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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추가개방 요구시 농업보조금 문제 따져야"한·미 FTA 개정협상 관련 긴급 간담회
   
▲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한·미 FTA 개정협상 관련 긴급 전문가 간담회’에서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농업분야 제외, 미국의 추가개방 요구에 따른 대응책 마련 등 한·미 FTA 개정협상을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들이 제기됐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미 FTA 개정협상 관련 긴급 전문가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농업분야를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배제할 것을 촉구하는 가운데 미국의 추가개방요구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는 한편, 한·미 FTA 등 농산물 시장개방 우려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미국, 최근 5년간 직불금 지급액
연평균 169억 달러 달해
농업소득 총액의 27% 차지

쇠고기 관세 즉시 철폐 
ASG 발동기준 무력화 등 요구 예상
다양한 시나리오 만들어 대비를

개헌 통한 '농업조항' 신설  
국민 공감대 형성 기회 삼아야



▲한·미 FTA, 명분없다=한·미 FTA가 ‘부당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민수 한농연 정책실장은 현행 한·미 FTA 협상 결과의 문제점을 짚었다. 

한 실장은 “한·미 FTA 협정문에 명시된 농산물세이프가드(ASG)의 발동조건이 현실에 맞지 않게 매우 까다로운 점이 문제”라며 “우리나라는 쇠고기·돼지고기·사과 등 30개 농축산물에 ASG를 발동할 수 있지만, ASG가 발동할 물량이 너무 높게 설정돼 발동가능성이 0%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또, 한 실장은 “낙농품의 경우 우리나라는 관세를 장기간에 걸쳐 철폐하는 조건으로 미국에 다량의 무관세쿼터를 내줬는데, 무관세쿼터가 매년 3%씩 복리로 늘어나면서 미국산 낙농품 수입량은 FTA 발효 전보다 2배로 늘었다”고 덧붙였다.

이상길 본보 논설위원(한국농어민경제연구소장)은 ‘명분없는 FTA’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논설위원은 “정부가 국감에서 ‘한·미 FTA는 무역측면에서만 볼 게 아니라 우리 경제의 대외신뢰도나 거시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같이 봐야 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FTA를 체결할 때 무역이익을 주장했던 것을 상기하면 궁색한 변명”이라며 “이익이 없는데도 FTA를 고집하는 것은 사대적 태도이고, 국익을 해치는 태도이며, 오래된 통상적폐”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논설위원은 “한·미 FTA 발효 전과 비교하면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이 평년 대비 14.1% 증가했다”며 “쇠고기 자급률은 36% 이하로 하락했고, 한우농가는 15만호에서 8만호로 감소했으며, 각종 FTA로 원유 자급률이 65.4%에서 62%로 낮아졌다”면서 한·미 FTA를 포함한 여타 FTA로 인해 피해가 컸다는 점을 지적했다.

▲농업, 협상대상 제외=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농업은 반드시 제외할 것을 촉구했다. 한민수 실장은 “한·미 FTA 협상 결과 대표적인 피해산업이었던 농업분야는 개정협상 대상에서 완전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농업은 제외해야 한다는 게 합리적인 요구이지만, 미국이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 이익을 찾기 위해 농업을 건드릴 가능성이 있어 전략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서 임 교수는 일본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상과정에서 5대 성역(쌀, 유제품, 사탕수수, 밀·보리, 쇠고기·돼지고기)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가 의회가 결의안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국회’ 활용을 주문했다. 여기에, 한·미 FTA 개정협상에 대한 대내 반대 목소리를 적극 알려야 한다는 점도 당부했다.

