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국제농민단체인 ‘비아캄페시나(농민의 길)’의 동남·동아시아 공동대표로 최근 김정열(51)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 사무총장이 선출됐다. 비아캄페시나는 2003년 이경해 열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멕시코 칸쿤 WTO(세계무역기구) 반대시위를 주도한 단체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유엔 ‘농민권리선언문’ 채택을 추진해 주목받고 있다. 또한 비아캄페시나는 여성농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는 소외받고 있는 여성농민을 존중해야 농업의 근본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김정열 대표를 만나 비아캄페시나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얘기를 들어봤다.

비아캄페시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맞서
1993년 설립된 국제농민단체
79개국 164개 단체 참여 중

유엔 농민권리선언문 채택 추진
2001년 인도네시아서 시작
2012년부터 실무회의 가동
소외 받던 농민권리 보장 기대

 

-먼저 ‘비아캄페시나’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세계무역기구(WTO)와 우루과이라운드 등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1993년 설립된 국제농민단체다. 현재 79개국 164개 단체가 참여, 세계화에 맞서 연대 투쟁을 하고 있다. 농업은 자유무역의 대상이 아니며, 각 나라마다 식량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특히 농기업의 이익이 아닌 소농의 권리를 보장하는 운동을 활발히 하고 있고, 유엔 ‘농민권리선언문’ 채택 추진도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 농민의 이익을 누군가가 대변해 준다고 생각하지 않고, 순수한 농민들이 리더로 참여해 스스로를 위한 권익향상 운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2004년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여성농민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아캄페시나는 여성농민에 대한 지위를 인정하고,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조직이다. 동남·동아시아 등 각 지역대표는 남녀 각각 1명씩 공동으로 선출하며, 이들은 비아캄페시나의 최고위원(ICC)으로 활동한다. 실제로 18명의 최고위원(ICC)은 남녀 동수로 구성돼 있다. 심지어 회의에서 발언하는 것도 남녀가 동등한 수준이 될 수 있도록 체크한다. 현재 농민운동에서 여성소외가 심각한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이 특히 그렇다. 비아캄페시나는 여성농민이 참여해야 근본적인 농업문제가 해결된다고 믿고 있다."

-유엔 ‘농민권리선언문’ 채택 추진과정과 의미는
"2001년 인도네시아에서 처음으로 ‘농민권리선언’이 필요하다는 운동이 시작됐고, 2012년부터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농민권리선언문을 만들기 위한 실무회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농민권리선언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지만, 선언문 내용에 대해선 일부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4차 협상에선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고, 내년에 5차 협상을 하기로 했다. 현재 47개 유엔인권이사국 중 미국과 영국이 반대하고 있고, 우리나라와 일본 등 11개국이 기권하고 있다. 반대 또는 기권 이유 중 하나는 농민의 권리를 집단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이 기존의 법률이나 협약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종자협약 등이다. 강제적인 것은 아니지만 선언문이 만들어지면, 국제협약이 만들어지고, 각 나라의 법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토지권리, 종자권리, 천연자원에 대한 권리 등 획기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에, 선언문이 채택되고 발전되면 농민들이 그동안 보장받지 못했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활동계획과 포부는
"신자유주의 투쟁의 선봉에 서게 돼 어깨가 무겁다. 부족한 면이 많지만 한국과 동남·동아시아 지역의 농민운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특히 우리나라 농업의 걸림돌이나 정책적 문제 등이 비아캄페시나에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할 생각이다. 또한 비아캄페시나의 최고위원으로서 국제농민운동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위치인 만큼,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강력한 농민운동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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