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기가 장기화되면서 인삼 업계가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소비 부진, 재고 누적, 가격 하락 등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며 생산 분야를 비롯한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끊어내기 위한 방안으로 인삼 업계는 소비 수요를 확대하는 데 어느 때보다 총력을 걸고 있다.

2009년 정점 찍은뒤 소비감소
2013년부터 2만톤 밑돌아
1인당 소비량 0.32kg 불과

내년 말 PLS 도입 앞두고
인삼 생산기반 위축 우려도

인삼업계 “소비 확대가 최선” 
각종 축제·판촉행사 열심


▲소비 줄고, 재고 넘쳐나고=인삼 업계를 나타내는 전반적인 지표는 2010년 들어서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소비 수요로 꼽힌다. 최근 소비 수요는 10년 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여파 속에서 생산량도 최근 몇 년간 정체 또는 감소하는 양상이 뚜렷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한 2016년 인삼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소비 수요(수출 제외)는 2000년 이후 2009년 정점을 찍은 뒤 2010년 들어 쭉 내려앉고 있다. 2011년 2만3183톤, 2012년 2만3318톤으로 유지되다 2013년부터 2만톤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2013년 1만8673톤, 2014년 1만8098톤, 2015년 1만7314톤으로 감소하다 2016년에는 1만6554톤으로 내려앉았다. 이는 10년 전인 2006년 1만8791톤보다도 낮은 수치다. 1인당 소비량도 2016년은 0.32㎏에 불과해 2006년 0.39㎏보다 낮다. 즉 소비 수요가 10년 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소비 부진으로 업계의 재고 부담은 커지고 있다. 재고 물량은 2016년 기준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이는 인삼 연간 수확량의 2.5배가 되는 물량에 달하는 것으로, 산업 전반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소비 및 수출 부진이라는 현재 흐름상 재고 물량을 획기적으로 털어낼 호재가 없어 이런 분위기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점에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생산 분야 여건도 ‘최악’=생산 분야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재배 면적이 줄고 있어 생산량이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가격 자체도 받쳐주지 못하고 하락하는 등 갈수록 척박해지고 있는 여건이다.

금산도매시장 도매가 기준 연도별 인삼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수삼의 경우(750g/4년/10편/원-금산시장 1등품 기준, 연간 평균 가격) 2011년 3만2257원, 2012년 3만2906원, 2013년 3만986원, 2014년 3만7551원, 2015년 3만343원, 2016년 3만396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5년간 가격 추이는 급등한 사례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3만원 초반에서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2018년 말부터 PLS(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의 전면 도입도 앞두고 있어 생산 농가들의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우려의 핵심은 제도 도입으로 재배 예정지 확보가 쉽지 않아진 만큼 생산 분야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다. 이미 6년근 생산 농가들과 계약 재배를 하고 있는 KGC인삼공사의 경우 2016년부터 계약 재배 물량을 평년의 60% 수준으로 줄이는 등 생산 영역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PLS 도입까지 이뤄질 경우 생산 농가들의 어려움은 극심해 질 것이란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인삼 업계가 인삼 소비를 확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일 ‘2017 대한민국 인삼대축제’에서 지역의 인삼농협 조합장 등 업계 관계자들이 햇수삼을 홍보하고 있다.


▲업계 ‘소비 살려라’ 주력=생산과 소비, 수출 분야까지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인삼 업계에선 소비를 늘리는 부분이 현재의 악순환을 끊어낼 방안으로 보고, 소비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10월 들어 전국의 인삼 주산지별로 인삼축제가 펼쳐져 인삼 소비 촉진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한국인삼협회와 농협도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2017 대한민국 인삼대축제’를 열고 시중 가격보다 저렴하게 햇수삼을 판매하는 행사 등을 벌이며 소비 확대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직거래 행사는 소비자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25일까지 추가 연장됐다. 대형 유통 업체들의 동참도 눈에 띈다. 홈플러스는 농협과 손잡고 이달 19일부터 11월 1일까지 142개 전점에서 인삼기획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강원도 지역의 인삼 농가는 “인삼 업계의 재고가 상당한 만큼 제품 소비가 많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관장에 집중돼 있는 소비 수요를 인삼조합 브랜드 제품으로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인삼 소비가 늘어나고, 이를 통해 인삼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상배 한국인삼협회 회장은 “인삼 소비 확대에 주력해 생산 분야의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인삼 업계가 다양한 형태로 판매 행사를 벌이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도 우리나라의 대표 농산물인 고려인삼, 우리인삼을 더 많이 애용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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