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앞두고 기자간담회

 

1987년 개헌시 최저임금 조항 포함
약자인 '노동자 권리' 보장
헌법에 강력한 농업조항 있다면
농민 대변 정책 수립 기반될 것 

농업의 다원적·공익적 가치 명시
경자유전의 원칙 등 유지해야


‘농민권리와 먹거리기본권 실현을 위한 헌법개정 운동본부’(농민헌법운동본부)가 새 헌법에 농업조항을 담아내기 위한 활동에 나섰다. 18일 출범식에 앞서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가 시작인데,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운동본부는 ‘왜 헌법에 농업조항을 넣어야 하는지’, 또 ‘어떤 농업조항을 마련해야 하는지’, ‘농업조항을 관철시키기 위한 향후 활동은 무엇인지’ 등 농업조항을 둘러싼 일련의 구상들을 설명했다.

농민헌법운동본부에서 헌법연구팀장을 맡은 윤병선 건국대 교수는 개헌과정에 농업조항이 만들어져야 하는 ‘객관적 근거’로서 “헌법이 자본과 임노동간의 관계에 포섭돼 항상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본의 공격에 항상 노출돼 있는 농민에 대한 권리도 당연히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은 최저임금 인상을 예로 들면서 “1987년에 최저임금 조항이 처음 헌법에 포함됐는데, 최저임금에 관심이 있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공약하고 실천 중”이라며 “노동자의 권리가 헌법에 명시돼 있으니까 그 헌법조항을 실현하려는 정부가 들어섰을 때 힘이 발휘되는 것처럼 앞으로 헌법에 강력한 농업조항이 있다면 이는 농민을 대변하는 정부가 친농업·친농민적 정책을 펼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 농업조항을 헌법에 담아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농민헌법운동본부는 구체적인 농업조항들도 꺼냈다. 아직 ‘제안’ 수준의 농업조항들로, 운동본부는 농업계와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헌법에 넣을 농업조항을 선정한다는 계획. 윤 교수는 “농업이 수행하는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성격은 시장을 통해서 보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국가가 적절히 개입도록 하는 내용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며 경자유전의 원칙과 연계된 ‘농지에 대한 농민의 권리를 담보하는 조항’,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국토개발이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 농가소득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농민의 경제적·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조항’, 먹거리 안전을 둘러싼 생산자와 소비자간 대립구조를 깰 수 있는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조항’, 여성농업인의 역할 제고 차원인 ‘여성농민의 역할을 권리로서 담보하는 조항’, 농민들의 자조조직을 지원·육성하는 ‘농촌지역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조항’ 등 여섯가지 조항을 내놨다.

장경호 소장은 개헌과정에서 반드시 반영돼야 할 내용으로 △먹거리의 소비자인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는 조항 △먹거리의 생산자인 농민의 권리와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는 조항 △농업의 다원적 기능 및 공익적 가치에 관한 조항 △경자유전의 원칙 조항 유지 등을 제시했다. 장 소장은 “현재 유엔 인권이사회가 (가칭)농민권리선언 초안을 마련해 새로운 국제규범으로 제정하는 논의가 진행 중으로 2018년에 유엔총회에서 국제규범으로 의결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농민권리선언 초안을 전부 반영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상황에 적합한 방식으로 헌법조항에 신설하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유엔 농민권리선언(초안)은 농민과 농촌노동자의 정의(제1조), 국가의 의무(제2조), 먹거리에 대한 권리와 식량주권(제15조) 등 27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헌법개정 과정에 농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향후 농민헌법운동본부 활동계획도 밝혔는데, 우선 참여조직을 늘려갈 생각이다. 10월 16일 현재 참여단체는 44개.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국민농업포럼, 지역재단, 한살림연합 등 농민·소비자·사회단체 등이 함께 하고 있다. 농업계의 한 목소리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참여조직을 확대한다는 게 운동본부의 밑그림이다. 박형대 농민헌법운동본부 정책팀장은 “국회에서 개헌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정된 내년 2월까지 국회 안팎에서 농업조항을 개헌안에 넣을 수 있도록 운동본부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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