이창훈 산업통상자원부 대미협력팀장은 “농업분야에 대한 추가요구는 과도하고, 농업인들의 우려가 있으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 추가개방을 하는 것이 국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국정감사에서 농업분야를 ‘레드라인’으로 언급하면서 지켜내겠다고 약속했고, 미국에도 회의를 진행할 때마다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용호 농림축산식품부 동아시아자유무역협정과장도 “현 단계에서 개정협상 범위에 농업이 포함됐는지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농산물 추가개방은 불가하다는 입장이고, 현재 농식품부에서는 한·미 FTA 개정협상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추가요구?=미국이 국산 농축산물 시장의 추가개방을 요구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이 같은 미측의 움직임에 면밀히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농협중앙회의 허용준 농업미래경영연구소 유통연구팀장은 “미국의 추가개방요구가 커지고 있다”면서 쇠고기 관세 즉시 철폐, ASG 발동기준 무력화, 쌀 TRQ 물량의 미국 쿼터 증량, 가금류 지역화 인정, GMO농산물 규제완화 등을 미국의 추가개방 요구사안으로 나열했다.

임 교수는 TPP 협상 때 검토됐던 ‘규범’을 미국에서 요구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규범의 주요내용은 ‘농산물에 대한 수출보조금 채택·유지 금지’, TRQ 관리운영 규칙 투명ㄴ성 강화, 가축전염병·식물병해충 관련 지역화 인정 등이다. 임 교수는 “이 규범 중에는 수입국인 우리나라에게 불리한 조항들이 많다”며 “공정한 무역이란 이름으로 규범을 들이밀 가능성도 있는 만큼 관세에만 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좌장을 맡은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는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보조금 문제는 왜 제기하지 않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미국이 추가개방을 언급할 때 우리나라가 제시할 수 있는 협상전략으로 ‘미국의 농업보조금’ 문제를 꺼낸 윤 교수는 “WTO협상에서 관세를 낮추는 협상 못지않게 보조금도 중요한데, 미국이 수십조원을 농업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69억달러의 직불금을 지급하고 있고, 이는 연간 농업소득 총액의 27%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연간 농업소득 총액 중 직불금은 4.6% 수준이다.

▲개헌 명분 삼아야=헌법 개정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주장도 있었다.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담보할 수 있는 농업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것. 한·미 FTA 개정협상이 시장개방으로 희생을 받아온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다.

임정빈 교수는 “농업·농촌에 왜 지원이 필요한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헌법에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담자”고 제안했다. 그는 “헌법은 최상의 규범이자 정책시행의 근본이 되는 만큼 농업·농촌의 유지·발전에 대한 정부의 책무를 강화하는 개념이 헌법에 들어가는 것까지 함께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길 논설위원도 “농정 패러다임을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한 농업과 직불제를 통한 농가소득 보장이란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언급, 이를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허용준 팀장은 스위스가 미국과의 FTA를 포기한 예를 들었다. 허 팀장은 “2006년 우리와 같은 시기에 미국과 FTA를 추진하다 농업부문의 전면 개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서 개시 선언도 하기 전에 포기했다”며 “이는 국민들이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스위스 연방헌법 제104조에 공익적 기능을 규정해 농정예산의 75%를 직불방식으로 농가에 지급하고 있고, 농산물 가격이 주변국에 비해 높은데도 국민의 90%가 농산물 가격이 낮거나 적당하다고 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 팀장은 “스위스 사례를 참고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명분에서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농축산물 추가개방의 수용불가 입장을 견지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기타=윤 교수는 정민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FTA이행지원센터장이 한·미 FTA 개정협상에 따른 향후 과제로 ‘FTA 피해보전직불금의 신청률 제고 및 농가수혜 확대 노력 필요’를 제시한 것을 두고, “대책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윤 교수는 “농사짓는 사람에게 농사를 짓지 말라고 하는 게 대책인가”라며 “전혀 현장감이 없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임 교수는 농업계가 스스로 한·미 FTA의 영향평가를 추진할 것도 제안했다. 그는 “동시다발적인 FTA로 인해 우리나라 농업이 피해를 입고 있는데, 왜 농업이 어려운지, 왜 농업의 가격조건이 낮은지, 왜 개방품목에 포함되지 않았는데도 피해가 있는지 등을 농업계가 직접 진다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토대로 국내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피력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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