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올해 정기국회 국정감사 요구사항 중 첫 번째로 ‘농업·농촌의 가치와 역할을 반영하기 위한 헌법 개정’을 제시한 가운데 45개 농민단체·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8일 ‘농민권리와 먹거리기본권 실현을 위한 헌법개정 운동본부’(농민헌법운동본부)를 구성했고, 농림축산식품부도 올해 6월 ‘농업·농촌 관련 헌법조항 및 개정방향’ 보고서를 완료했다. 이들의 공통점, ‘경자유전의 원칙’과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농연·농민헌법운동본부 등 목청…농식품부도 한 목소리
헌법 121조 제1항에 국가 ‘경자유전 원칙 달성 의무’ 명시
국가·국민·농업인 ‘농업 공익적 가치’ 지킬 책무도 담아야


▲경자유전의 원칙=농민단체들은 ‘경자유전의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한농연은 “농업인의 핵심생산수단이자 중요 자산이어야 할 농지가 비농업인과 대기업의 손쉬운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농업인들이 농지 확보를 위한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불합리한 현실을 생산자인 농업인 관점에서 시정해야 한다”며 “경자유전의 원칙은 농업생산력 뿐만 아니라 7000만 민족의 식량주권 수호, 농업의 다원적 가치 보전·계승을 지향하는 헌법의 핵심가치로서 유지·강화돼야 함은 물론 더 나아가 농업인 중심의 농지 소유·이용·보전의 원칙을 분명히 하기 위해 현행 농지법을 보다 강력하게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농민헌법운동본부도 “경자유전의 원칙이 사문화되거나 현실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헌법적 가치를 준수하지 않는 행위에 대한 징벌적 조항을 강화하는 것이 타당하며 경자유전의 원칙이 준수될 수 있도록 농지의 소유·보전·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강화하고, 정부가 행정을 통해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농민헌법운동본부의 윤병선 헌법연구팀장(건국대 교수)은 헌법 제121조에 넣을 농업조항으로 6가지를 제시하면서, 첫 번째 조항으로 헌법 제121조 제1항(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의 원문 중 경자유전의 원칙만 떼어내 ‘국가는 농지에 관해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를 제시했다.

이 같은 주장은 농식품부가 공개한 ‘농업·농촌 관련 헌법조항 및 개정방향’ 보고서에도 적시돼 있다. 이 보고서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폐기하면, 농산물의 생산수단인 농지를 투기대상으로 전락시켜 지가가 높아진다는 점, 결국 농업 생산수단으로서의 농지기능을 잃게 된다는 점, 농지를 매개로 농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가치, 즉 공익적 기능을 상실케 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제시, 헌법 제121조 제1항을 ‘국가는 농지에 관한 경자유전의 원칙을 준수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한다’고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농업의 공익적 가치’도 헌법에 담아야 핵심조항. 농민헌법운동본부는 “농업선진국이라고 하는 스위스 헌법에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인정하고, 직불금을 통해 지원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스위스는 농민이 농업에 종사하는 것 자체가 농촌사회 유지, 국토 균형개발, 생태환경 조성을 수행하고 있다고 해 다양한 직불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직불금 규모로 보더라도 우리나라 농업예산 중 직불금 비율이 10%도 되지 않아 스위스의 50%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라며 “개헌과정에서 농업의 가치를 반영하지 않으면 자동 소멸위기에 빠진 농촌의 위기를 미연에 막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농연도 “제10차 헌법을 개정할 때 스위스 연방헌법 제104조의 사례를 참고해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의 중요성 및 이를 유지·발전시켜야 할 핵심주체인 국가·국민·농업인의 책무를 명시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상호준수의무를 헌법에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헌법 개정안 가운데 하나로 ‘국가와 지자체는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제고함으로써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 및 농업인의 권익 시장을 보장한다’란 조항을 신설하는 의견을 내놨다.

이 조항은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농업식품기본법) 제4조 제1항과 3항을 엮은 것으로, 보고서는 “농업식품기본법의 제4조 1항과 3항에 담겨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공익적 기능을 증진하고, 농업인의 권익 신장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내용은 헌법적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위법인 농업식품기본법에 규정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기능 조항을 신설해 규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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