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우리밀 업계의 재고 과잉 사태의 여파로 내년부터 생산 물량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생산 분야의 위축이 심각해 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정부와 우리밀 업계는 재고 1만톤에 대해 주정원료로 처리하기로 협의를 하고, 후속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밀산업협회 2018년도 생산계획 1만3200톤…올해 51% 수준
업계 “공들여 마련한 우리밀 생산기반 무너질라” 우려 고조


내년 우리밀 생산 현장에 올해 구곡 재고의 처리난에 따른 후폭풍이 거셀 조짐이다. 생산 물량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돼 생산 분야의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6일 우리밀 생산농업인들과 수매 약정을 맺는 사업체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국산밀산업협회에 따르면 5개 수매회원사의 2018년도 생산 계획은 1만3200톤 수준에 그친다. 올해 수매 물량인 2만6077톤의 51% 정도 되는 비중으로, 사실상 ‘반 토막’이 났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곳의 수매 물량까지 합하면 내년 생산량을 최대 2만톤 정도로 예상했다. 최근 몇 년간 3만톤 수준을 보였던 생산량에 비해 60~70% 수준까지 떨어져 자급률 역시 1% 밑으로 내려앉을 것으로 점쳐진다. 협회는 지난달 말 정부와 재고 처리 방안에 대한 협의를 마무리한 뒤 곧바로 수급조절위원회 회의 등을 거쳐 이같이 확정했다.

내년 수매 물량이 올해와 큰 차이가 없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업체가 계약 물량을 대폭 축소했다. 소비 부진 등의 영향으로 수개월 동안 창고에 쌓인 채 소진되지 못하고 있는 구곡 재고 물량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영세 업체다보니 구곡에 자금이 묶여 수매할 여력이 안 돼 수매 물량을 ‘뼈아프게’ 도려낸 것이다. 업계가 추산하는 구곡 재고 물량은 1만5000톤이 넘는다. 신곡 물량 중 재고로 남는 물량까지 더하면 전체 재고 물량은 최소 2만톤가량이다.

이 가운데 1만톤 물량을 주정원료로 처리하기로 정부와 우리밀 업계 등이 추석 전에 합의함에 따라 올해 파종 중단 사태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점이 다행한 일이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하지만 그동안 공들여 왔던 우리밀 생산 기반에 미칠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업계 곳곳에서 감지된다.

당장 파종 물량 축소로 내년과 내후년, 그 이후 생산 분야의 위축이 심각해 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2011~2012년 재고 과잉 국면의 전례를 살펴보면 우선 예상할 수 있는 지점이다. 당시 상당한 재고 물량을 주정원료로 처리한 이듬해부터 우리밀 업계는 생산 농가의 이탈로 원곡 부족 상황에 처했다. 이 과정에서 수요 확대 차원에서 어렵게 추진됐던 우리밀 군급식이 불과 1년 만에 원곡 부족으로 중단되는 아픔을 겪었다.

우리밀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밀 생산 현장을 떠난 농가들의 50% 이상은 우리밀 산업 여건이 좋아진다고 해도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생산 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의미가 생산 기반이 흔들거린다는 것을 넘어 그동안 공들인 것들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밀 구곡 재고 물량(2016년산 재고 1만톤)은 빠르면 10월 안으로 국산밀산업협회와 한국주류산업협회가 주정원료로 처리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한 이후 처리 수순을 밟게 된다. 계약과 관련해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 있는 중으로 조만간 확정되면 정부가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찬 국산밀산업협회 이사장은 “민간의 요구안보다는 다소 후퇴한 안이지만, 1만톤 재고 물량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인 결과라고 평가한다”며 “소비 부진 등으로 비정상적으로 재고 물량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 수매업체들이 갖고 있는 재고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는 점 등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공공비축 또는 주정처리 등 일시적인 특수 소비 방안을 통해 밀의 생산 영역을 유지하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공공 측면의 소비 대책이 마련될 수 있고, 생산 영역도 체계화할 수 있는 법적 혹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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