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재고처리 부담 가중
애꿎은 범법자만 양산 우려
표기 방식도 현실성 없어


계란에 산란 일자를 표기하는 관련 법 개정이 추진되는 가운데 산란계 농가들이 계란 유통에 혼란을 야기하는 탁상행정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9월 1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난각에 기존 생산자명 대신 생산일자와 생산자 고유번호, 사육 환경 등을 표시토록 하는 내용의 ‘축산물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안’과 표시기준을 어길 시 처벌을 강화하는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에 대해 산란계 농가와 관련업계는 난각에 생산일자 표기 시 재고처리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계란 공급이 부족할 때에는 재고처리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공급 과잉이 매년 발생하는 국내 상황에서는 농가가 재고처리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란일자 표기방식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재 일부 생산자의 경우 생산자 명만 난각에 표시하고 있는데, 개정안에 따라 생산월일, 가축사육업 허가 고유번호, 사육방식까지 총 10자리를 표기하기엔 계란 면적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무리가 있다는 게 사육 농가들의 설명이다. 또 정부의 정책 운영에 대한 지적도 있다. 정부가 계란 살충제 파동 이후 계란유통센터(GP)를 통한 안전한 계란 유통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사육 농가에게 생산일자 표시를 강요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고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다. 

경기도 이천의 한 산란계 농가는 “안전한 계란 위생 및 유통을 위해선 GP센터를 통해서만 계란을 유통토록 하면 되는데, 농가들에게 생산일자 마킹을 강요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계란 난각에 일일이 마킹을 할 경우 10만수 이상의 대규모 농장의 경우 작업이 밀려 산란일에 산란일자를 찍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라며 개정안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에 산란계 농가들은 식약처가 내놓은 개정안의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대한양계협회 채란위원회는 지난 10일 산란일자 표시와 관련 회의를 진행하고, 식약처 앞에서 산란일자 표시 반대 집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남기훈 양계협회 채란위원장은 “농가들 범법자로 만들고 계란 유통에 혼란을 야기하는 계란 산란일자 표시 관련 개정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면서 “산란계 농가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집회 등을 통해 강력히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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