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에 정식해 1개월 정도 지난 파프리카. 온실측고가 높아지면서 유인작업을 생략할 수 있어 수확량은 늘고 인건비도 줄였다. 또한 온실내부의 온도가 29℃를 넘겼음에도 쾌적한 느낌이 덜 정도로 환경관리가 잘 되고 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위치한 가고파수출영농조합법인은 지난 3월, ‘제21회 경상남도 농수산물 수출탑 시상식’에서 최고 수출농단에 선정됐다. 2016년에 신선농산물 수출을 견인한 경남의 61개 수출농업단지 중 가장 우수한 실적을 냈는데 이곳에서도 첫손 꼽히는 다수확왕이 ‘남산농원’ 김기용(69) 씨다. 영농법인 설립을 주도했고, 시설원예경력만 30년이 넘는 김기용 씨가 추천하는 파프리카 고품질, 다수확 비결이 온실인상이다. 지난 작기에 3.3㎡(1평)에 87㎏의 파프리카를 수확했는데, 4m30㎝이었던 유리온실의 측고를 1.5m 높인 효과가 컸다.


#측고인상 통해 생산성 대폭 증대
유인작업 생략으로 작물 스트레스 '뚝'  

시설원예 30년 '남산농원'
정부지원 통해 측고 인상
파프리카 수확량 확 늘어
"3.3㎡ 기준 100㎏도 가능" 


‘남산농원’은 지난 2015년 9월 정부의 시설원예품질개선사업을 지원받아 유리온실의 측고를 인상했다. 20년 전에 지었던 유리온실의 측고를 4m30㎝에서 5m80㎝로 높이면서 내재해형 기준 이상으로 온실구조를 리모델링했다. 생산성을 높이면서 빈발하는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는데, 온실구조를 계산해서 초속 40m의 바람과 25㎝ 두께의 눈에도 견딜 수 있게 보강한 것이다.

김기용 씨는 “20년 전에는 유리온실 표준측고가 4m30㎝이었는데, 토마토를 비롯한 과채류 농사를 짓는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파프리카농사를 짓기에는 온실높이가 너무 낮았다”고 온실측고를 인상한 이유를 밝힌다. 파프리카는 직립성이 강한 작물이고 다수성 품종은 대부분 키가 크다. 따라서 1년에 4~5번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3~4번 가량 줄기를 옆으로 유인해줘야 한다. 그런데, 유인작업을 할 때마다 작물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정상적인 물건이 생산되지 않고, 이것이 수확량 감소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측고를 높여서 유인작업을 생략하고, 충분히 자랄 수 있도록 하면 수확량도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다”는 게 김기용 씨의 설명이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이 지역에서는 7월 중순경 파프리카 종자를 파종한 후 1개월 정도 육묘를 해서 8월 중순경에 정식을 한다. 이후 11월 중순부터 다음해 7월말까지 수확하는 것을 1작기로 본다. 그런데 지난 작기에는 측고를 인상한 온실에서 3.3㎡기준 87㎏의 파프리카를 생산했다. 또한 예전 형태의 측고 4m30㎝인 온실 1980㎡(600평)를 포함하면 전체 2만2440㎡(6800평)에서 평균 80㎏/3.3㎡를 생산했다. 네덜란드처럼 청과를 출하할 경우 3.3㎡기준 100㎏이상을 수확할 수 있다는 것이 김씨의 생각이다. “측고를 인상한 온실도 있고, 기존 4m30㎝인 온실도 있기 때문에 생산량을 비교하기가 쉽다”는 김씨는 “기존 온실에서 50㎏ 전후로 생산한 것과 비교해 측고를 5.8m로 인상한 온실과 측고가 6m인 신축온실의 생산성이 월등하기 때문에 인근농가들도 견학을 많이 온다”고 말한다.


#작물생육환경관리도 용이
내부 공기흐름 균일…습도관리도 간편

온실 체적 커져 관리 쉽고 
한절기에도 밤에만 '가온'
생산성 향상…병해충도 줄어


측고인상은 작물생육에 필요한 온실내부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도 큰 몫을 했다. 김기용 씨는 “사람이나 식물이나 환경이 좋아야 잘 자라고 생산성이 높아지며, 병해충의 발생도 줄어든다”며 “온실의 체적이 커지면서 파프리카 생육 시 스트레스를 줄여줬고, 온실내부의 공기흐름을 균일하고 일정하게 해준 것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는 “넓은 면적의 공기가 데워졌다가 서서히 식기 때문에 측고인상이후로는 한절기에도 밤에만 가온하고 낮에는 가온을 하지 않는다”면서 “습도관리를 비롯한 환경관리도 훨씬 편하다”고 덧붙인다.

온실측고가 높아지면서 환경변화에 대한 완충지대가 넓어졌고, 환기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일정한 습도유지에 유리하며, 환기를 통한 탄산가스의 손실도 크게 줄인다는 것이다. 농장을 방문한 9월 20일 오후 4시경에 온실내부에 설치해놓은 온도계가 29℃를 넘어서고 있었지만 매우 쾌적한 느낌이다. 그만큼 환경관리가 잘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김씨는 “지금 다른 온실에 들어가면 습해서 숨 쉬기가 곤란한데, 우리온실은 내부체적이 커서 환경이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쾌적한 것”이라며 “측고인상을 한 이후에는 유인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인건비도 절감된다”고 전한다.


#경영분석 결과, 측고인상이 해답
품질·생산성 높여 수출경쟁력 제고

파프리카 등 수출가격 하락세
온실 측고인상 리모델링 시급
원활한 정부지원 뒷받침 절실


김기용 씨는 재배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제는 시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파프리카농사를 짓기 힘들 것으로 예측한다.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그는 “파프리카 수출가격이 올해 1㎏당 2200원 수준이었는데, 2016년에는 2500원이었고, 그전에는 3000~4000원이었다”며 “수출가격이 지속적으로 내려가는 상황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판단하는 것은 인근농가들의 경영을 분석해보면 결과가 뚜렷하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가고파수출영농조합법인은 지난 6월 14일자로 회원농가의 소득을 분석한 바 있다. ‘남산농원’의 경우 지난 작기에 3.3㎡기준 8만원의 순수익을 내 성적이 가장 우수했다. 반면 회원농가들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김씨는 “인근농가들은 3.3㎡에 55~66㎏가량을 수확했는데, 상위성적 몇몇은 수익을 냈지만 중간층은 겨우 경영비를 벌었고, 그 밑으로는 마이너스였다”며 “50㎏ 전후를 수확하는 농가들은 시설개선 없이는 앞으로 버텨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측고인상이 해답이란 결론을 냈다”고 전한다.

신축을 통한 재배면적 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불황극복을 위해서는 기존 온실의 측고인상 및 리모델링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결론에도 불구하고 걸림돌이 있다. 정부지원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올해 기준 측고인상은 ‘시설원예현대화사업’을 통해 국고 50%(보조 20%, 융자 30%), 지방비 30%, 자부담 20% 조건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융자 금리는 고정금리기준 2%이고, 3년 거치, 7년 분할상환이며, 사업비상한액은 7억원/ha이다. 그렇지만 지방비가 확보돼야 사업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 이곳의 경우 지방비 확보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씨는 “동일사업을 지원받은 곳은 2년이 경과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회원농가들이 측고인상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면서 “초창기부터 파프리카농사를 지어온 곳은 대부분의 온실이 20년이 넘어서 개보수가 필요한 시점인 만큼 신축보다 훨씬 저렴한 측고인상사업을 대폭적으로 지원해 시설을 현대화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추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말을 맺었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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