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고 높이면 난방비 더 부담되지만 생산성·품질 좋아져 농가수익 향상”

“시설원예작물의 안정적 생산 및 수출물량 확보를 위해 측고인상을 통한 온실의 리모델링이 필요합니다. 측고가 높아지면 ICT(정보통신기술)나 스마트팜을 접목한 최적의 환경관리가 가능해지고, 작물의 품질 및 생산성이 훨씬 향상되기 때문에 농가수익 측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최고 시설원예 전문가로 꼽히는 이용범 교수의 일성이다. ‘시설원예학’의 공동저자이자 한국원예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그는 2017년 초 서울시립대 환경원예학과를 정년퇴임하고, 현재 원광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용범 교수로부터 온실측고인상이 필요한 이유를 들어봤다.

기본모델 자체가 낮게 설계
경제성 분석하면
측고 높이는 게 더 유리

온습도·환경관리 쉬워지고
자동화 시스템 활용도 편리

 

-온실측고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과수를 포함한 시설원예면적이 5만9000ha에서 6만ha정도인데, 그 면적이 10년 가까이 변함이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비닐온실이 1980대, 1990년대에 지어져 20년 이상이 됐다. 초창기의 것은 현대화가 필요하고, 1-2W형을 비롯해 비교적 최근에 지어져 기초구조가 튼튼하고 규모화된 것도 측고가 낮아 환경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측고가 3~3m50㎝인데, 이 상태에서는 환경관리가 어렵다. 온·습도의 관리가 잘되지 않아 병해충이 많아지고, 품질도 좋지 않다. 3월 지나면서 내부온도가 높아지는 고온기에는 착과가 제대로 되지 않아 품질과 생산성이 떨어지는데, 식물의 상단에 위치한 생장점이 고온에 노출돼 생리장해를 받기 때문이다. 과채류는 특히 품질이 크게 떨어진다. 고온기에 생산하면 돈을 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측고를 1.5~2m정도 올려서 5m만 되더라도 관리가 상당히 편리하다. 유리온실도 예전에 지어진 것은 측고가 4m 이하가 많아서 비닐온실처럼 온·습도 및 환경관리가 어려운데, 측고를 5.5~6m 정도로 올리면 유럽과 거의 같은 기준의 온실측고를 갖게 된다.”

-측고가 낮았던 이유는?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생산성이나 품질관리, 환경관리를 위해 측고를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난방비 때문에 1-2W형을 비롯한 기본모델자체가 낮게 설계됐다. 그런데 경제성을 분석하면 측고를 높이는 것이 유리하다. 측고를 2m 정도 높이면 온실체적이 늘어나기 때문에 10~15% 정도 난방비가 더 들어가지만 생산성 및 품질이 좋아지기 때문에 농가수익 향상에 훨씬 유리하다. 또, 환경관리시스템을 자동화할 수 있고 온·습도가 조절되니까 병해충 발생도 적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온실 내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의 환경이 월등히 좋아진다. 측고가 낮은 온실에서 작업할 때는 후덥지근하고 일의 효율이 안 나오는데, 측고를 높여버리면 그런 문제가 간단히 해결된다. 작물에도 좋은 환경이 되고,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한테도 아주 좋은 작업환경이 되기 때문에 측고를 높이는 것이 꼭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연중 안정적 생산을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수출이 어려운 시기가 고온기다. 토마토나 파프리카나 고온기에는 생산이 잘 안되니까 국내가격이 높아지고, 농가들이 내수시장으로 출하하니까 수출물량 확보가 안 된다. 반면 측고인상을 통해 연중 안정적 재배가 가능하다면 고온기에도 안정적인 생산을 통해 내수도 충족하고 수출물량도 확보하는 것이 용이하다. 측고인상의 단점은 단지 난방비가 좀 더 올라간다는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장점이라고 보면 된다.”

-관수나 양액공급, 환기 등의 통합제어시스템과 같은 스마트팜 기술이 개발, 보급되고 있다. 측고가 높은 것이 ICT장비나 부품, 스마트팜 설비를 활용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일하는 사람이 편하고, 안정적으로 작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시설자체가 뒷받침돼야 한다. 복합 환경조절을 위한 시스템은 이전에도 많이 도입됐지만 실용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측고가 낮아서 환경계측이나 자동화를 위한 장치나 시스템을 활용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측고가 낮은 온실에 보온을 위한 천장커튼을 설치할 경우 커튼이 작물에 닿아서 관리가 어려웠다. 인공조명을 설치할 경우에도 조명에서 발생하는 열에 의해 작물이 타서 마르는 등 피해를 줄 수 있다. 자동화장치 등을 위해서는 측고가 어느 정도 확보가 돼야 한다. 어느 정도 측고가 인상되고 현대화된 온실이라면 작물에 최적인 환경조절이 가능하다. 여기에 스마트팜과 관련돼 일부만 보완하면 외부나 다른 일을 하면서도 온실을 관리할 수 있다.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가야될 것이다.”

-시설원예산업 활성화를 위한 과제는?
“시설현대화와 함께 규모화 또는 단지화, 후계인력육성이 중요하다. 시설현대화 측면에서 봤을 때는 측고인상이 신축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비용대비 효과도 높다. 1980년대 이전에 지어진 것은 시설교체가 필요하지만 1990년대 이후에 지어진 것들은 기초구조가 튼튼하다. 철재도 대부분 아연도금된 것이기 때문에 거의 녹슬지 않은 상태다. 측고인상과 함께 내부시설을 조금만 리모델링을 하고 안전성을 보강하면 큰 문제없이 현대화된 온실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그렇지만 시설원예농가의 경우 가격하락에 따른 경영불안감으로 시설투자를 주저한다. 따라서 측고인상 시 정부차원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시설원예 1세대가 대부분 60세를 넘겼는데 후계자양성이 안 이뤄지면 이 상태에서 끝난다. 젊은 사람들을 키워놓으면 자연스럽게 시설도 현대화 쪽으로 가고, 생산이나 수출도 안정될 것이다. 이와 함께 스페인의 알메리아에는 약3만5000ha의 시설이 한 곳에 몰려 있다. 네덜란드도 6곳의 단지를 집중 키워가고 있다. 소규모시설에는 젊은 인력이 들어오기 어렵지만 규모화, 단지화가 된 곳은 일자리가 늘기 때문에 젊은 인력이 들어오는데도 유리하다. 개별농가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기존에 잘하고 있는 영농법인의 규모를 키우거나 규모화, 단지화가 된 곳에 집중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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