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부담 감소…수확기 저가 시장방출 관행 사라질 듯
8월 말 기점 구곡 재고도 소진…RPC 가격협상에 숨통


‘산지쌀값 회복세 전환’·‘수요량 대비 과잉생산량 이상 시장격리’·‘생산량 감소 전망’. 산지쌀값 회복을 위한 3가지 요소가 갖춰지면서 산지 쌀시장도 정상화되는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다. 대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올해 생산된 벼 물량을 수확기에 모두 농협 등에 판매하지 않고, 가지고 있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재고물량의 분산’이 예상되는 데다 산지RPC도 유통업체의 정기할인행사 이외에는 할인판매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고물량 분산 왜 중요한가?=지난해와 달리 올해 산지 분위기는 대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생산된 벼를 전량 농협 등에 판매하지 않겠다는 분위가 형성되고 있다. 농협중앙회 및 산지농협 등에 따르면 ‘10만평 이상 농사를 짓는 대군농가의 경우 농가에서 올해는 직접 재고를 가지고 가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산지쌀값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신곡수요량 대비 과잉물량 이상을 ‘시장에서 격리하겠다’는 대책이 나오면서 내년도 단경기 산지쌀값이 계절진폭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재고분산이 중요한 이유는 산지쌀값이 하락하면서 농민들이 생산된 벼 대부분을 농협에 판매해 왔고, 이로 인해 농협 중심으로 원료곡 재고가 집중되면서 재고부담을 느낀 농협이 수확기부터 저가 시장방출을 해 왔다는 점 때문이다. 가격하락 현상이 악순환을 거듭했던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농가에서 생산한 벼를 전량 수매해 왔던 한 농협통합RPC 한 관계자는 “단경기 가격 상승이 기대될 경우 농가도 일정 수준의 벼 재고를 가지고 있게 되고, 이렇게 재고가 분산되면 농협도 납품가격을 적정하게 조정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가격하락이 이어지면서 농가들도 농협에 전량 벼 매입을 요구해 왔고, 이에 재고부담이 늘어난 RPC들로서는 저가로 원료곡으로 판매하거나 유통업체에 원가 이하로 쌀을 납품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재고 분산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향후 전망=현장 농협RPC 관계자들은 쌀 수급 상황이 올해 수확기 전·후만 같다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농협통합RPC 관계자는 “사실상 수확기에 접어드는 9월 전에 구곡 재고량을 털고, 이후 9월 한 달간은 RPC 시설정비를 한 다음, 본격적인 매입에 들어가는 사이클이 가장 이상적”이라면서 “올해 이와 비슷한 현상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수확기를 앞두고 식자재업체가 선호하는 구곡이 필요물량 이상으로 재고로 남게 되면 일반시장에 저가로 밀어내기를 해야 한다. 지난해의 경우 11월말까지 이 같은 재고가 남아 있었고 생산도 과잉되면서 산지쌀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는 것.

하지만 올해는 8월말을 기점으로 대부분의 구곡재고가 소진되면서 9월부터는 조생종 신곡을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지기 시작했고, 생산량마저 전년에 비해 감소하면서 재고문제가 해소됐다는 것. 여기에 내년도 단경기 가격 상승이 전망되면서 농가들이 생산량 전량을 농협에 판매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이 겹치면서 재고량 분산은 물론, 소비지유통업체와 납품가격을 흥정해야 하는 RPC로서도 재고부담을 덜면서 가격협상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가격 회복세는 시장에서 요구하는 쌀의 양보다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이 떨어질 때 나타나는 것”이라면서 “만생종 수급 상황을 아직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최근년도처럼 농협으로 벼 매입이 몰리는 현상이 올해는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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