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됐던 이슈 재언급 수준
직불제 개편·농업인력 육성 등
주요 농정현안 의제서 빠져
국감 때마다 ‘낙제’ 꼬리


올해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종반전을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올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의 평가가 박하다. 농업계는 농해수위 국감이 ‘맹탕국감’이라고 날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농해수위는 10월 12일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농촌진흥청, 산림청, 농협중앙회 등 핵심 소관 부처·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감을 마치고, 그간 국감을 정리하는 종합국감을 앞두고 있는 상황. 농업계는 농해수위 국감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농민단체들은 일제히 ‘쟁점없는 국감’이라고 지적했다. 국감 때마다 달렸던 ‘낙제’란 꼬리표가 이번 국감에도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농해수위의 농식품부 국감에서는 한·미 FTA 개정협상을 비롯해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농업예산),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는데, 한·미 FTA 개정협상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국감 이전부터 제기된 문제들이다. 농식품부 국감이 여론을 환기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분석하는 이유이다. 한·미 FTA 개정협상 과정에서 농식품부가 농축산물을 보호하기 위한 제 역할을 해줄 것을 촉구하긴 했지만, 통상 주무부처가 아니어서 농식품부 장관으로부터 구체적인 답변을 얻기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농업계가 주장해왔던 ‘직불제 개편’은 물론 ‘정예농업인력 육성’, ‘농어업회의소 법제화’ 등이 구체적으로 국감에서 의제로 다뤄지지 않은 것도 비판 대상.

그나마 ‘농업·농촌의 가치와 역할을 반영하기 위한 헌법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국감에서 제기된 것은 다행스럽다는 생각이다. 일부 농해수위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농해수위란 큰 범주에서 봤을 때는 아직까지 ‘알맹이 없는 국감’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너무 평범하게 국감이 흘러간 게 아닌가”라며 “농식품부 국감만 보더라도 이전에 계속 제기됐던 문제들을 다시한번 언급한 것에 그쳤고, 새로운 이슈들이 있었으나 그 이슈 역시 의혹만 제기했을 뿐 ‘어떤 의혹거리가 있다’고 명확히 꺼내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고 말했다. 또다른 농민단체 관계자는 “‘재미없는 국감’이라는 평들이 곳곳에서 들리는 데 농해수위 전체회의와 농해수위 국감의 차별성을 느끼지 못한 탓”이라며 “종합국감의 결과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아직은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는가”라고 비슷한 의견을 냈다.

특히 이번 국감은 ‘여·야 정쟁없는 상임위’란 농해수위 장점이 퇴색된 것도 문제다. 설훈 농해수위원장이 10월 12일 국감에 들어가기 전 인사말로 “우리 위원회는 전통적으로 여·야 구분없이 농정의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한마음으로 활동하는 상임위라고 들었다”며 “우리 위원회가 타위원회 모범을 보여왔던 전통을 이어가고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의정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위원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과 다른 양상으로 국감이 흘러갔다. 국감이 열릴 때마다 서로를 힐난하며 여·야간 갈등이 표출됐던 것.

농식품부 국감에서는 ‘적폐’의 대상을 두고 여·야가 설전을 벌였고, 해양수산부 국감에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밝힌 ‘세월호 첫 보고시간 변경’을 둘러싼 여·야간 갈등, 국감이 중단된 바 있다. 또 농촌진흥청 국감에서는 ‘노트북 문구시위’를 이유로 국감이 잠시 파행되는가 하면, 충청남도 국감에서는 ‘동성애 문제’가 의제로 나오자 여·야가 서로 고성이 냈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예전과 다르게 싸우다 끝난 농해수위 국감은 처음 겪는다”면서 “농해수위의 전통이 무너진 국감이며, 농업계의 실망이 쌓인 국감”이라고 말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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