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을 앞두고 배추·무 주산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재배면적 증가와 기상 호조로 가을·겨울배추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격 폭락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지를 찾는 수집상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주산지마다 밭떼기 거래물량이 크게 줄어들었고 이미 체결된 계약마저 일방적으로 파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계약서를 쓰고도 소송을 진행할 돈과 시간 등 여력이 없는 농민들은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1일 농업관측에 따르면 가을배추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147만톤으로 전망되고 있다. 작황이 부진했던 지난해보다 34만톤, 평년보다는 4만톤 정도 늘어난 물량이다. 겨울배추 생산량도 32만~33만톤으로 작년대비 24~28% 증가할 전망이다. 이미 생산 과잉에 대한 우려로 배추값은 추석 이후부터 급락하기 시작,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마땅한 판로를 찾지 못한 농민들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는 우선 채소가격안정제 등을 활용해 11월 중 배추 2만톤을 산지 폐기하고 12월 가을배추 3000톤을 수매·비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이 정도 대책으로는 배추 수급안정이 어렵다는 게 산지의 여론이다. 농식품부는 하루라도 빨리 산지 실정을 정확히 파악해 배추 격리시기를 앞당기고 폐기물량을 늘려야 한다. 특히 해마다 가격 파동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그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때다. 덧붙여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중국산 김치 수요 차단을 위한 음식점에 대한 원산지표시 단속과 국산 김치 소비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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