로마트에서 국산 농산물만 판다는 신뢰가 무너지고 수입산만 넘쳐난다면 농협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50년 동안 농협이 지켜온 명예와 신뢰를 고수해야 한다.

▲한·미 FTA 개정협상을 앞두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한·미 FTA 개정요구로 자동차와 철강 뿐만 아니라 미국이 한·미 FTA를 통해 가장 큰 혜택을 본 농어업분야까지 추가개방을 확대하라는 공세도 거세게 펼 것으로 판단된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쌀을 포함한 추가개방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미 FTA 개정협상은 농어민에게는 민감한 사항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더욱 신경써서 농어민은 물론 국익 중심으로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국정감사에서 농해수위원들도 한·미 FTA 개정협상 문제에 대한 선제적인 대처를 정부에 주문했다. 농어업분야 대응전략을 면밀하게 수립하고, FTA 피해보전을 위한 지원책을 확충하는 것도 필요하다.

▲청탁금지법도 최대 농정현안 중 하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청탁금지법 시행 후 농식품 분야 영향’ 분석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효과에 대해 국민들은 대체로 긍정적 효과가 부정적 효과에 비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 설 기간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농축수산물 설 선물세트 판매액이 전년 설보다 2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으로는 일부 업종의 피해와 전반적 경기 둔화 등을 꼽았으며,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을 금지하려는 법이 오히려 농어민들에게 어려움을 가져다 준 셈이 됐다.

▲청탁금지법에 대한 농업계 우려도 큰데.
-국민권익위원회가 청탁금지법 시행 1년을 계기로 대국민 보고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농식품부는 농업분야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고, 농축산물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가액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청탁금지법은 다수의 국민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법인 만큼 법의 기본적인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실적으로 부담되는 경조사비는 10만원에서 5만원으로(화환별도) 낮추는 등 국회와 정부가 협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또한 합리적인 내용이 나온다면, 조기에 시행령이 개정될 수 있도록 협의해 하루빨리 조정된 가액기준이 적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농업예산이 부족한다는 지적이 많다.
-농업예산이 전년 대비 53억원(0.04%)이 증액돼 전년과 거의 동일한 수준에 그쳤고, 국가 예산 증가율 7.1%에 비해서도 예산이 낮게 편성됐다. 일자리 창출 등 국가적 과제를 수행하는 데 대규모 재정이 소요됨에 따라 농업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당초 재정당국은 농식품부 예산을 전년 대비 5100억원을 삭감해 편성했지만, 2차례의 당정협의를 통해 전년 대비 수준으로 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과정엣 쌀생산조정제 신규예산 1368억원 등 현장수요가 큰 사업의 지원을 확대하기도 했다. 주어진 예산으로 내실있게 운영하는 것이 좋겠지만, 농축수산식품 발전을 위해 추가적으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가장 관심있는 농업·농촌 분야가 있다면.
-농촌을 살릴 수 있는 원동력은 귀농·귀촌에 있다. 농촌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이를 메워줘야 하는데 그게 바로 귀농·귀촌이다. 귀농인이 1만2000여명 된다고 한다. 농식품부가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가고, 이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사람 한사람이 금쪽같다고 생각하고 확실하게 지원해줘야 한다. 지금은 1만2000명이지만 5만명, 10만명도 가능하다. 지리산쪽으로 귀농한 친구가 있는데, 이를 계기로 친구들이 귀농해서 살고 있다. 친구 예는 나이가 들어서 간 경우인데, 젊은 사람들도 농촌에서 충분히 농사짓고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귀농 외에 또다른 관심거리가 있는가.
-쌀문제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다. 논에다가 다른 작물을 심는 것인데, 뭘 심어서 경제적 효과를 낼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 과제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농업문제는 물론 재정당국의 큰 짐도 덜 수 있지 않겠는가. 쌀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될 것으로 본다. 또 하나, 남북관계가 다시 트였으면 한다. 그러면 농촌문제의 상당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쌀만 보더라도 쌀을 북한과 교환하면 해소할 수 있다. 남북관계가 당장 해결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바람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쌀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쌀 가격안정과 수급문제는 역대 정부가 풀지 못해 온 숙제이자, 농업분야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원과제다. 쌀은 전체 농업 생산액의 15%를 차지하고, 쌀 농가가 전체 농가의 57%에 이르는 등 우리나라 농업의 주축이 되는 품목이기 때문에 ‘쌀’은 언제나 농정현안의 중심에 있다. 쌀값 안정이란 측면에서 현재 20년 전 가격인 15만원대를 회복한 것에 만족할 수는 없지만 정부와 농업 관계자들이 최선을 다한다면 쌀값 안정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 수급안정을 위해서는 쌀 생산을 줄이고, 다양한 소비자원을 개발해야 한다. 때문에 쌀 이외의 식량작물을 늘리고, 쌀 생산편중을 줄여 농가 전체소득을 제고하는 전환도 고민해야 한다.

▲또다른 쌀 수급안정책이 있다면.
-새로운 소비처도 발굴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일본은 연간 30만톤에 이르는 술 원료를 자국산 쌀로 충당하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술 원료로 소비되는 쌀은 불과 5~10만톤이며 대부분 수입쌀이다. 막걸리나 지역 특산주를 비롯해 새로운 소비처를 대량 늘려야 한다. 공급과잉을 막고 쌀값도 올리기 위해서는 사료용 쌀 재배 효과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2008년부터 사료용 쌀 재배를 시작하면서 쌀 생산량은 현재 100만톤 이상으로 줄고 있고, 쌀값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적으로 쌀값을 안정시켜 차기 목표가격 인상여건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농어민들에게 한마디 건넨다면.
-농업은 정직함을 대변하는 산업이다. 노력한 만큼 수확하는 것이 농업이며, 농민들은 내가 생산해 낸 먹거리가 내 가족과 친구는 물론 국민의 양식이 된다는 자부심과 열정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다. 국가의 농업을 책임지고 있는 농민들을 위해, 농민들이 안정된 생활환경에서 농업생산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 정부와 농업계 관계자, 그리고 국회가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제 지역구인 부천이 도시지역이긴 하다. 지역 국회의원이지만 국민의 대표이기도 하기 때문에 농해수위원장으로 있는 한 농어민의 이익을 지켜내고 이들을 대변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반드시 실천할 것이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