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란 젠더&공동체 대표

시골장날이면 으레 보따리를 이고 지고 노점에 물건을 팔러가는 여성노인들을 볼 수 있다. 도시 도로 한 귀퉁이에서 깔판도 없이 눈비 가림막도 없이 물건을 팔아 꼬깃꼬깃 현금을 비닐에 싸서 지갑에 넣어 못다 판 물건을 이고지고 마을로 돌아오신다. 이것이 그나마 시골에서 노인들이 쥘 수 있는 유일한 현금이다.

강원도에 있는 송촌농장은 농산물 직거래를 시작했고, 촌닭을 판매할 때 마을 노인들의 감자며 옥수수를 함께 팔아주기도 한다고 한다. 송촌농장만이 아니라 많은 농촌마을의 직거래 농가들이 자발적으로 마을 어르신들의 농산물을 소소하게 판매해 주는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고령 여성들의 경우 문맹자가 많고 전자상거래를 이용해서 농산물을 판매하고 관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체험마을을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면 이런 경험을 하는 농촌마을은 많다. 세종시의 경우 영세농가 노인들을 위해서 로컬푸드에서 노인들의 농산물을 직접 수거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납품할 만큼의 많은 양이 아니고 제때 판매와 수거가 이루어져야 싱싱한 농산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 여성농민·소농을 위한 경제

문재인 정부의 공약 중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 시킨다는 조항에 솔깃한 것은 바로 고령농가, 소규모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소득과 연계에 대한 고민이 크기 때문이다. 농어촌 지역에서 사회적 경제 유형은 농어촌공동체회사,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유형이 대부분이다. 특히 최근 로컬푸드가 활성화되면서 지역순환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핵심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자와 직거래를 통해서 국민건강도 지키고 농업소득의 부가가치를 증진시키는 일일 것이다. 농가맛집 등 농촌의 6차산업 역시 마을의 소규모 농가의 소득 지지를 지원하는 일에 도움이 되도록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녹치 않다. 이는 지역의 특성과 여건에 기반한 사회적 경제 조직 운영이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는 지역특성, 주민들의 욕구에 따라 다양한 사업과 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주민의 필요와 욕구를 조직하고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증진하기 위한, 사회적 필요를 연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농촌지역의 사회적 경제는 어떻게 조직되고 운영되어야 할까?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많은 정부 정책사업이 그래왔듯이 정보접근성이 높은 세대와 계층이 우선적인 수혜를 갖게 된다면 누구의 사회적 필요가 우선될 것인가? 사실 지금까지 추진된 많은 농어촌 지역 6차산업 운영자나 수혜자, 체험마을 수혜자, 사회적 기업이나 공동체 회사 참여자를 분석해 보면 농촌지역에서 사회적 경제가 어떻게 추진되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최우선 과제는 ‘돌봄과 소득실현’

농촌지역의 사회적 필요는 무엇인가? 취약계층은 누구인가? 그들의 필요를 어떻게 조직하고 어떻게 참여하도록 만들 것인가? 농촌지역에서는 돌봄과 소득의 실현이라는 사회적 필요가 최우선적인 과제이다. 취약계층은 당연히 고령농민, 특히 여성노인 가구들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이들의 전통지식을 반영하고 삶을 개선시키는 사회적 경제 조직과 지원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일본의 ‘피차일반’ 생협이나 은퇴노인들의 은퇴농장을 운영하는 사례 등은 사회적 경제가 농촌지역에서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사회적 경제 정책이 농어촌 지역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농어촌지역 사회적 경제 정책과 운영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및 정책의 확립이 필요하다. 혜택을 받는 사람만 집중해서 수혜대상이 되는 정책, 수혜 마을이 계속해서 중첩된 지원을 받는 각종 마을개발 정책. 마을기업이나 공동체 회사, 협동조합의 구성원 역시 좀 더 젊은농가, 귀농농가 등 정보 접근성이 앞서가는 사람들로 채워지는 효율성 낮은 정책을 손질해야 한다.

농촌지역 특성·주민 욕구 반영을

그마나 여성노인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꾸러미 사업 등 소농 직거래 사업, 지역 내 로컬푸드 참여 확대 지원, 마을 고령자들의 돌봄 영역, 지역 내 인구늘리기 관련 사업 등을 활성화하는 사회적 경제 조직이나 운영을 위한 농촌 특화 사회적 경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농촌지역이나 도시지역이나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지침이 아닌 고령농업인, 소농을 지원하는 사회적 경제의 운영과 지원이 대폭 변화되어야 한다.

사회적 경제의 핵심이 지역의 자원을 지역민의 참여에 의해 그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영역에 집중되어야 한다면 농어촌 지역에서 사회적 경제의 추진과제와 방식은 새롭게 점검되어야 한다. 노인여성, 소농들의 이해와 필요가 실현되는 <농촌형 사회적 경제> 정책의 제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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