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가축분뇨시설 설치 시
마을회·이장단 동의 취득 항목
행정소송서 '위법' 판례 다수

'비고의성' 가축분뇨 무단 방류
3개월 정지 또는 과징금 조치
상한액 3억까지 증액도 '과해'

현실 고려없이 단속만 초점
농가 반발·불법 조장 의견 등 
환경도시위 심사서 일단 보류 


제주특별자치도가 가축분뇨 관리 및 처벌 강화를 위해 ‘제주도 가축분뇨의 관리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에 나서 분뇨에 가장 민감한 양돈농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부정행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내용이 상위법을 넘어서는 등 산업 차원의 현실적인 고려 없이 규제와 강력한 단속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내놓은 가축분뇨의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안에는 △고의적인 가축분뇨 불법 배출이나 허가·신고 없이 배출시설을 설치한 농가의 즉시 허가 취소 및 폐쇄명령 조치 △과징금 처분 산정기준 강화 및 상한액(3억원) 증액 △신규 가축분뇨배출시설 설치 시 반경 1km 이내 마을회 및 이장단 동의 취득 △분뇨배출시설 설치 금지 장소에서의 배출시설 설치 및 변경허가 미 취득 상태에서의 배출시설 변경 시 즉시 폐쇄·사용중지 명령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개정안의 일부 조문이 상위법 위배 소지가 있고, 또 정부가 최근 추진하는 정책과도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양돈농가에서 가장 첫 번째로 지적하는 부분은 새롭게 가축분뇨배출시설을 설치하려 할 때 인근 마을회 및 이장단의 동의를 취득하도록 한 것. ‘주민동의서 등의 이유를 들어 건축인허가를 불허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다수의 행정소송판례가 있어 이는 위법사항으로 볼 수 있다. 제주도 축산부서에서도 이 조항에 대해서는 ‘과도한 제한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례 위반사항에 대한 과징금 산정 또한 ‘상위법을 넘어선 조치로 너무 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천재지변이나 가축분뇨 처리장비의 고장 등에 의한 ‘비고의성’ 가축분뇨 무단 방류 시 가축분뇨법 상에는 경고를 주도록 명시 돼 있으나 제주도의 가축분뇨 조례 개정안에는 3개월 사용중지 명령 또는 과징금 조치하도록 하고 있다. 또 과징금 산정 기준도 가축분뇨법보다 강화돼 있어 ‘법률의 계도적 기능을 배제하고 징벌적인 기능만 강화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징금은 사용중지일수에 1일당 부과금액(100만원)을 곱하고, 여기에 배출시설규모를 감안한 가축별 부과계수를 다시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하는데, 상위법에서는 이 때 과징금 부과 범위를 1억원 이하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의 가축분뇨 조례 개정안에서는 상한액을 3억원까지 증액시켰으며, 가축별 부과계수도 배출시설규모별로 최소 2.5배에서 5배까지 확대했다. 양돈 농가들이 가장 많이 분포 하고 있는 배출시설 규모 2000㎡이상 3000㎡ 미만 농장의 경우, 가축분뇨법 상 계산법으로는 1개월 360만원, 3개월 108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되지만, 제주도 조례 개정안에 의한 산정방식으로는 1개월 6000만원, 3개월 1억8000만원의 과징금이 산출돼 모법에 따른 과징금보다 16.7배나 더 부과 받게 된다.

무허가축사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의 경우 정부가 추진 중인 무허가축사 적법화와 동떨어진 조항이라는 게 축산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제주도 조례 개정안에는 배출시설의 설치가 금지된 장소에 배출시설을 설치했거나 변경허가 또는 신고를 하지 않고 배출시설을 변경한 경우 즉각적인 폐쇄명령(금지 장소 설치)이나 사용중지 명령 후 시설허가 취소(변경 허가 및 신고 미실시)를 하도록 명시돼 있다. 즉, 무허가축사의 경우 축사의 즉시 폐쇄나 사용중지 명령 후 허가 취소가 가능하도록 한 것. 이는 법률에서 정한 무허가축사 유예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모법과 제주 가축분뇨 조례가 상충되는 것으로, 양돈 농가들은 모법과 동일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다행히 제주도 가축분뇨 조례 개정안은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개정안 일부 내용이 상위법 위배 소지가 있고, 개정안 통과 시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농가가 드물어 불법 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의견 등이 제기돼 일단 심사가 보류됐다.

하지만 환경규제에 대해서는 도의원들 사이에서 보다 강력하게 조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일부 수정 보완 과정을 거친 후 조례 개정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제주도의 이 같은 시도가 지속될 경우 타 지방자치단체에도 양돈 산업 규제에 대한 선례가 될 수 있어 축산업계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가축분뇨의 고의적인 불법방류를 예방하기 위해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상위법을 넘어선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상위법과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테두리 안에서 농가와 축산업 전체를 감안한 제도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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