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5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정개혁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이 나오지 않고 있어서 조금은 답답한 느낌이다. 마치 지난 10여 년 간의 퇴행적 농업정책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인식을 농정당국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 조차 하다. 쌀 목표가격 조정과 직불제 개선이나 살충제 달걀 대책 등 시급한 현안들이 산재해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농정개혁이 어떻게 실시돼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무엇보다 EU와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농촌지역의 재생과 환경보전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농정전환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를 우리 농정이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서 각종 국제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그래서 이제라도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의 기능과 역할을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국민 행복의 관점에 재정립하고 이를 통해서 그동안 그 위상이 애매했던 농촌정책을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촌의 쇠퇴는 산업화·도시화 탓

농업과 농촌의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농촌의 변화가 우리 국가의 발전과 긴밀한 연관을 갖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우선, 농촌의 쇠퇴는 산업화와 이에 따른 도시성장의 결과물임을 인식해야 한다. 20세기 근대 경제발전이론은 농촌지역에 풍성하게 존재하고 있는 노동과 자본을 근대적인 산업생산을 위해서 활용해야만 국가경제의 발전이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이를 경제정책에 적용하면서 농촌지역의 많은 인적자원과 자연자원이 산업생산에 투입됐고, 그 결과로 선진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도시는 다양한 경제활동과 활력이 넘치는 지역으로 변모했지만, 농촌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단일한 경제활동이 이뤄지고 점차로 인구가 감소하는 쇠퇴지역으로 변모했다. 도시의 발전과 확대가 산업화의 표상이라면 농촌의 쇠퇴도 산업화의 또 다른 결과물이다.

농업과 농촌, 국민행복에 기여해야

그러면 산업화된 사회에서 농업과 농촌이 다시 찾아야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국민의 행복은 국민의 건강을 토대로 이뤄져야 하며, 농업과 농촌은 국민의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어야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다. 산업화 추진 시기에는 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이 무엇보다도 우선시 됐다. 그러나 국민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농업과 농촌의 기능과 역할도 국민의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변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업생산성 증대 중심의 농업생산에서 환경보전을 중심으로 하는 농업생산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즉, 화학적 투입재 중심의 생산방식에서 환경자원을 보전하는 생산방법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서 식품공급에서 국민의 건강성을 제고하고, 농지의 생물다양성을 증진시켜서 토지의 건강성을 회복하여 국토의 건강성을 제고하며, 농촌지역에 농업 이외의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농촌경제의 다양성을 제고해야 한다.

그런데, 농촌주민이 바라고 있는 삶도 도시민의 삶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즉, 농촌주민들도 ‘부유한 삶=물질적 부의 향상’을 원하고 있고, 이를 통해서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편의성을 농촌에서도 그대로 누리길 바라고 있다. 즉, 우리 농민이 지향하고 있는 농촌개발은 도시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는 결국 농촌환경의 파괴를 수반하게 되고 농촌 소멸의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농촌주민들이 이러한 인식을 갖고 있다면 농촌환경보존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다른 한편, 현실적 여건을 살펴보면, 농촌이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한 부분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환경자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환경자원이 파괴된다면, 농촌은 도시에 비해서 어떠한 이점도 없을 가능성이 높고, 환경이 파괴된 상태에서는 농업생산의 지속적인 성장도 어렵다. 그래서 농촌지역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요소들을 잘 관리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농촌지역의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자연적인 환경을 모두 고려하는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

농촌 환경 보존하는 농촌정책 필요 

그러므로 현재 농업생산을 위해서 단절된 공간으로 이용되고, 집약적 농업에 의해서 파괴돼 가는 농촌지역을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변경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것이 농업과 농촌지역의 다원적 기능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게 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농촌지역 토지의 대부분이 농업생산에 사용되고 있고, 농촌주민의 다수가 농업활동으로 소득을 얻고 있기 때문에 농업을 중심으로 환경자원을 보존하는 시책으로 시작돼야 그 보존의 효과를 지속할 수 있고 농촌지역의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이제부터 농촌환경보존을 핵심적인 정책지향점으로 하는 농촌정책이 시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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