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을 눈앞에 둔 올 가을, 배추 산지에선 파종 시 맺었던 밭떼기 계약을 파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배추 산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김장철과 올 김장배추 파종 당시 비교적 양호했던 배추 가격이 추석 이후 급락했고, 김장철에도 낮은 시세 전망이 이어지자 일방적인 계약 파기를 당한 농가들의 답답한 사연이 이어지고 있다.

전남 무안에서 9900㎡ 규모의 김장 배추를 재배하고 있는 신해철(44) 씨도 이런 아픔을 겪었다. 신 씨는 배춧값이 비교적 높았던 9월초 수익을 더 올리기보다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를 위해 계약 거래를 진행했지만 계약금도 받지 못한 채 출하를 한 달여 앞둔 최근 일방적인 계약 파기를 당했다. 신 씨는 “계약 후 바로 계약금을 준다고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최근 배춧값이 급락하고 김장철 전망도 좋지 못하자 일방적인 계약 파기를 당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신 씨와 같이 계약을 한 농가의 재배면적이 9만9000㎡에 이른다. 이 지역 다수의 농가가 피해를 본채 판로를 걱정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배추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안을 넘어 계약 파기 현상이 주요 배추 산지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김장철을 목전에 둔 최근 들어 계약 파기가 빈번해지고 있는 것은 최근의 배춧값 급락에다, 김장철 낮은 전망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2017년 가을배추·무 재배면적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가을배추 재배면적은 1만3674ha로 전년의 1만1429ha보다 19.6% 증가했다. 가을무 재배면적도 전년의 5414ha보다 10.9% 증가한 6003ha로 조사됐다. 여기에 작황도 상당히 좋아 많은 양의 김장 배추와 무 물량이 올 김장철 시장에 출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0월 28일 현재 가락시장에서 배추 10kg 상품 평균 도매가격이 3051원, 30일엔 3354원을 기록하는 등 최근 배추 한 포기 가격이 1000원 정도밖에 나오지 않고 있기도 하다. 

가락시장의 김기영 대아청과 유통이사는 “작황이 매우 양호해 통계청이 발표한 두 자릿수 재배면적 증가분보다 김장배추와 무 출하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산지폐기 등 극단의 조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시세가 폭락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약 파기와 관련해선) 올 한해만 농사를 짓고, 유통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계약을 파기하면 올해엔 조금 나을 수 있어도 신뢰를 완전히 잃어 다시는 배추 재배와 유통을 하지 못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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