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금 계열화사업의 그늘 '유사계열업체' <상>가금 계열화사업의 사각지대

<상> 가금 계열화사업의 사각지대 
<하> 영세 가금농가 보호대책은 


계열화사업이 국내에 도입된 지 약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계열화업체와 농가 간 분쟁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특히 계열화사업의 겉모양만 띠고 있는 유사계열업체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가금농가들은 속수무책이다. 규모가 큰 계열업체와는 달리 방역 지원이나 농가협의회 구성 등 계열화사업의 기본 조건도 전무한 상황이다. 국내 계열화사업 현황과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유사계열업체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부도 처리 후 잠적하거나 
사육료 미지급 피해 속출

계약서 미작성 사례 빈번
농가 방역·교육 등도 전무

대부분 시설 낙후 농가와 계약
농가협의회 구성 안돼 '불평등'


▲유사계열업체 무엇이 문제인가?=경기도 포천시에서 육계를 사육하는 변대철 씨는 지난해 10월에 사육 방식을 계약 사육에서 개인 사육으로 변경했다. 기존에 계약했던 유사계열업체가 부도처리 됐기 때문이다. 변대철 씨는 해당 유사계열업체로부터 밀린 사육료 5000만원을 받지 못했고, 주변 피해농가들과 함께 육가공공장에 대해 가압류 신청을 했다. 이후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대한양계협회에서도 피해 농가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했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육료를 되돌려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부도 처리가 된 유사계열업체의 대표가 2014년 경기북부 지역에서 한차례 부도처리가 됐던 업체 ‘청정계’의 중역이라는 점이다. 결국 농가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두 번의 피해를 입게 됐다는 것이 변대철 씨의 주장이다. 변대철 씨는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로 현재 계열업체를 설립할 때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라는 법의 사각지대가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변대철 씨는 “규모가 큰 계열업체는 그룹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쉽게 부도처리를 할 수 없는 반면 중소 유사계열업체는 대표가 부도 처리한 이후 사육료를 지급하지 않고 잠적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유사계열업체들이 계열업체 설립이 쉽다는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다면 우리와 같은 일이 또 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사계열업체의 또 다른 문제점은 농가와 업체 간 불평등한 관계가 지속된다는 점이다. 경기도 안성에서 토종닭을 사육하는 윤세영 씨에 따르면 유사계열업체에서는 정부가 권고한 표준계약서가 전혀 사용되지 않고 심지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또 출하 후 비품처리 과정에서도 유사계열업체가 일방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비품이 증가하고, 농가의 금전적 피해가 늘고 있다는 것이 윤세영 씨의 설명이다.

방역에 대한 관리도 이뤄지지 않고 않다는 문제도 있다. 윤세영 씨에 따르면 규모가 큰 계열업체는 농가에 소독약품 지급과 방역컨설팅 등이 이뤄지는 반면 유사계열업체는 농가 방역에 대한 지원이 전무하다.

윤세영 씨는 “유사계열업체와 계약하고 사육을 할 때 소독약을 지급받아본 적도 없고, 업체 측에서 방역에 대한 교육을 하지도 않았다”면서 “또 유사계열업체는 소속 농가 수가 적기 때문에 농가협의회 구성도 힘들어 업체 측에 농가들이 휘둘리는 상황이 빈번하다”라고 말했다.

▲국내 유사계열화업체 현황=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2015년 12월말 기준 국내 육계부문 계열화율은 91.4%이다. 국내에는 총 58개의 계열화사업자가 있는데, 이 중 자체 도계장을 보유한 계열화업체는 18곳이고, 대표적으로 하림이나 동우, 참프레와 사조 등이 있다. 나머지 40곳의 경우 유사계열업체라 불리는데 농가에게 병아리와 사료를 공급한 후 일정 체중 도달 시 사육료를 주고 출하해 외부 도계장에서 임도계를 하거나, 생계로 외부 업체에 판매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최근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유사계열업체의 경우 계약 농가수가 적게는 3농가에서 많게는 90농가까지 다양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역이나 개인 사정에 의해 유사계열업체와 계약하는 이유도 있지만, 사육 시설이 비교적 낙후된 농가들이 유사계열업체와 계약률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계약 결정권을 쥐고 있는 유사계열업체가 갑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상위 8개 계열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유사계열업체에서는 농가협의회 구성이 되지 않고 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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