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진 밥을 하는 데는 우리가 먹던 ‘추청’말고 ‘백진주’ 쌀이 좋더라”, “야관문(비수리)이 몸에 좋다는데 산에서 캐왔어.” 이런 대화를 들어보면 쌀과 야관문을 구하는 방법에는 큰 차이가 있다. 쌀은 자기가 원하는 식감, 맛을 가진 품종을 구입하는 반면, 야관문은 재배하고 있는 품종이 없어 야생에서 채취한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에 ‘품종’이 있다.

우리나라의 약용식물은 2100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작물로 재배되고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약용작물의 산업규모 확대와 신수요 증가로 자생식물 뿐만 아니라 아열대식물들까지 재배 작목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한 작물에 1000ha 이하의 소면적으로 주로 재배되고 있다. 또 극소면적 재배 작물은 재래종에 의존하고 있으며, 야생에서 채취하거나 외국에서 수입한 종자 등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짜 백수오’ 유통사례처럼 불명확한 종자를 통한 생산은 농민과 소비자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 수 있는 만큼 기원이 확실하고 균일하게 생산할 수 있는 품종을 이용해야 한다.

특히 새로 재배되는 약용식물, 또는 재배가 돼왔으나 일정한 품종이 없는 약용작물의 경우 ‘표준품종’이 필요하다. 표준품종은 다른 품종의 여러 가지 특성들을 비교, 검토할 때 표준이 되는 품종을 의미하지만, 약용작물에서의 표준품종이란 ‘육성품종이 없어 야생종 또는 재래종에 의존해 수량과 품질이 떨어져 원료생산의 표준화 및 상품화 향상을 위한 최초 품종’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약용작물 우량종자 보급률은 아직 18.6%에 불과하지만, 표준품종이 개발되면 기원이 확실하고 품질이 좋은 종자보급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에 통계로 잡히는 약용작물은 58개 작목이고, 지금까지 표준품종이 육성된 약용작물은 지황, 황기, 당귀 등 32개 작목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표준품종 개발의 첫걸음으로 이 58개 작목의 표준품종을 모두 개발해 보급하는 것이 시급하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올해부터 각 도 농업기술원과 협력해 표준품종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추후 수요가 많은 약용작물의 표준품종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약용작물의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기원이 확실한 식물을 이용해야 한다. 약용작물의 품질 표준화, 고급화를 위해서는 재배, 가공뿐만 아니라 작물 그 자체, 품종도 중요하다. 이처럼 약용작물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구자와 생산자의 노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똑똑한 소비자들이 바르게 알고 이용해야 한다고 여겨진다.

농촌진흥청에서 한발 앞서 약용작물 표준품종 개발을 하고 재배법을 확립한다면 제2의 백수오 사태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한약 자원의 주권 확보와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소비자들이 약용작물도 원하는 품종을 골라 구입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장재기/농촌진흥청 약용작물과장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