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농업인의 날(11일)’을 맞았지만 농업인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농업인의 날은 1996년 제정과 함께 매년 11월 11일 정부 주도 기념식과 함께 우수농업인을 비롯한 관련기관·단체 관계자들을 시상, 표창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인의 날은 출범부터 농업인들의 자발적 의지보다 당시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시장개방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정부가 ‘농심 달래기’ 일환으로 제정한 수동적 기념일이란 성격을 저버릴 수 없다.

농업인들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시작으로 한·중 FTA까지 급격한 시장개방과 함께 생산비를 건지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미 FTA의 경우 2013년 발효 이후 5년 동안 매년 농축산물 수입이 증가했다. 지난해 농축산물 적자만 64억4000만 달러에 달한다. 관세감축 품목이 늘어날수록 수입도 증가한다. 특히 지난 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과 함께 한·미 FTA 개정협상이 본격화돼 시장개방 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농업인의 날을 즐거워할 수 없는 이유의 하나다.

더욱이 올해는 헌법 개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농업인의 권리 조항까지 삭제될 우려가 제기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초 국회의 헌법 개정 논의 초기부터 농업인 대표나 농업관련 전문가가 배제됐다. 또한 현행 헌법에서 규정한 121조 ‘경자유전의 원칙과 농지소작제도 금지’ 조항 삭제의견이 거론돼 농업계의 공분을 샀다. 이에 반해 스마트팜과 경영효율성 등을 이유로 대기업의 농업 진출 시나리오는 끊임없이 제기된다. 농업인들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억지 논리다. 따라서 경자유전 원칙과 농업·농촌의 다원적·공익적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 개정에 농업인들의 역량을 집중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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