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금 계열화사업의 그늘 ‘유사계열업체’ <하>영세 가금농가 보호대책은

<상> 가금 계열화사업의 사각지대 
<하> 영세 가금농가 보호대책은 


유사계열업체에 의한 불평등 계약이나 도산 등의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난 가운데 가금 업계에서는 이를 방지 또는 해소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계열업체의 설립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고, 부도 시 지급담보 방안 마련과 농가협의회 구성이 이뤄진 업체에 한해서만 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에서도 최근 ‘지속가능한 가금산업 발전 대책(이하 가금산업 발전 대책)’에 계열업체의 부당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담았지만, 농가들은 실효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신고제로 계열업체 난립
설립 후엔 협의회 구성 어려워

축산계열화사업협의회 지위 격상
불공정행위 단속·고발권 부여도

자기자본금 기준 상향 조정
부도시 농가 사육료 변제 최우선


▲유사계열업체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유사계열업체의 각종 문제에 대해 수년 전부터 대안이 제시돼 왔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2015년에 발표한 ‘축산계열화사업 성과와 과제’에 따르면 농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축산계열화사업협의회를 미국처럼 계열업체의 불공정행위를 단속 및 고발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부여한 공적 기관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계열업체 도산으로 인한 농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미국처럼 법 개정을 통해 농가들의 채무변제를 가장 우선순위로 설정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연구를 총괄한 우병준 농경연 연구위원은 “한국 축산업에서 계열화의 진행은 피할 수 없는 큰 흐름이고 일반 농가의 권익보호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를 대신할 수 있는 기구의 도입 가능성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농가들은 유사계열업체의 불공정 행위 방지를 위해 계열업체 설립 조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상근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장은 계열업체의 설립 허가 과정에서 농가협의회가 구성되고, 일정 자본금을 갖춘 계열업체에 한해 정부가 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설립 허가가 이뤄진 후에 농가협의회를 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상근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장은 “지금까지는 계열업체 설립이 신고제이기 때문에 유사계열업체들이 난립했고, 그 결과 농가들이 불평등 계약으로 피해를 입었다”면서 “농가협의회가 구성돼 있으면 계열업체가 독단적으로 운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농가협의회가 구성된 계열업체에 한해 허가를 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부 대책 더 강화해야=가금업계의 유사계열업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지자 정부는 지난 6월에 계열업체의 방역 책임을 강화하고, 불평등 계약과 도산으로 인한 농가 피해 방지 방안을 담은 ‘가금산업 발전 대책’을 발표했다. 가금산업 발전 대책에 따르면 계열업체의 책임과 수준의 질적 향상을 위해 등급 평가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평가 결과 우수 업체에게는 축산계열화사업 인센티브 자금을 지원하고, 미흡한 업체에는 개선명령을 내린다는 것이다.

또 도산으로 인한 농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사업자 등록요건에 5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갖추고, 부도 시 농가 사육경비의 지급담보 방안 제출을 의무화했다.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서도 사육경비를 부당 감액하거나 지급지연할 경우 과태료 5000만원 이하를 부과할 예정이다.

하지만 가금 사육 농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가금산업 발전 대책에 대해 계열업체의 불공정행위로 인한 농가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부도로 인한 농가 피해 대책의 경우 자기자본 5억원으로는 농가들의 사육비 변제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농가들은 자기자본금 상향과, 농가를 최우선 변제 순위로 설정하도록 관련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불공정행위 적발 시 계열업체에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도 과태료 금액이 적어 계열업체가 악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허가 취소 등의 강력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가금 사육 농가는 “지금까지 계열업체에 대한 허가도 쉽고, 법적 제재도 약했기 때문에 유사계열업체로 인한 사육 농가들의 피해가 컸다”면서 “문제를 일으킨 업체에 대해 허가를 취소하거나 과태료 부과금액을 높여야만 농가들을 보호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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