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덕 농민이 저수지 준설작업 후 농민들이 직접 논으로 만든 농지를 가리키고 있다. 일반 논과 형상이 전혀 다르지 않았다.

고창 동림저수지 인근 농민들
1998~2000년 준설공사 탓
논농사 못 짓는 바람에
지원대상 농지서 제외
“민원 넣었다가 임대차질 우려”
10년 넘게 문제제기도 못해


전북 고창 동림저수지 인근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이 ‘쌀소득등 보전직접지불제’의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같은 벼농사를 짓고도 쌀고정·변동직불금을 10년 넘게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불금 지급대상 농지의 기준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고창군 성내면 옥제리에서 만난 이재덕 농가는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해 동림저수지의 유지를 빌려 벼농사를 짓고 있다. 하지만 2001년부터 지급되기 시작한 ‘쌀소득등 보전직접지불금’을 그간 단 한 차례도 받지 못했다.

이유는 쌀소득 직불제 지원대상 농지가 되려면 농업경영체 등록과 함께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연속해서 논농업을 한 농지’여야 하는데, 하필이면 이 기간동안 동림저수지를 관리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저수지 준설작업을 하면서 ‘1998~2000년’ 사이에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재덕 농가는 “준설 공사 전에도 농사를 지었고, 공사 후에는 뻘밭이던 땅을 농민들이 돈을 들여 논으로 정비를 해 농사를 짓고 있다”면서 “그런데 지금까지 한 번도 직불금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직불금을 신청하려고 해도 면사무소에서는 대상이 아니라는 말만 들어왔다”는 그는 “지원대상 기준이 정하는 ‘1998년부터 2000년 사이에 논농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불제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이 농민이 직불금을 받지 못한 연수는 2001년 직불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후 현재까지 장장 17년이나 된다.

2004년부터 농어촌공사로부터 땅을 임대해 농사를 짓고 있다는 또 다른 이 지역 농가는 ‘10년 넘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관에 민원을 제기했다가 땅을 임대해주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까를 걱정했었다”면서 “이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60~70호가 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쌀소득등 보전직접지불제’는 면 등의 행정기관을 통해 농민이 직불금을 신청하면 이를 해당기관이 전산 상에 등록을 하게 되고, 등록된 정보에 대해서 농산물품질관리원의 점검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농식품부가 지불을 결정하게 된다.

규정에 따라 움직이는 면사무소의 행정 실태를 감안하면 이들 농가들의 경우 직불제 신청 자체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따라서 규정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하천구역 내 농지인 경우에도 직불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이를 우선적으로 확인하고, 저수지 준설공사를 어떤 이유로 하게 됐는지 등에 대해서도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